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왜 철거보다 오래 남는가

새 건물을 짓는 일과 도시를 다시 살리는 일은 왜 다른가

by 김선철
marunouchi-nakadori1.jpg 히비야역 근처의 하루미도리에서 에이타이도리까지 이어지는 마루노우치나카도리 대로


1. 붉은 벽돌이 남긴 질문


도쿄역 마루노우치 역사(驛舍)는 1914년 문을 열었다. 1923년 관동대지진을 견뎠고, 1945년 공습으로 지붕과 내부가 크게 훼손됐지만, 완전 철거 대신 보존과 복원의 길이 선택됐다. 2003년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뒤, 장기 보존을 전제로 한 복원이 본격화됐다.


그 결정은 단순한 문화재 보존이 아니었다. 도쿄역과 황궁을 잇는 축, 그리고 그 앞의 마루노우치 일대는 일본 수도의 얼굴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그래서 복원은 건축물 한 동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품격을 다시 세우는 문제로 다뤄졌다. 실제로 지금의 마루노우치 빌딩은 2002년 준공됐고, 도쿄역과 직접 연결된 채 업무·상업·보행의 중심축을 다시 짜는 출발점이 됐다.


도쿄의 도시재생은 여기서 질문을 바꾼다. 무엇을 새로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덧붙여 도시의 시간이 끊기지 않게 할 것인가. 그 질문이 지금 도쿄를 다시 읽게 만든다.


2. 도쿄가 도시를 고치는 방식


첨부하신 정리문이 짚었듯, 도쿄의 핵심 비즈니스 지구 재생은 마루노우치와 니혼바시라는 두 축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마루노우치는 미쓰비시지쇼가 제도 혁신과 연결성을 앞세워 재생한 지역이고, 니혼바시는 미쓰이부동산이 “보존하고, 되살리고, 창조한다”는 개념으로 시간을 자산화한 지역이다.


마루노우치의 특징은 건물 하나의 성공이 아니라 지구 단위의 합의와 운영에 있다. 오테마치·마루노우치·유라쿠초(OMY) 지구에서는 토지 소유자들이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재개발과 도시계획, 지속 가능한 지역 운영을 공동으로 추진해 왔다. 도쿄도 역시 이 지역을 “에어리어 매니지먼트형 스마트시티”로 설명한다. 즉, 완공이 끝이 아니라 운영이 시작이라는 사고가 이미 제도화돼 있다.


니혼바시는 다른 길을 택했다. 이곳은 2000년대 초부터 “Nihonbashi Revitalization Plan” 아래 공공·민간·지역사회가 함께 도심을 되살려 왔고, 최근에는 “Nihonbashi River Walk”라는 이름으로 강변 보행 네트워크와 수변 공간을 다시 여는 작업까지 이어지고 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니혼바시 강 위에 놓였던 수도고속도로는 2035년 지하화 구간 개통, 2040년 고가 철거를 목표로 재편이 추진되고 있다. 도시의 하늘을 다시 열겠다는 발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발의 방향이다. 도쿄는 오래된 것을 남길지, 새것으로 바꿀지를 이분법으로 보지 않았다. 남길 것은 남기고, 새로 넣을 기능은 넣고, 그 둘이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와 운영을 먼저 설계했다. 그래서 도쿄의 도시재생은 철거냐 보존이냐의 싸움보다, 시간과 기능을 어떻게 공존시킬 것인가의 문제에 가깝다.


3. 도시는 건물보다 운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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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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