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가 전쟁보다 금에 먼저 말을 거는 이유는 무엇인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1944년 단편집 「픽션들」(Ficciones)에서 바빌론의 복권 이야기를 썼다. 이 도시에서 복권은 단순한 상금 추첨으로 시작됐지만, 점차 처벌까지 결정하고 마침내 모든 사회적 지위와 운명을 좌우하는 체계로 진화했다. 사람들은 이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안다고 믿었다. 그러나 복권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회사'의 실체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규칙은 분명히 있었다. 그 규칙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금 ETF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고 금값은 온스당 2,050달러를 돌파했다. 투자자들은 규칙을 알고 있었다. 전쟁이 나면 금은 오른다. 그러나 그해 10월, 같은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금값은 1,620달러까지 내려앉았다. 반년 만의 낙폭은 약 20%였다.
보르헤스의 바빌론처럼, 규칙은 있었다. 그 규칙이 작동하는 조건이 이미 바뀌어 있었을 뿐이다.
과거 전쟁에서 금값이 올랐던 것은 사실이다. 19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금값은 약 3개월 만에 온스당 365달러에서 414달러로 약 13% 상승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시기에도 단기 상승이 있었다. 전쟁 이후 2000년대 내내 이어진 금 강세장은 2001년 온스당 250달러에서 2011년 1,900달러 수준까지 10년간 지속됐다.
그러나 그 상승을 만든 것은 전쟁이 아니었다. 전쟁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경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렸다. 낮아진 금리는 실질금리를 끌어내렸고,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인 금의 상대적 매력을 높였다. 전쟁이 금을 올린 것이 아니라, 전쟁이 저금리를 불렀고 저금리가 금을 올렸다.
2022년은 구조가 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유가는 배럴당 130달러 수준까지 급등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2년 6월 9.1%로 198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는 3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해 9개월 만에 0.25%에서 4.25~4.50%까지 끌어올렸다. 인플레이션이 폭발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달러 인덱스(DXY)는 2022년 9월 114에 도달했다. 20년 만의 최고치였다.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기준 실질수익률은 마이너스 권에서 약 2%대로 급등했다.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금값은 하락했다.
사람들이 알고 있던 규칙이 작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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