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숫자가 농민에게는 이익이고 소비자에게는 부담이다

쌀값 역대 최고치, 그 뒤에 남겨진 사람은 누구인가?

by 김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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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빵 한 조각이 묻는 것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1862)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장발장이 19년을 감옥에서 보내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위고가 정작 묻고 싶었던 것은 장발장의 죄가 아니었다. 사람이 빵을 살 수 없게 만드는 조건, 그리고 그 조건을 만든 사회가 법의 이름으로 무엇을 지키는지였다.


식량의 가격은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신호가 아니라, 분배의 구조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다.


2026년 봄, 국내 대형마트의 쌀 코너에는 20kg 한 포대에 5만 8000원 안팎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 2025년 산지 쌀값이 역대 최고치를 찍은 결과다. 불과 1년 전,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들이 마트 카트에 쌀 포대를 가득 채워 사 가던 광경이 뉴스에 올랐다. 당시 한국 쌀이 일본보다 현저히 쌌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 차이가 빠르게 좁혀지는 중이다. 일본도 2025년 한 해 쌀값이 두 배 넘게 뛰었고, 양국이 거의 동시에 같은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19세기 파리에서 빵이 꺼내던 질문이 2026년 한국의 쌀값 앞에서 다시 돌아온다. 가격이 오르는 동안 누가 이기고 누가 버티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58%의 이익이 태어난 조건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3월 27일 발표한 '2025년 논벼(쌀)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10a(1000㎡)당 벼농사 순수익은 42만 7256원이었다. 전년보다 15만 6673원이 늘었다. 증가율은 57.9%로, 2011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 급증의 동력은 생산량 증가가 아니었다. 2025년 10a당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1.7%밖에 늘지 않았다. 반면 산지 쌀값은 2024년 20kg당 4만 6000원에서 2025년 5만 8000원으로 25.0% 올랐다. 수익 급증의 대부분은 증산이 아니라 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것이다.


생산비도 동시에 올랐다. 2025년 10a당 논벼 생산비는 92만 1395원으로 전년 대비 4.4% 상승했다. 비료비·농약비 같은 직접생산비와 토지용역비 등 간접생산비가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격 상승 폭이 훨씬 컸기 때문에 농민의 실질 수익은 크게 증가했다.


가격 상승의 파급은 외식 시장으로 이어졌다. 일부 식당에서는 공깃밥 가격을 인상했고, 삼각김밥은 3.6%, 비빔밥·된장찌개 등 밥류 외식은 3% 중반 수준으로 올랐다. 식품비 지수는 1년 전보다 5.1% 상승했다.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양곡 10만t을 신속히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수급 불안이 지속되면 최대 5만t 추가 방출도 가능하다는 방침이지만,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 가격이 오른 구조와, 그 구조에 대응하는 정책 사이에 시차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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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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