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도의 경고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이 우리에게 던진 질

by 김선철
주간조선 이소진 기자, photo 뉴시스

그날, 그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장.

2025년 7월 7일, 오후 4시 40분.

베트남에서 온 노동자 A씨(23세)는

지하 1층 작업장에서 앉은 채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첫 출근 날이었다.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돌아오지 않았다.

발견 당시 그의 체온은 40.2도.

땀은 말라 있었고, 옷은 젖어 있었다.

사인은 온열질환 추정.

그는 폭염 속에서 혼자 조용히 죽어갔다.


우리는 그를 ‘노동력’이라 불렀다


국내 건설 현장의 상당수는

이제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건설, 제조, 농업, 돌봄.

가장 힘들고, 위험하고, 낮은 임금의 자리를

우리는 외국인에게 맡겼다.


2025년 현재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수는 100만 명을 넘었다.

이들은 '임시'가 아니다.

국가의 생산 기반을 지탱하는 핵심 인력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저렴한 인건비'로만 본다.

더운 날, 시멘트 냄새 나는 현장에서

그늘과 휴식이 부족함에도 그냥 일하도록 내버려 둔다.


인구 감소, 두 가지 해법만 남았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고 있다.

2024년 합계출산율 0.68명.

이는 단지 '아이를 안 낳는 사회'가 아니라,

‘노동력이 사라지는 경제’를 의미한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해법은 단 두 가지다.

출산율을 높이는 인구 정책

외국인의 유입을 제도화하는 이민 정책


그리고 아주 긴 안목에서의 해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남북통일이다.

하지만 통일은 현실정치로 옮기기 어려운 과제다.

당장 노동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이민이다.


이민정책 없는 산업정책은 허상이다


한국은 이미 이민 국가다.

다만, 공식적인 이민청이 없다.

이민국가처럼 노동력 유입을 제도화하지 않고,

기업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외국인 인력을 수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인간을 ‘소모품’처럼 쓰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진 외국인,

안전교육 없이 절단 사고를 당한 이주노동자.

그들은 ‘일하다 죽는’ 구조 속에 있다.


신흥개발국 출신 = 저임금? 이제는 틀렸다


우리는 ‘베트남’, ‘네팔’, ‘방글라데시’라는 단어 앞에

저임금, 저숙련이라는 고정관념을 붙여왔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가난하지 않다.


현지 물가는 오르고 있고,

이젠 한국보다 근로환경이 나은 기업들도 많다.

더 이상 한국은 매력적인 노동시장만은 아니다.


이주 노동자를 ‘값싸게’ 대우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들에게도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폭염 속에서 죽은 A씨는 한 사람의 아들이고, 형제이며,

한국 산업을 지탱하는 실체였다.

그가 죽은 것은 기후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 때문이다.


그늘도, 물도, 휴식도 부족한 현장.

그를 보호할 체계도, 감시도 없었다.

이제는 그를 숫자로 보지 말고

동등한 노동자로 인식할 때다.


이민정책 통합 컨트롤타워는 필수다


1. 이민청 신설

외국인 유입을 관리·지원하는 정부 전담기관 필요


2. 산업별 외국인 노동자 보호 기준 강화

기온 상한 기준 도입, 의무 휴식시간 지정, 벌칙 강화


3. 외국인 노동자 주거·의료·교육 시스템 연계

단순 고용이 아닌 ‘삶의 정착’을 고려한 정책 필요


4. 중장기 생산성 전략과 이민정책의 통합 설계

내국인 노동력과 외국인 노동력의 역할 분담 재구성


한국은 이민 국가로 가고 있나?


한국의 경제는 점점 외국인의 노동에 기대고 있다.

그들의 삶과 죽음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제는 ‘값싼 노동’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을 ‘수단’이 아닌 ‘존재’로 대하는 시스템.

그 시작이 곧 우리 모두를 위한 경제 안전망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주간조선(2025.07.08). 「체온 40.2도, 폭염에 앉은 채 사망 외국인 노동자」

고용노동부 외국인력 정책연보(2024)

통계청 인구동향조사(2024)

한국노동연구원. 「이민 정책과 생산성 구조 재설계 보고서」(2023)

유엔개발계획(UNDP). 「동남아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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