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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재밌지만 그에겐 불행한 일생이란다.

by 임세규

달팽이 / 임세규

아내가 사 온 상추에 달팽이가 실려왔다.
느닷없이 끌려 온 탓인가.. 작은 숨소리마저 내지 않았다. 키워보자는 작은 딸아이에게 말했다. 우리는 재밌지만 그에겐 불행한 일생이란다. 아파트 화단에 내려놓았다. 딸아이는 상추 한 잎도 같이 놓아두었다. 더듬더듬 달팽이는 작고 까만 눈으로 아빠와 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느릿느릿 자기 삶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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