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빈곤과 21세기 자본을 오늘의 한국에 대입해보기

지대와 r>g 사이에서, 성장의 역설, 체감되지 않는 풍요

by 김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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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성장했다. 숫자는 커졌다. 그런데 월급과 기회는 왜 체감되지 않는가.

1879년 헨리 조지는 토지 지대가 답이라고 말했다. 2013년 토마 피케티는 r>g(자본수익률이 성장률을 앞서는 상태)가 답이라고 말했다. 두 경제학자는 시대와 방법론이 다르지만, 공통으로 한 가지를 겨냥한다. 불로소득·자산소득이 분배를 왜곡한다는 명제다.


146년의 시차를 두고 던진 두 질문은 묘하게 겹친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오늘날 한국의 현실—부동산 비중, 상속 급증, 저성장—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헨리 조지의 일침: "지대가 성과를 빨아먹는다"


헨리 조지(1839-1897)는 미국의 정치경제학자다. 그가 1879년 출간한 《진보와 빈곤》은 당대 베스트셀러였고, 지금도 토지 정의론의 고전으로 남아있다. 그의 핵심 진단은 명쾌하다.


토지는 인위적으로 늘릴 수 없는 희소재다. 도시 인프라가 깔리고, 규제가 완화되고, 집적의 이득이 생기면 그 과실은 먼저 입지 가치로 빨려 들어간다. 이것이 지대(rent), 즉 불로소득이다.


조지는 당시 주류 경제학의 '임금기금설'과 '맬서스 인구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빈곤의 원인은 인구과잉도, 고정된 임금 몫도 아니다. 문제는 토지 독점과 지대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그의 분배 메커니즘은 이렇다. 사회의 임금과 이자(노동·자본의 몫)는 한계생산지(지대가 0인 마지막 토지)의 생산성에 수렴한다. 한계지보다 우량한 입지에서 생긴 초과분은 지대로 귀속된다. 결국 경제가 성장할수록 토지 가치가 올라가고, 그 상승분은 노동과 자본이 만든 성과를 흡수한다.


해결책: 단일토지세(Single Tax)


조지의 처방은 단순하고 강력하다. 토지가치세로 지대를 공공이 환수하되, 노동·자본 과세는 경감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토지 자체의 가치 상승분—입지, 공공투자, 규모의 경제가 만든 불로이익—은 사회가 환수한다. 대신 생산을 억누르는 다른 조세(노동·자본 과세)는 감면 또는 폐지하여 투자·고용 유인을 강화한다.


이 정책의 기대효과는 다음과 같다.

불평등 완화: 불로소득 축소, 근로소득·이자 몫 개선

투기 억제·주거 안정: 보유 부담으로 유휴토지 출회, 공급 확대

경기 안정: 토지가격 급등에 의한 버블·공황 완화

성장 친화: 노동·자본 과세를 줄여 생산·혁신 유인 확대


1885년 《North American Review》에 실린 법학자 데이빗 더들리 필드와 헨리 조지의 대담은 이 구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필드: "농장주 A가 1천 에이커 토지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주택, 헛간, 가축도 있죠. 당신의 이론에서 그는 어떻게 다뤄져야 합니까?"


조지: "그가 소유한 토지의 가치에 대해 세금이 징수될 것이고, 토지에 대한 개발과 가축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의 노동과 자본에 의해 창출된 가치에 세금을 부과하는 현재 체계의 효과는 산업에 벌금을 부과하고 개발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필드: "뉴욕의 거대한 지주가 100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각 주택의 가격이 25,000달러입니다. 어떤 비율로 세금을 부과할 것입니까?"


조지: "그의 주택에 대해서는 세금을 전혀 부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지의 가치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할 것입니다. 각 부지는 공터인 것처럼 취급됩니다. 주변의 개발은 그대로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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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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