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는 왜 다시 표적이 되었고, 누가 이 위기에서 질서를 다시 짜는가
1901년 플랫 수정조항은 쿠바의 독립이 미국의 조건 위에서만 허용될 수 있음을 문서로 남긴 사건이었다. 이듬해와 1903년을 거치며 미국은 관타나모 기지의 임차권까지 확보했다. 쿠바는 독립국이 되었지만, 미국의 시선에서 한 번도 완전히 ‘남의 섬’이었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2026년 봄, 도널드 트럼프가 쿠바를 두고 “friendly takeover” 가능성을 거론하고, “Cuba is next”라는 표현까지 내놓았을 때 그것은 돌출 발언처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익었다. 플로리다에는 2020년 인구조사 기준 150만 명 규모의 쿠바계 인구가 살고 있고, 쿠바 문제는 미국 국내정치와 외교안보가 겹치는 대표적 의제가 되어 있다.
문제는 과격한 수사가 아니다. 그런 수사가 먹히는 조건이 이미 쿠바 안에 쌓여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 쿠바를 둘러싼 말들은 과장이 아니라 오래된 문법의 귀환처럼 들린다.
지금 쿠바를 흔드는 가장 직접적인 조건은 에너지이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쿠바는 최근 베네수엘라와 멕시코로부터의 연료 공급 감소, 러시아 선적의 일시적 보완, 미국의 제재 강화가 겹치며 장시간 정전과 교통·급수 차질을 겪고 있다. 2026년 4월 보도에서는 일부 지역이 하루 16시간 이상, 관광지 일대는 22시간 가까운 정전에 시달리는 모습까지 전해진다.
여기에 자원 문제가 겹친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쿠바를 호주 인근 도서국가들과 함께 니켈-코발트 라테라이트 자원이 집중된 지역으로 지목한다. 다시 말해 쿠바는 단지 이념의 섬이 아니라, 배터리와 첨단산업 공급망의 시대에 전략적 광물의 섬이기도 하다. 미국이 중국 주도의 광물 공급망을 견제하려는 흐름 속에서 쿠바의 위치는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쿠바 내부도 바뀌고 있다. 2021년 이후 합법화된 민간 중소기업, 이른바 미피메스는 2024년 기준 1만1천 개를 넘겼고, 2025년에는 사적 부문이 소매 판매 가치 기준으로 국가 부문을 앞질렀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체제는 사회주의를 말하지만, 생존은 이미 시장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셈이다.
이제 봐야 할 것은 사건보다, 그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미국의 계산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