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O 규율·토지 우선공급·그린본드로 ‘연속·예측·품질’
주택공급, ‘토지·자금·절차’ 3축을 갈아엎어야 산다
집값을 단기 규제로 누르면 공급은 멈춘다. 한국 주택시장의 병목은 가격이 아니라 파이프라인 설계다. LHRI가 최근 비교한 싱가포르·스웨덴·베네수엘라 사례는 방향을 분명히 가리킨다. 한국은 지금 토지–자금–절차 3축을 재설계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국유지 90%를 바탕으로 HDB가 계획·건설·분양을 일괄 담당한다. BTO(사전예약)가 70%를 넘으면 착공하는 간단한 규칙으로 예측 가능한 공급을 유지한다. 공공임대는 시세의 10%, 신규 분양가는 시세의 30~35% 수준이다. 결정적 차이는 재원이다. 중앙기금(CPF)은 GDP의 15.5% 규모다. 한국의 주택도시기금은 2.6%로 여섯 분의 일에 불과하다. 스웨덴은 지자체 토지우선공급(마르크안비스닝)으로 계획과 공급을 직결하고, 지방 공동체(그린본드 포함)로 저금리 장기자금을 조달한다. 다만 대기명부 평균 11.6년이라는 역설도 분명하다. 베네수엘라는 의무대출과 가격통제로 물량을 밀어붙였지만 품질·지속성이 무너졌다. 반면교사다.
한국은 공공·민간 혼합과 선분양으로 효율을 냈지만, 민간 토지 의존과 임대 적자 보전의 부재, 절차의 불예측이 구조적 한계다. 금리·원가가 오르면 공급이 급랭하고, 내리면 과열과 분쟁이 재현된다. 이제는 규칙을 바꿔야 한다.
첫째, BTO형 ‘수요확정–착공’ 규율을 도입하라. 권역·평형별 사전예약률 70% 달성 시 착공, 월별 공급 캘린더의 의무 공개를 법제화하라. 미분양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낮추고, 공정·원가 관리를 가능케 한다.
둘째, 마르크안비스닝식 토지 우선공급을 제도화하라. 지구단위계획과 연동해 공공성(임대 비율·임대료 상한·혼합 구성)을 계약에 규정하고,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공·민 사업자에게 토지 우선권을 준다. 토지 프리미엄을 억제하고 계획과 공급을 직결하는 지름길이다.
셋째, 지방 공동체·그린본드 라인을 상시화 하라. 공공임대·도시재생·생활SOC에 한해 지자체와 공공이 공동보증 펀드를 만들고, 그린·소셜 채권으로 장기저리 자금을 조달하라. 스웨덴처럼 조달금리를 국채+70~80bp로 낮추면 경기 하강기에도 임대 파이프라인을 유지할 수 있다. “수요자 대출” 중심에서 “공급자 장기자금”을 보완해야 한다.
넷째, 공공임대 ‘적자보전 회계트랙’을 부분 도입하라. 청년·고령·취약계층 임대 및 역세권 혼합단지의 하부층 임대는 구조적 적자를 인정하고, 중앙·지방이 분담해 명시 보전하라. 교차보조만으로는 사이클 하강기에 공급이 끊긴다.
다섯째, Resale Levy(재판매 환수)와 의무거주 강화가 필요하다. 공공분양에 실질적 환수장치와 5~10년 의무거주를 붙여야 초기 분양가 인하가 정책효과로 남는다. 투기 회전문을 끊어야 한다.
여섯째, 혼합단지 표준화를 서둘러라. 한 단지 내 분양·임대·분양전환을 블록 단위로 결합하고, 대규모 택지·정비구역에 혼합 비율 최소 30~50%를 설정하라. 지역 수용성과 사회적 혼합을 동시에 얻는다.
일곱째, 가점제+대기명부 통합 플랫폼을 만들라. 당첨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지역별 대기기간을 공개해 수급조절에 반영해야 한다. 스웨덴의 장점은 예측성이다. 단점인 ‘과도한 대기’는 한국식 가점과 병행해 보정하면 된다.
정부는 “예산이 없다”를 이유로 미뤄선 안 된다. 재원은 기금 구조 개편, 지방 공동체, REITs·프로젝트본드로 스택을 쌓으면 된다. 국회는 BTO 규칙·토지 우선공급·공동체 3 법을 이번 회기 내 통과시키고, 지자체는 표준 협약서와 연동된 신속 인허가로 답해야 한다. 민간도 가격·의무거주·환수 조건을 받아들이는 대신, 예측 가능한 일정과 토지 접근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주택공급은 정치가 아니라 공학이다. BTO(절차), 마르크안비스닝(토지), 지방 공동체(자금)—이 세 가지 규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경기와 무관하게 공급은 연속·예측·품질을 갖춘다. 더 늦기 전에 규칙을 바꾸라. 그것이 집값을 안정시키는 가장 값싸고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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