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의 파격 조건은 누구의 돈으로 돌아오는가
괴테의 『파우스트』에는 인간이 눈앞의 욕망과 먼 훗날의 대가 사이에서 흔들리는 장면이 반복된다. 파우스트가 얻고자 한 것은 당장의 충족이었지만, 그 충족은 언제나 나중의 대가를 품고 있었다. 거래는 대개 그렇게 시작된다. 처음에는 선물처럼 보이고, 끝에는 계산서로 돌아온다.
최근 강남 재건축 수주전도 이와 닮아 있다. 조선일보는 신반포19·25차 통합 재건축과 압구정5구역 사례를 통해 시공사들이 LTV 100% 수준의 이주비 지원, CD금리 -1%의 사업비 조달, 조합 예정가보다 낮은 공사비 제안 등을 내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 제목 그대로 강남 재건축 수주전은 이제 브랜드 전쟁을 넘어 금융 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이주비가 부족한 시점에 시공사가 자금을 지원해주고, 고금리 시대에 금리를 낮춰주며, 공사비까지 깎아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비사업의 숫자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문제는 “얼마나 지원해주느냐”가 아니라 “그 지원금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부담으로 귀착되느냐”이다.
그 질문을 따라가면, 이 기사는 단순한 수주전 기사가 아니라 정비사업의 비용 질서를 보여주는 장면이 된다.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19·25차 통합 재건축 수주전에서 LTV 100% 수준의 이주비 지원을 제안했다. 조합원이 집단대출로 기본 이주비를 먼저 받고, 부족한 금액은 시공사가 제공하겠다는 방식이다. 포스코이앤씨는 같은 사업장에서 CD금리에서 1%포인트를 낮춘 금리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보도됐다. 삼성물산도 이에 맞서 사업비 전체를 한도 없이 최저금리로 조달하겠다고 제안했다.
압구정5구역에서는 DL이앤씨가 조합 예정가보다 3.3㎡당 약 100만 원 낮은 1,139만 원의 공사비를 제안한 사례가 언급됐다. 공사비 급등, 고금리, 대출규제,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겹친 상황에서 시공사들은 브랜드보다 금융조건과 공사비 조건을 앞세우고 있다.
이런 흐름은 우연이 아니다. 조합원은 더 이상 “어느 브랜드가 더 고급스러운가”만 보지 않는다. “내가 지금 이주할 수 있는가”, “입주할 때 추가분담금이 얼마나 나오는가”, “공사비가 더 오르지 않는가”를 본다. 정비사업의 표심은 외관 디자인에서 금융조건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32조는 건설업자 등이 계약 체결과 관련해 시공과 관련 없는 이사비, 이주비, 이주촉진비, 그 밖의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체계로 규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도 같은 방향이다. 이주비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은행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여하는 것은 금지되며, 다만 시중금리 수준의 추가 이주비 대출 제안은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 기사 속 제안들은 단순히 “좋은 조건”으로만 볼 수 없다. 그 조건이 도정법상 허용되는 정상적 대여인지, 아니면 시공자 선정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재산상 이익 제공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시공사의 추가 이주지원금은 그 표현부터 위험하다. “지원”이라는 말은 조합원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도정법의 눈으로 보면 질문은 달라진다. 그것이 대여인가, 무상 제공인가. 금리는 시중금리 이상인가, 은행 최저금리보다 낮은가. 공사와 직접 관련된 사업비인가, 조합원 개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재산상 이익인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