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살린 것은 빌딩이 아니라 전략이다

왜 마루노우치와 니혼바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시 강해졌는가

by 김선철
OIP.y2G4JVH8dMRbZGcaLY72IwHaEK?pid=Api


1. 중심은 어떻게 되살아나나


1914년 문을 연 도쿄역 마루노우치 역사는 근대 일본의 관문이었다. 다쓰노 긴고가 설계한 이 붉은 벽돌 역사는 단지 철도시설이 아니라, 황거와 업무지구를 마주 보는 국가적 얼굴이었다. 한편 니혼바시는 에도 초기부터 일본의 다섯 간선도로가 시작되는 상징적 기점으로 기능했다.


지금 그 사이를 걸어보면 도시는 전혀 다른 언어로 말을 건다. 도쿄역 서쪽의 마루노우치는 유리와 강철의 초고층 빌딩, 넓어진 보도, 광장형 이벤트 공간으로 사람을 받아들이고, 동쪽의 니혼바시는 오래된 상업의 기억을 현대적 생활문화로 번역하며 사람을 머물게 한다. 같은 도심인데도 한쪽은 하늘을 다루고, 다른 한쪽은 시간을 다룬다. 그래서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도시의 중심은 무엇으로 다시 살아나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두 지역이 어떤 조건 위에서 다시 설계되었는지부터 봐야 한다.


2. 두 도시의 조건 변화


마루노우치는 개별 필지의 집합이 아니라, 장기간 한 사업자가 지배적으로 관리해 온 거대한 도심 포트폴리오에 가깝다. 미쓰비시 지쇼는 마루노우치 일대에서 약 30개 오피스 빌딩을 보유·관리하고 있으며, 오테마치·마루노우치·유라쿠초 권역은 약 120헥타르, 106개 건물, 4,300개 사업장, 28만 명이 일하는 일본의 핵심 비즈니스 구역이다. 이 정도의 집적은 한 동의 빌딩이 아니라 ‘구역 전체’를 하나의 사업 단위로 다룰 수 있게 만든다.


이 집적 위에서 미쓰비시 지쇼는 2000년대 재편을 밀어붙였다. 2002년 마루노우치 빌딩, 2007년 신마루노우치 빌딩이 잇달아 들어섰고, 나카도오리 보도 폭은 6m에서 7m로 넓어졌다. 주말·공휴일 점포 수와 보행자 수는 마루노우치 빌딩 개장 이전 대비 각각 세 배로 늘었다. 업무 전용지였던 곳에 쇼핑, 식음, 문화, 이벤트가 들어오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사는 거리”가 주7일 도시로 바뀐 것이다.


그 전환의 핵심 장치는 용적률이었다. JR동일본은 도쿄역의 미사용 용적을 주변 개발에 이전해 그 수익으로 도쿄역 복원 재원을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미쓰비시 지쇼도 예외적 용적률 지구 제도를 통해 도쿄역의 미사용 용적을 역 주변 건물에 이전할 수 있었다고 밝힌다. 즉 마루노우치의 재생은 예쁜 거리 만들기가 아니라, 공중권과 제도, 자본 회수 논리를 결합한 금융형 도시재생이었다.


반면 니혼바시는 다른 길을 택했다. 미쓰이 부동산은 2004년 COREDO 니혼바시를 시작으로 재생 1단계를 열었고, 2014년 COREDO 무로마치 2·3, 2019년 COREDO 무로마치 테라스로 단계를 확장했다. COREDO는 CORE와 EDO를 결합한 이름이며, 니혼바시를 다시 도쿄 상업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여기에 후쿠토쿠 신사와 후쿠토쿠 가든, 닌벤의 다시 바 같은 콘텐츠가 더해지면서 전통은 박제가 아니라 소비 가능한 현재가 되었다.


그리고 니혼바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니혼바시 강 위를 덮고 있는 수도고속도로는 지하화가 추진 중이며, 현재 계획상 지하 노선은 2035년 개통, 고가는 2040년 철거 예정이다. 미쓰이 부동산은 동시에 이 지역을 라이프사이언스와 우주산업의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전통상업지의 부활이 결국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선철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1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8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9화한국 식당이 잃은 것은 인건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