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위를 겨냥하지만 짐은 아래로 내려간다

보유세 강화가 세입자 월세로 돌아오는 구조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by 김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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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아나도 짐은 남는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1939년 희곡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에서 30년 전쟁 속 여인을 그렸다. 그녀는 전쟁 상인으로 살아남으려 했다. 전쟁이 삶의 조건이었으니, 그 안에서 버티는 것 외에 선택이 없었다. 브레히트가 보여준 것은 역설이었다.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던 그녀가 바로 그 전쟁으로 자식을 하나씩 잃는다. 제도 안에서 버티는 일이 곧 제도에 소진되는 일이었다.


2026년 5월, 다주택자를 겨냥한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됐다. 조정대상지역 내 3주택 이상 소유자가 주택을 팔 경우 기본세율에 30%포인트가 가산된다. 최대 세율은 75%,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82.5%다. 공시가격 상승 여파로 서울 주요 아파트 보유세는 30%에서 40% 이상 급등했다. 정책의 화살은 분명히 위를 향했다.

문제는 제도가 만들어낸 짐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가이다. 그것이 지금 세입자 앞에 놓인 질문이다.


2. 세금 강화의 내용과 조건


정부는 2026년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의결했다. 2022년 5월 이후 1년씩 연장돼 온 유예 조치가 4년 만에 끝나는 것이다. 5월 9일까지 계약을 체결하면 4개월에서 6개월의 경과 기간이 주어지지만, 5월 10일 양도분부터는 중과세율이 전면 복원된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 소유자는 30%포인트가 가산되며,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사라진다. 규제지역 주택을 10년 보유한 3주택자가 6억 원 차익을 남기고 매도할 경우, 세금 부담은 유예 기간 대비 2.4배 이상 높아진다.


보유세도 함께 오르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4년째 공동주택 기준 69%로 동결됐지만, 부동산 시세 급등으로 공시가격 자체가 크게 올랐다. 서울 전체 표준지 공시지가는 2026년 4.89% 상승했고, 강남권 주요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20%에서 29%까지 오른 곳도 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뷰 전용 78㎡ 기준 보유세는 전년 대비 32.8% 증가한 약 1,599만 원이며,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9차 전용 111㎡는 42.5% 늘어난 약 2,647만 원으로 산출됐다.


세입자가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어디 있는가.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2023년 기준 8%다. 정부는 2026년 공적임대 15.2만호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건설형은 3만호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매입임대 6.5만호와 전세임대 4.5만호로 구성된다. 계획 수치는 커졌지만, 입주 가능한 물량이 언제 어디에 나타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보유세는 이미 오르고 있다. 세입자가 이동할 수 있는 공공임대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3. 세금이 말하지 않는 전제


이 정책의 전제는 명확하다. 세금을 높이면 소유자가 매도를 선택하고, 그 매물이 시장에 공급되어 가격이 안정된다는 것이다. 틀린 전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 전제가 작동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소유자가 매도 외에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아야 하고, 세입자가 옮겨갈 수 있는 대안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현실은 이 조건들이 모두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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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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