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어스송 커뮤니티Earthsong Eco-Neighbourhood
뉴질랜드의 대표적 도시 오클랜드 근처에 생태주거 공동체가 있다니. 어스송 커뮤니티Earthsong Eco-Neighbourhood를 찾아가는 길이 설렜다. 오전 9시, 서울과 비슷한 출근길 정체를 어렵게 뚫고 도착한 어스송은 도심을 벗어났지만 대중교통과 상가, 도서관 등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조건 속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창립멤버 로빈 엘리슨 씨는 어스송의 비전을 친환경적 지속 가능성 유지, 사회적 관계의 지속성과 이러한 생각을 나누고 교육하는 일이라 밝혔다.
“한 달에 한 번만 수고하면 일곱 번은 편안하게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으니 좋죠.”
창립 멤버인 로빈 엘리슨Robin Ellison 씨는 어스송의 비전을 ‘친환경적 지속가능성 유지, 사회적 관계 지속성’과 “이러한 생각들을 나누고 교육하는 일”이라 말했다.
약 3천 평에 이르는 마을 안 커뮤니티 가든은 다양한 종류의 풀과 꽃, 채소들이 어우러져 어찌 보면 ‘전쟁을 포기한 풀숲’ 같은 느낌이 든다. 퍼머컬쳐의 철학을 담아 이곳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채소는 함께 나누는 식사의 재료가 되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마을의 문제나 이슈는 함께 모여 논의하는데, 이때 6가지 색깔 카드가 등장한다. 가령 빨강은 “문제를 제기합니다”, 주황은 “찬성합니다”, 노랑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파랑은 “의견이 있습니다”, 초록은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검정은 “개인 사정이 있습니다” 등의 뜻을 담는다.
“1995년에 생태 주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시작됐어요. 1998년 과수원이었던 땅을 공동으로 사서 마을을 어떻게 만들 건지 상의했죠. 2000년 말에 건물을 짓기 시작해서 32채를 짓는 데 8년이 걸렸어요.”
뜻을 모으고 마을 조성까지 15년. 이들은 수많은 갈등과 문제를 넘는 동안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스송의 집들은 화학접착제 대신 식물성 성분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건축하고, 온수를 만드는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빗물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도록 지붕을 만들고, 6대의 저장탱크에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쓴다. 길 이외의 모든 공간은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고 연못에 고일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대가 잘 살 수 있도록 마을 전체를 디자인했다.
어스송 커뮤니티의 전출입은 자유롭다. 다만 이곳에 들어올 때는 공동 규약에 대한 동의 절차를 거친다. 로빈 엘리슨 씨는 “올해 새로 들어온 가족이 있는가 하면, 초창기 멤버 중 현재 세 가족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은 지금도 있지요. 사정에 따라 떠나는 사람도 종종 있어요. 하지만 여러 가지 장치와 시스템으로 잘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지구의 노래’라는 의미의 어스송은, 성장과 발전에 집착하는 현재의 우리에게 ‘뭣이 중헌디’를 묻는다. 그 핵심은 자연과의 관계, 사람과의 관계의 속에서 ‘과하지 않음’이 아닐까.
함께 가는 길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산농촌문화 2016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