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고전 경영은 더 날카로워진다

새로운 기술 앞에서 왜 오래된 이론이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가

by 김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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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 개의 오래된 질문


1979년 마이클 포터는 산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경쟁요인을 설명하는 글을 내놓았고, 이후 그는 전략을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포함한 선택의 문제로 정리했다. 1995년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파괴적 혁신이라는 개념을 제시했고, 1997년 『혁신기업의 딜레마』로 이를 널리 확장했다. 에이미 에드먼슨은 1990년대에 팀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개념을 정립하며, 사람들이 처벌의 두려움 없이 질문하고 실수를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 학습의 토대임을 설명했다.


이 세 이론은 한때 산업화와 제조업, 전통 대기업의 시대를 설명하는 언어처럼 보였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등장한 뒤 오히려 이 오래된 언어들이 다시 살아났다. 기술이 너무 빨리 변할수록, 무엇이 전략이고 무엇이 혁신이며 무엇이 학습 가능한 조직인지를 가르는 기준이 더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AI가 낡은 경영 이론을 폐기했는가가 아니다. 오히려 AI가 그 이론들의 본질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데 있다.


2. 세 거장이 남긴 경영의 좌표


포터의 핵심은 경쟁을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보라는 데 있다. 다섯 가지 경쟁요인, 즉 기존 경쟁자, 신규 진입자, 대체재, 공급자, 구매자의 힘을 읽고, 그 안에서 자사의 독특한 위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략을 단순한 목표 설정이 아니라, 다른 활동 체계를 선택하고 분명한 트레이드오프를 감수하는 일이라고 봤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는 그래서 전략의 부속문장이 아니라 본문이다.


크리스텐슨의 핵심은 더 불편하다. 훌륭한 기업이 무능해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고객에게 너무 충실했기 때문에 새로운 위협을 놓친다는 것이다. 그는 1995년 논문과 1997년 저서를 통해, 단순하고 저렴해 보이던 기술이 비주류 시장에서 자라 결국 주류 시장의 질서를 뒤집는 과정을 설명했다. 파괴는 종종 주변부에서 시작되고, 기존 강자는 그 신호를 너무 늦게 읽는다.


에드먼슨의 핵심은 조직 내부에 있다. 그녀는 심리적 안전감을, 실수나 질문, 도움 요청이 처벌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집단적 인식으로 설명했다. 이 개념은 화목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학습과 실행을 위해 사람들이 대인관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심리적 안전감은 좋은 분위기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 속도의 문제다.


여기까지는 교과서의 언어다. 그러나 AI 시대가 시작되자 이 교과서는 갑자기 현장 매뉴얼처럼 읽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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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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