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셔야 산다?”

스타벅스 프리퀀시와 현대인의 불안한 소비 중독

by 김선철
사진출처 : 스타벅스 홈페이지

서울 강남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아침 8시도 되기 전, 손에 테이프로 겹겹이 감싼 쇼핑백을 든 사람들이 줄을 선다.


그 안엔 아무도 마시지 않은 음료 5잔이 담겨 있었다.

주문은 한 명이 했고, 나눠 마실 사람도 없다.


목적은 단 하나 – ‘굿즈 스티커’다.

"이거 안 마실 건데 그냥 주세요."

"스티커만 받을게요. 컵은 버리셔도 돼요."


우리는 지금, 커피가 아니라 '증표'를 마신다.

음료는 들러리, 스티커가 주인공이다.




‘열광’인가, ‘강박’인가?


스타벅스의 프리퀀시 마케팅은 소비심리를 정확히 꿰뚫었다.

희소성, 한정판, 수집욕.


이 세 가지는 누구에게나 내면의 경쟁 본능을 깨운다.

하지만 이제 그 열광은 ‘강박’의 형태로 번지고 있다.


"다 모아야 한다", "못 받으면 나만 손해"라는 압박은

현대 소비자들의 피로한 일상 위에 또 하나의 스트레스를 얹는다.


마셔야만 얻게 되는 혜택.

소비는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닌, 강요된 의식이 되었다.




소비 중독이 된 굿즈


굿즈를 받기 위해 하루 세 잔의 음료를 ‘억지로’ 마시고,

속이 더부룩한 채로 일터에 나가는 사람들.


소화제를 곁들이며 또 한 잔을 시키는 젊은 여성들.

이런 장면은 더 이상 드문 풍경이 아니다.


SNS엔 인증샷이 넘쳐나고, 중고마켓엔 리셀 굿즈가 넘친다.

마케팅이 불러온 이 ‘굿즈 중독’은 결국 소비의 목적과 방향을 왜곡시킨다.




환경, 윤리, 그리고 피로


프리퀀시 시즌에는 일회용 컵 사용량이 급증한다.

다 마시지 않는 음료는 쓰레기로 전락한다.


공식적인 캠페인에서는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면서,

한쪽에서는 굿즈 경쟁을 부추긴다.


이는 윤리적 소비와 ESG 가치와 정면 충돌한다.

무엇보다도 현장 직원들의 피로도가 크다.


고객 응대, 스티커 계산, 굿즈 배분으로 감정노동이 폭증하고,

사소한 민원에도 번아웃 증세를 보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프리퀀시가 자극하는 불안정성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스타벅스 마케팅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심리를 건드린다.


최근 수년간 MZ세대는 팬데믹과 경기침체, 고용불안, 관계 단절 등

여러 겹의 정서적 불안정 속에 놓여 있다.


그런 심리적 결핍 위에 '수집', '성공', '인증', '보상'이라는 프레임이 결합하면,

프리퀀시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정서적 도박이 된다.


“이걸 못 가지면 뒤처질까 봐.”

“모두가 올리는 사진을 나만 못 올리면 초라해 보여서.”

“사는 게 힘든데, 이거라도 갖고 싶어서.”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줄을 선다.

마시지도 못할 음료를 위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기업은 매출을 올리고, 소비자는 굿즈를 얻는다.

하지만 그 뒤에는 낭비된 자원, 불필요한 스트레스, 왜곡된 소비 문화가 있다.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이 비워내야만 했다.

이제는 물어야 할 때다.


"이건 누구를 위한 마케팅인가?"

그리고 우리는, 정말 그 굿즈를 ‘원해서’ 가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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