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식시장 폭락은 기업의 실패인가, 우리 판단의 실패인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1947)는 알제리 오랑 시에 전염병이 창궐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카뮈가 포착한 것은 역병보다 먼저 확산된 공포였다. 전염 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항구로 몰려드는 군중, 이성이 아니라 두려움이 먼저 발을 움직인다. 그는 오랑 시민들의 행동 속에서 인간이 실제 위협보다 위협의 가능성에 더 극렬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2026년 3월 3일 오후 3시 30분, 코스피는 452.22포인트 내린 5,791.91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낙폭으로는 2024년 8월 이후 최대였다. 공포지수 VKOSPI는 62.98까지 치솟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찍었다. 외국인은 5조 1,731억원어치 주식을 매도했다. 자동차 업종은 15.71%, 반도체는 10.93% 빠졌다.
카뮈의 오랑이 그랬듯, 이날 먼저 달아난 것은 가치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과연 무엇이 5조 원의 공포를 만들었는지, 그 구조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6년 들어 코스피는 이날 폭락 전까지 연초 대비 약 48% 상승한 상태였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실적 장세가 이어지며, 코스피는 6,000선을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흐름을 바꾼 것은 2026년 2월 말 이란의 군사적 움직임이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2월 28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이란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닌 혁명수비대의 경고였지만, 해협 통과 물동량은 실제로 평시 대비 약 80% 급감했고, 유조선 운임은 보름 사이에 3배 이상 치솟았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81달러 이상으로 급등했고,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넘겼다.
한국은 전체 원유 도입량의 약 70%를 중동에서 수입하며, 그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에너지 의존 구조의 취약성이 시장 심리를 직격한 것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9.88%, SK하이닉스는 11.50%, 현대차는 11.72% 하락했다. 실물 피해가 아니라, 실물 피해가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이 하락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 한국 반도체의 기술력은 변하지 않았고, 주요 증권사들은 코스피 목표지수를 오히려 7,500포인트로 상향하고 있었다. 반도체 이익이 코스피 전체 이익의 약 60%를 차지하는 실적 구조도 무너지지 않았다. 가격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공포가 가격을 끌어내린 것이다.
이 차이를 읽지 못하면, 우리는 이날 무엇이 일어났는지 영원히 오해하게 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장세를 이렇게 표현했다. "주가가 많이 올랐던 업종부터 우선 매도하는 무차별한 하락세." 무차별. 이 단어가 핵심이다. 공장이 멈춰서가 아니라, 수요가 사라져서가 아니라, 올랐던 것이기 때문에 팔았다. 이 논리는 가치 판단이 아니라 심리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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