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전장에서 바꾼 것은 총이 아니라 시간이다

군사 AI의 교훈을 한국 경제·부동산에 번역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by 김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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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암호가 먼저 전쟁을 이겼다


1942년 6월, 미 해군 암호 해독반 스테이션 하이포(Station HYPO)는 일본 해군의 암호 체계 JN-25를 해독했다. 해독반 지휘관 조제프 로슈포르 중령은 일본군 통신에 반복 등장하는 'AF'가 미드웨이섬을 가리킨다고 판단했다. 확인을 위해 미드웨이의 담수 시설이 고장 났다는 허위 평문 전보를 발신했고, 일본 측이 그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보며 판단이 맞았음을 확인했다. 니미츠 제독은 그 정보를 근거로 함대를 미리 배치했다. 미드웨이 해전 당시 미국의 항공모함은 3척, 일본은 4척이었다. 전력으로는 열세였다. 그러나 5일간의 전투에서 일본은 항공모함 4척을 잃었다. 태평양 전황은 뒤집혔다.


2026년 3월 초, 미국이 이란을 공습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액시오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이 작전에서 앤트로픽의 AI 클로드를 활용했다. 클로드는 위성 사진과 감청 정보를 분석하고, 표적 우선순위를 선별하고, 전장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했다. AI가 방아쇠를 당긴 것이 아니다. AI는 인간 지휘관이 판단에 이르는 속도와 방식을 바꿨다.


84년의 간격이 있지만, 두 사례가 작동하는 원리는 하나다. 정보가 판단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전황을 먼저 갈랐고, 그 원리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2. 판단 회로에 무엇이 들어갔는가


미군의 AI 활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25년 7월, 미 국방부는 앤트로픽을 포함한 AI 기업들과 최대 2억 달러 규모의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앤트로픽은 2025년 6월 정부·국가안보 전용 버전인 '클로드 Gov'를 출시했고,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기밀 군사·정보 임무에 통합됐다. 2026년 1월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에서도 클로드가 활용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군과 앤트로픽 사이의 긴장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 이란 작전에서 클로드가 맡은 역할은 세 영역으로 보고됐다. 첫 번째는 정보 수집·분석이다. 위성 사진, 감청 전문, 병력 이동 데이터를 통합해 패턴을 도출하고, 방대한 내용을 지휘관이 즉시 판단할 수 있는 형태로 압축했다. 두 번째는 표적 식별과 우선순위 선정이다. 전장에서 검토 가능한 후보 표적의 수는 사람이 시간 안에 처리하기 불가능한 규모다. AI는 후보를 추려 중요도 순서로 정렬했다. 세 번째는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이다. 특정 선택을 했을 때 상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여러 갈래로 예측하는 작업으로, 군사 용어로는 워게임이고 민간 용어로는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공습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연방기관에 클로드 사용을 즉시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앤트로픽에 군사 목적 제한 없는 사용을 요구했지만,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자율 무기 방지 등의 안전 장치를 제거할 수 없다고 거부한 데서 비롯된 갈등이었다. 그러나 클로드는 작전 중에도 계속 쓰였다. 이미 군사 판단 구조 안에 너무 깊이 통합돼 있어서 즉각 차단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이 전략을 "의사결정 우위(Decision Advantage)의 가속"으로 공식 규정한다. 2025 회계연도 AI 예산은 18억 달러였고, 현재 685개 이상의 AI 관련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다.

바뀐 것은 무기의 성능이 아니었다. 판단이 만들어지는 회로의 속도가 바뀌었다.


3. 결정이 만들어지는 회로


전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단일한 선택이 아니다. 관찰하고,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OODA 루프(Observe-Orient-Decide-Act)라는 순환이 얼마나 빠르게 돌아가느냐가 전술적 우위를 결정한다. AI가 군사 작전에 개입한 지점은 이 루프의 첫 단계, '관찰에서 판단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수천 건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의미 있는 패턴만 먼저 추출하고, 결정의 선택지를 좁혀준다.


이 효과를 민간 언어로 번역하면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조기경보다. 이미 발생한 사건을 보고하는 게 아니라, 변화가 가시화되기 전 신호를 먼저 잡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시나리오 비교다. "금리가 오르면 어떻게 되는가", "공사비가 10% 상승하면 사업성은 유지되는가"라는 질문을 가정(what-if) 형태로 빠르게 돌리고 결과를 나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 두 기능만 작동해도 경제·부동산 의사결정의 체감은 실질적으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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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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