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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사 작사가 류익 Oct 23. 2024

[창업 일지] #32. 스타트업 일기

졸업) D-173 2022. 9. 2. (금)


<귀국 후>


ㆍ 귀국 후 나름 편히 쉬었다. 나 역시 한국 사람이 맞긴 하나보다. 어머니가 해 주신 음식을 잔뜩 먹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잠도 푹 잤다. 오랜만에 잘 먹고 잘 쉬니 정말 생기가 돋는다. 그리고 귀국한 이상 몇 개의 다짐을 하려 한다.   


1. Contents를 생산하는 생산자가 되자 

2. 단지 친목을 위한 모임은 자제하자 

3. 돈이 들어올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Pipe line을 만들자  


이제 정말 내 인생을 한 번 설계할 시간이라는 것을 느낀다. 여태 작성했던 일기도 차근차근 업로드를 하고, 가능하면 Youtube 영상도 만들어보고, 기회가 닿는다면 위탁판매를 해보며 살아가며 생기는 이런저런 고민거리와 해보고 싶은 일을 과감히 해소해보고 싶다. 지금 이 다짐이 수일 내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당분간 쓸데없는 것들은 모두 줄이려 한다. 의미 없는 것은 최대한 줄이고 싶다. 특히 의미 없는 친목 다지기, 의미 없는 술자리, 의미 없는 만남 등 내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그 많은 시간을 일단은 모두 내쳐내고 살아가고 싶다. 

이러한 영향인지, 일본에서 귀국했냐며 친구들과 동료들의 연락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만남을 자제하려 노력하고 있다. 내 삶과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조금 더 집중을 해보자.




졸업) D-159 2022. 9.16. (금)


ㆍ 한국으로 귀국한 지 어느덧 한 달을 바라보고 있다. 귀국하자마자 집에서 조금 쉬며 여태 썼던 일기를 다시 되살펴보며 며칠을 보낸 뒤 동규가 창업한 회사로 출근하게 되었다.


ㆍ 어느덧 추석도 지났다. 오랜만에 집안 어르신들을 만나고, 아버지를 찾아뵙고, 대구로 내려왔다. 회사는 대구에 3 공단 안에 있었고, 이곳에서 친환경 연료 연구를 하는 것이 내 몫이었다. 공장의 원 주인은 알고 지내고 있던 진욱이 형님이고, 형은 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분체 공장에서는 분체/도장 작업을 하고 난 뒤 폐분체도료가 생기는데, 이것을 처리하려면 불법으로 수출하거나 매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도료를 재활용해서 고형 연료 Pallet을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 사업의 주 아이템이다.

스리랑카에서 국제개발 사업을 할 때 버려지는 수많은 폐 버섯 배지를 한 번 연료로서 재활용해보자는 취지로 Pallet 기계를 들여 직접 Pallet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직접 Pallet을 찍어 보았지만 매연이 너무 심하고 생각보다 효율이 좋지 않아 사용도 잘 못해보고 기계를 그냥 방치했었다. 그런데 그 기획안을 되살려 여기 대한민국에서 Pallet을 찍어내서 산업 발전소에 판매하는 발상을 했다. 사업 주체 및 자금 집행은 진욱이 형의 회사에서 하고 동규는 기술 개발, 나는 각종 행정 업무 및 기타 잡무를 맡게 될 듯하다.


ㆍ 일은 일단 재미있고, 할만하다. 9시부터 18시까지 계속해서 근무시간이 계속 이어지기는 하지만, 일의 난이도가 사실 그리 높지는 않고, 아직은 직원이 진욱이 형, 동규, 나 셋 뿐이라 사무실 분위기가 아주 유하다. 인원에 비해 벌리고 있는 일, 진행 중인 일이 생각보다 많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신재생 에너지 분야와 제조업 분야를 동시에 겪어볼 수 있는 것도 참 신기하다. 


ㆍ 시간이 갈수록 막연히 대학원에 대한 필요성을 추상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정말, 결코 생각해 본 적 없는 길이다. 하지만 학위라는 면허가 있으면 기회, 그리고 많은 자격들이 따라온다는 것을 조금씩 실감한다. 학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아직까지는 없다. 고민을 이어가던 와중 GTEP 김귀옥 교수님이 영남대 경영학 석사를 추천해 주신다. 여태껏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내가 대학원에 지원한다면 경영의 방향이 맞다는 것을 느낀다.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졸업) D-150 2022. 9.25. (일)


ㆍ 요즘 몸 상태가 너무나도 좋다. 스리랑카에 갈 때, 그리고 생활한 지 약 1년이 지났을 때 속트림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점점 심해지기 시작하더니, 항상 속트림을 달고 살게 되었고, 결국은 밥만 먹으면 잠이 미친 듯 쏟아지며 구역감을 항상 가지고 살았다. 구역감이 들어 속을 뱉어내고 나면 하얀 가래가 가득 쏟아진 날도 많았다. 어떻게든 속을 관리하려 커피를 끊고, 술도 가능하면 안 먹고, 건강에 좋다는 음식들을 조금씩 먹어보기 시작했다. 


ㆍ 일본에 있을 때는 정말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일상생활이 그리 빡빡하지는 않았는데, 일본 특유에 음식에서 비롯된 날 음식과 튀긴 음식 때문이었을까 나 역시도 몸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짐을 느꼈다. 일본에서 만난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 겸 만남을 가질 때면 그 잠시를 누군가의 앞에 앉아 있지를 못하겠더라. 자꾸 구역질이 나고, 쓰러질 듯 몸이 좋지 않았다. 정말 못 견디겠으면 이따금씩 화장실로 가서 쪼그려 앉아 속을 달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공원 의자에 누워 있기도 했다. 정말 다행히도 귀국하면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밥을 먹으며 체력을 많이 회복했고, 일을 시작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이 습관화되어 지금은 아주 많이 좋아졌다. 한 번 공황장애를 앓고 난 이후 최근 몸 상태가 가장 좋은 것 같다. 건강하고 몸 상태가 좋은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앞으로도 건강을 우선시하며 살아가야지.


ㆍ 마지막 학기는 취업계를 받아 지금 학교에는 나가지 않고 있다. 졸업을 위해서는 최소 1학점을 등록해야 한다고 학교로부터 안내받았기에 수업 하나를 신청하기는 했지만 역시 P/F 과목이라 시험을 안 쳐도 되어 사실상 수업은 없고, 정말 졸업만을 앞두게 되었다. 졸업의 눈앞까지 오는데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지났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슴부터 느껴지는 소감은 졸업을 할 때 길게 써보고 싶다.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졸업 요건이 필요하다. 전문 자격증을 따거나 어학 성적 요건을 맞추면 된다. GTEP 사업단을 하며 무역영어 1급에 도전해 보긴 했지만 도저히 흥미가 생기지 않아 금방 놓아버렸고, 시간을 보내고만 있다가 졸업에 거의 다가와 어학 시험을 치고 있다. 인정되는 시험은 TOEIC/JPT/HSK 등이 있는데, 일단 TOEIC/JPT에 응시는 했다. JPT는 생각보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아 그럭저럭 보았는데, TOEIC은 잘 본 듯하여 기대가 된다.


ㆍ 더해서, 교환 유학을 했던 후쿠이 대학에서도 마지막 서류가 도착했다. 성적표와 재학 증명서가 왔는데 총 16학점 취득에 3.00의 평점을 받았다. 이 성적도 전공 학점으로 잘 인정받게 된다면 정말 이제는 졸업이다.

 

ㆍ 회사 일은 재미있다. 일단 정말 알지 못하는 환경 분야이고, 앞으로도 portfolio를 쌓아 갈 때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조금 더 욕심내서 대구광역시에서 보내주는 4차 산업혁명 청년 지원단이나 환경부 주최 국제 환경 전문가 course를 이수해 볼 예정이다. 앞으로 많은 일들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졸업) D-141 2022.10. 4. (화)


ㆍ 우리는 창업을 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Start-up에 몸을 담게 되다니. 어느 정도 진척이 있는 상태에서 이 팀에 들어와 조금만 더 노력해서 우리는 빛을 발하기만 하면 된다. 세상에 부딪혀서 빛을 발하기 일보 직전, 조금만 앞으로 나가면 성공이든 실패이든 알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해도 괜찮다. 나는 결과가 궁금하다. 


ㆍ 다시 창작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시 무언가를 쓰고 싶고, 만들고 싶고, 담고 싶고, 올리고 싶다. 마음속에 욕구는 가득하지만 막상 시간과 기회가 주어져도 손은 잘 안 간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다시 쓰고, 소통하기 시작해야겠지.


ㆍ 졸업을 위해 응시했던 어학 성적이 공개되었다. 일단 우리 학과의 졸업 기준은 TOEIC/JPT 상관없이 700점을 넘으면 된다. 사실 시험을 응시할 때 공부하곤 하나도 안 했고 시험 당일까지도 시험 시간 직전까지 늘어지게 자다가 시험을 응시했다. 공부를 아예 안 했기에 사실 시험장에서 시험 유형을 처음 보게 되었다. 시험 결과는 TOEIC 705점, JPT 695점을 획득했다. 둘 다 기준 선에 정말 걸치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당장 급한 불은 껐다.

거기에 더해서 후쿠이 대학에서 취득한 학점도 모두 인정받았다. 전공학점은 69점이 졸업 기준이고, 난 70학점을 취득했다. 졸업 학점은 130학점이고 나는 총 140학점을 취득했다. 평점 평균은 3.54로, 정말 평범하게 내 대학 생활을 끝내게 되었다. 정말 후련하다. 얼마나 졸업을 꿈꾸어 왔는데, 정말 이제는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 


ㆍ 일을 시작한 지도 만 한 달이 지났다. 적응이라 말한다면 얼추 적응했고, 업무 체계도 대부분 이해했다. 이곳에서의 내 역할이 무엇인지,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대충 알겠다. 하지만 나 자신이 우리 기획안에 대한 공부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내가 한 일은 서류 보조와 신규 사업 지원 밖에 없다. 개중에 합격한 것도, 탈락한 것도 있지만 합격한 것 중에 어이없는 실수로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이 몇 있다. 사업자 등록증을 두 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창업 기업으로 인정이 안 된 경우도 있고, A 사업자에 관련된 서류를 B 사업자로 송신해 버린 건도 있다. 아직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지원했던 사업 대부분이 불합격에 그쳤지만, 합격한 사업마저도 이렇게 기회를 날려 버리다니 나 자신이 한없이 작게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약간 울적한 마음이 들어 근무 시간인제도 사무실을 뛰쳐나가 주변 공원을 한참이나 걷다 오고는 했다. 진욱 형님은 어찌 첫 술에 배부르냐고 한다. 맞는 말이다. 조금씩 정진해 나가야겠지.




졸업) D-130 2022.10.15. (수)


ㆍ 정신없는 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작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내게 주어진 일은 많고, 쳐내야 할 일도 생각보다 많다. 

최근에 탄소 중립&환경 산업 박람회에 다녀왔다.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의 일정이라 꽤 많은 시간 투입이 필요했고, 심지어 행사장은 인천이었다. 사실 전시회 참가도 정말 즉흥적으로 정해졌다. 우연히 동규가 이 행사를 알게 되었고, 행사 참여비 등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생겨 참가를 급히 준비하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여태 경험했던 전시회와는 결이 너무나도 달랐다. 나는 대부분 소비재를 취급하는 전시회에 참가했었고, 만들어진 완제품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판매한 하면 되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물건을 판매한다는 개념보다는 자사의 물건을 홍보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고, 심지어는 우리 제품이 완전히 개발이 끝난 것이 아니기에 소비자 및 관계자를 만난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했다. 완성이 아직 되지 않은 상품을 홍보한다는 것은 내 이치에는 크게 맞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규의 생각은 달랐다.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모든 사업의 주체는 동규이기 때문에 따라가야 했다. 하지만 진욱이 형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통상 한 개의 전시회를 준비하는데 수일의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나흘 남짓이었고 주먹구구식으로 일처리를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두 대표 간 의견 충돌이 있었다. 결국은 박람회에 참석하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급히 Banner를 만들고, Brochure를 찍었다. 그리고 인천으로 올라갔다. 


올라가 우리에게 주어진 구역을 꾸몄는데, 조금은 우리 구역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참가 기업들은 대부분 기계를 판매하는 것을 목적으로 온 듯했다. 

전시회장 근처에 숙소를 잡고 지녁은 진욱이 형과 시간을 보냈다. 인천 차이나 타운에서 저녁을 먹고 월미도 바닷가를 잠시 걸었다. 이전, 우진이 누나를 만났을 때와 같은 길을 거닐며 잠시나마 추억을 회상했다. 저녁도 그때와 똑같이 북경 오리를 먹었고, 월미도에 유명한 놀이기구를 잠시 구경했다. 저녁 늦게 동규는 인천으로 왔고 우리는 기절한 듯 잠을 잤다.


ㆍ 박람회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기껏해야 관심을 가져주는 업체가 두, 세 개 정도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침부터 한가득 손님이 찾아왔다. 공공기관이나 B2B 업체가 많았는데, 사실 만질 수 있고, 직관적인 제품이 우리 밖에 없다 보니 우리 구역에 사람이 많이 모이기도 했다. 손님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각종 질문을 던졌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지식으로 마구잡이로 답변을 한 듯하다. 정말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행사의 말미에 취업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공간과 Tarot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공간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Tarot 상담은 일단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끝까지 해보기는 하란다. 대신 기존에 쌓아왔던 것을 무너뜨리지 말라고 하셨다. 저녁은 동규가 거하게 사주었고, 숙소에서 푹 쉬었다. 다음날은 동규가 한국 환경공단 사람들과 면담을 가지는 것으로 일정이 끝났다.

업무 중 지원 사업을 많이 쓰는데, 그중 ‘유라시아 개척단’이라는 사업이 있는데, 서류 합격을 했다. 발표 심사까지 잘 마무리되면 외교부 장관상과 동시에 약 10일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탐방 기회가 주어진다. 무언가 느낌이 좋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반면 개인적으로 신청한 장학금이나 미국 파견 프로그램은 모두 탈락했다. 다만 좌절은 이르다. 최근 정부에서 2030 자문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았다. 여기에는 한 번 지원해 볼 생각이다. 


ㆍ 사실 지금은 제주에 있다. 청년 Local creator 사업에 선정되어 사업을 진행 중인데, 청도나 제주 지역의 Local creator를 만나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오늘은 제주 맥주 공장과 Local creator의 식당을 방문했다. 생각보다 여행의 질이 좋기는 하지만 일정이 너무 빡빡한 감도 있다. 그래도 오랜만에 제주 땅을 밟게 되어 좋다. 

청년 Local creator 사업은 지역에서 사업을 이어가는 청년들을 발굴하여 지원금을 주는 사업이다. 대구 지역에도 의외로 색다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비대면으로 옷 크기, 신체 크기를 측정하는 Platform을 개발하는 분도 계시고, 책방을 장애인 근로자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분도 계셨다. 특히 후자는 내가 생각했었던 사업 방향과 비슷했다. 참 많은 영감을 받았다. 참 멋있게 살고 있는 사람이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ㆍ 우리도 조금씩 회사를 확장시키려 하려 한다. 현재 Pallet 성형기가 있으므로 그것을 통해 어떤 물건이든 성형하여 판매할 수 있는데, 일단은 고양이 모래 대용으로 커피 찌꺼기를 성형하여서 판매하고자 하고, 또 전자상거래 명목의 사업자도 있기 때문에 Shopee, Qoo10을 비롯해 각종 Onlile platform에서 물건을 팔아보고자 한다. 


ㆍ 직장의 일도 그렇고, 이렇게 목전에 쌓인 일들이 많다. 쌓였다고 생각하면 쌓여있다. 항상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일단은 여태껏 써온 일기를 다 정리해보고 싶다.




졸업) D-116 2022.10.29. (토)


ㆍ 요즘 나 자신이 너무나도 작고 한심하게만 느껴진다.

대한항공에서 3년 만에 객실승무원 공개 채용 공고가 나왔다. 정말 오랜만에 대규모 채용이다. 3년 만에 나온 공개 채용인데, 정말 아무 언질과 예고 없이 떠버려서 급하게 준비를 하게 되었다. 내 인생 객실 승무원 첫 지원이, 내가 그토록 바랐던 회사의 순서라 너무나도 설레었다. 그래서 마음이 정말 앞섰다. 인적 사항을 쓰고, 경력을 쓰고, 자격 사항을 작성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떨림이었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또 고쳤다. 친구와 선배에게 검토만 여러 번 받았다. 제출 기간은 넉넉했지만 서류 접수에 대한 압박감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빨리 제출해 버리고서 앞으로 있을 면접 준비에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이력서에 오탈자가 있는 지도 모르는 채, 만날 무언가를 끝까지 미루었던 내가. 오랜 기간 기다려온 꿈의 기업의 공개채용인데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어학연수로 다녀온 ‘Los Angeles’를 ‘Loa Angeles’라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정도는 아무래도 좋았다. 하지만 무도 단증이 있으면 전형에 우대된다는 사항을 늦게야 발견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따놓은 합기도 1단이 있기는 한데 이것이라도 적었어야 했나 싶었다. 사실 이것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학력사항에 고등학교까지 적어야 하는 줄은 몰랐다. 제출하고 나서 천천히 읽어보니 고등학교 사항까지 적으라고 적혀있었다. 가장 윗줄에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보같이 그걸 못 본 것이다. 아니, 안 본 것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지. 덤벙대는 성격이 또 이렇게 발현되었다. 왜 큰 일을 앞두고 항상 서투르게 행동하여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까. 왜 나는 그렇게도 원했던 기업이면서, 서류 제출 이전에 천천히 읽어보지 못했었나.

물론 치명적인 실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것이 충분한데, 고등학교 학력 사항을 적지 않았다고 합/불에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인사팀이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확인할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주어진 Guide line에 벗어나 이력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너무 바보 같고 한심스럽다. 부디, 이런 작은 실수가 큰 영향을 안 끼쳤으면 좋겠다. 늘, 간절하다고 이야기했으면서 왜 내가 이런 실수를 했을까.


ㆍ 그러고 보니 이런 덤벙대는 성격 때문에 큰 것에서 나는 실수를 하고 마음 졸이며 산다. 대표적으로 ‘Link’ 코인이 그랬다. 급한 마음에 빨리 Staking을 하고 싶어 별로 알아보지도 않고 항목 하나를 누락한 채 이체했고, 보내고 난 다음에야 송신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뒷수습을 하느라 오랜 기간 마음을 졸였다. 그렇게 비슷한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바보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무엇이든 꼼꼼히 챙기자며 다짐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 자신이 오늘은 너무 한심스럽다.




졸업) D-112 2022.11. 2. (수)


ㆍ 하늘이 무너져도 어떻게 솟아날 구멍은 있다더니.

지난주 이력서에 큰 실수를 한 일로 망연 자실하여 대한항공 인사전략실에 문의를 보냈고, 그 답변이 월요일 날 왔다. 채용 사이트의 회원 탈퇴 후 다시 지원하면 된다고 명료한 답변을 주셨다. 그 메일을 읽는 순간 정말 체증이 가라앉은 듯했고 정말 뛸 듯이 기뻤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지원서를 삭제했으니 오탈자도 수정 가능했고, 무엇보다 학력사항 미기재로 서류에서 탈락할 일은 없었다. 작성 요령을 몇 번이나 살피며 이력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11월 4일 마감이니 내일인 11월 3일 즈음 서류를 제출하려 한다. 


ㆍ 서류에서 합격한다고 하더라도 면접과 수영 평가, 체력 평가 등이 남아 있다. 수영은 25m를 35초 안에 통과하면 된다는데 수영을 안 한 지 너무 오래되어 동네 수영장 강습에 등록했다. 처음에는 그 25m가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지만, 강사님의 지시에 따라 오랜만에 수영하니 그렇게 멀지는 않더라. 꾸준히 다녀서 미리미리 실력을 다져 놓아야겠다.


ㆍ 그리고 체력 시험을 위해 헬스장도 꾸준히 다니고 있다. 국민 체력 100이라는 정부 기관을 통해 체력 검정을 한다기에 미리 연습할 겸 한 번 받아 보았는데, 유연성 시험을 제외하고는 일단은 모두 합격권이 나왔다. 딱 우려하던 것들이 모두 문제였고 그것이 현실이었다. 근력을 키우면서 유연성을 키우는 연습을 꾸준히 해나가야겠다. 


또한, 면접을 대비해서 면접 스터디와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스터디를 하면 할수록, 학원 선생님을 만나면 만날수록, 빈틈이 가득한 내가 보인다. 




졸업) D-104 2022.11.10. (목)


ㆍ 최근 지원한 사업에서 성과를 거둔 경우도 많다. 가장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내가 지원한 ‘비즈니스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1등, 대상을 탔다. 내 이름이 들어가거나 내가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1등을 했다. 1등이라, 오락을 할 때 빼고는 1등을 해 본 기억이 있는가. 떠오르는 것이 없다.

동규는 무대에서 자유로이 우리 기획에 대해 설명했고, 우리는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상금 1천만 원을 획득했고 아주 기분 좋게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꼭 내 일은 아니지만, 짜릿한 경험이었다.


ㆍ 미루는 것은 정말 병이다. 대한항공 공개채용을 준비한다며 수영 강습을 등록했는데 2주 동안 첫날 단 하루 갔다. 물론 야근과 회식을 핑계로 안 가기는 했지만. 수영 실력을 빨리 길러야 하는 압박감이 크다.


ㆍ 조카가 생겼다. 어느 날 엄마가 아주 뜬금없이 나도 삼촌이 되었다며 사진을 한 장 보내왔다. 작은 초음파 사진이었다. 초음파 사진 속에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작은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 문득 보았을 때에는 그저 누나가 임신했구나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조금씩 감정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도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구나. 여태 나에게는 가족이라면 아버지, 어머니, 누나 그리고 내가 전부였지만, 그 외로 평생을 사랑해야 할 존재가 생겨나는구나 싶었다. 가족이 생겼다는 것을 실감할 때 즈음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눈물을 닦아내고 담담히 조카를 맞아보려 한다. 조카의 태명은 ‘딸기’이다.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딸기 케이크를 먹어서 딸기로 지었단다. 그리고 누나는 입덧을 아주 심하게 한다. 이런 느낌이구나, 가족이 생긴다는 것이. 아무쪼록 참 좋은 일이 생겼다. 




졸업) D-80 2022.12. 4. (일)


<오리무중>


ㆍ 현재 내 삶은 완전히 오리무중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하나.

갑작스레 승무원 공개채용이 나와 준비하게 되었다.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쓰고, 소신 있게 지원했다. 승무원이 되기 위해 학원도 다니고 스터디도 해보았다. 하지만 되려 하면 할수록 나의 길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본연의 모습이 아닌 꾸며진 모습,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닌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했다. 이런 과정을 준비하며 소위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체력적인 부분도 크게 자신이 없다. 내가 승무원을 꿈꾸었던 이유는 바로 무엇이었을까. 해외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단지 그뿐.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까. 준비하면서부터 이것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다른 항공사의 수시채용 원서도 몇 개 넣어보았다. 제주항공 수시채용에 ESG라는 직무가 있기에 성심껏 글을 써서 올려 보았다. 정말 별 기대 없이 원서를 써서 냈지만 덜컥 서류에서 붙고 말았다. 알고 보니 제주항공은 서류 합격률이 낮기로 악명이 높았고, 그것에 내가 붙고 말았다. 가슴속에 뜨거운 것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항공사에서 일을 할 수 있다면 직무가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그래도 내게 정말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아 한 번 잘 잡아보고 싶었다. 그때부터 발등에 불이 떨어져 면접 준비를 시작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만난 동기 형을 만나고 에그스튜디오의 유리를 만나 모의 면접을 보고, 후기를 듣고, 면접에 관련된 영상 수십 개를 돌려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은 잘 나오지 않았다. 혼자 연습하고 연습하며 준비했다. 결국은 신을 찾았다. 

“하느님, 이번 한 번만 제게 기회와 용기를 주세요.”


ㆍ 그러던 와중 대한항공 서류에서도 합격했고, 대한항공에서는 자기소개를 하는 영상을 제출하라고 하여 제주항공 ESG 직무 면접을 준비하는 중에 대한항공 영상도 찍어서 제출하였다. 하지만 이미 나는 제주항공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기에 사실 영상에 공을 들이지 않고 대강 촬영하여 제출하였다. 영상 촬영에 굳이 많은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참 간사하다는 것을 느꼈다. 며칠 전만 해도 승무원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요 며칠사이 이렇게 되다니. 여하튼 제주항공의 면접 준비에 많은 공을 쌓았고, 면접 전 날 서울로 올라갔다. 아침에 일어나 나래 누나의 응원 문자를 받고서 힘을 내어 면접장에 들어갔다. 그래도 준비한 만큼 대답은 얼추 잘했다. 첫 도전치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많이 뱉었다. 면접장을 뒤로하고 나오는데 그래도 참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번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또 잘 준비해야지,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상심한 것도 사실이다. 오랜만에 원하는 기회를 잡았는데 이렇게 날아가 버리다니. 참으로 아쉽다. 


ㆍ 또다시 시작이다. 나는 지금부터 또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의 힘듦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역시 내게는 낙이 없다는 점인 듯하다. 실제로 정말 낙이 없다. 통장 잔고가 부족하지는 않지만 또 넉넉하지도 않고, 만남을 추구하고자 하는 심적 여유도 없다. 일단 무엇이라도 이루고선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

그래도 나는 참 운이 좋게 ESG라는 직군을 찾게 되었다. CSR, ESG 구매 등 경영지원으로의 꿈을 꾸며 나는 다시 어딘가로 꿈을 꾸러 가야 한다. 


ㆍ 가장 싫은 것은, 또 가장 미운 것은 이 그칠 줄 모르는 불안함이다. 현재 대진분체 산업에 몸을 담으며 배운 점도 물론 많다. 그렇지만 별달리 성장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일이 너무 재미가 없어졌다. 적성도 흥미도 생기지 않는 분야인 데다가 이따금씩 동규가 감시 비슷하게 하는 것이 심적으로 너무 부담이 된다. 기회가 닿는다면 재빨리 이곳을 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에 낙이 없다. 일상이 정말 재미가 없다. 어찌 재미만을 좇으며 살아갈 수 있겠냐마는 심각하게 일상이 재미없다. 가장 중요한 흥미를 찾을 수 없으니 이곳의 생활이 너무나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졸업) D-71 2022.12.13. (화) 


<내가 해온 것들은>


ㆍ 이제 시작이라지만, 나는 오늘도 탈락의 고배를 맛보았다. 오늘 떨어진 곳은 ‘에어서울’이다. 저번에 제주항공에서 합격한 경험이 있기에 이와 비슷하게 서류를 써서 제출했다. 회사에 대해서도 직무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고 그냥 서류를 제출한 것에 만족했다. 마치 망망해해 속에 작은 미끼를 던지고선 입질이 오지도 않는 찌를 바라보며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는 듯 낚싯대를 잡아당기고 있는 것만 같다. 결과 발표는 오후 5시였다. 별로 정성을 쏟지도 않아 놓고는 괜히 하루종일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서류에서 탈락했다. 결과는 쓰디썼다. 나는 결국 또 제자리이다. 


ㆍ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곰곰이 돌아본다면 나는 지금 ‘조직’을 경험해보고 싶다. 지금도 물론 조직 내에 몸을 담고 있지만, 내게는 조금 더 커다란 조직이 필요하다. 체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는 작은 조직의 경험보다는 정말 회사와 사회란, 조직이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ㆍ 내가 원하는 직무는 사실 서류를 쓰면서 알아가고 있다. 기업의 채용 공고를 보면서 이런 것들이 있구나, 저런 것들이 있구나 싶고 그런 직무를 분석해 보면서 그 성향에 따라 내 자기소개서를 써본다. 자기소개서도 나의 취향에 맞추어 냈는데, 회사가 원하는 말을 하지 않아서인지 별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써보고, 떨어지고. 절치부심하며 조금씩 더 나아가보려 한다. 


ㆍ 시야를 조금 더 넓혀 이전에 막연히 생각했었던 A&R이라는 직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A&R은 한 예술가의 담당으로 그의 작사, 작곡부터 음반 발매까지 총책을 맡는 직업이다. 솔직히 관심이 가는 직무이지만, 겁도 난다. 무언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너무나도 많아 보인다. 작사가의 꿈을 꾸고 있지만, 이런 부분을 보면 아직은 덜 절실한가 보다.


ㆍ 일단 영어 실력을 올리자, 영어 성적만 올리면 많은 것들이 조금은 수월하게 풀리지 않을까. 

나는 운명을 믿는다. 신은 나를 어디론가 끌어당기고 있다. 그곳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이끄는 그곳으로 닿고 싶다. 많이도 필요 없다. 내게는 딱 1승이 필요하다. 여러 번 주먹을 얻어맞아 정신이 어질어질하지만 딱 한 번의 주먹질을 더 해보려 한다. 올해까지 마땅한 취업이 되지 않는다면 A&R 쪽으로 확실히 가닥을 잡으려고 한다. 끈기를 가지고, 지구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졸업) D-59 2022.12.25. (일)


ㆍ벌써 2022년의 끝자락. 세는 나이로 28세의 마지막 한 주를 남기고 있다. 


ㆍ올해를 천천히 되돌아본다. 작년 이맘때 즈음에는 아이슬란드 땅을 밟았었지. 크리스마스는 아주 커다란 명절이었고, 며칠간 대형 마트도 쉰다는 것도 모르고 우리는 식료품도 사지 않은 채 다음 여행지로 향하고 있었지. 이어서 터키와 일본을 거쳤고, 수없이 많은 귀중한 경험을 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어. 나이 값에 맞춰 살아야 한다며 갑자기 안 어울리는 옷을 입어보기 시작했지. 흥미도, 관심도 없었던 회사에 원서를 넣어보고 기약 없는 실패를 맛보고 있는 중이야. 그래도 다 잘될 거야, 아마도.


ㆍ올해 들어, 그리고 최근 들어, 내 삶과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뭘까. 나는 무엇을 원할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일까. 내가 이루어내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깊지는 않았어도 간헐적으로 계속해서 고민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내 생각과 오늘의 내 생각은 달라지기 일쑤였고, 간혹 내가 지원하는 회사의 직무에 따라 내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듯했다. 이 회사에 들어가서 이런 일을 하면 나의 삶은 어떨까, 저 회사에 들어가서 저런 일을 한다면 나의 삶은 또 어떻게 될까. 영감을 받으면 금세 그 길을 먼저 밟은 선배의 영상을 찾아보고, 또 그 삶을 직접 머릿속으로 그려보곤 했다. 수없이 쏟아지는 영감의 도가니 속에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바랐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내가 살아온 삶은 또 어떤 것들이었을까.

그래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대강 알겠다. 역시 나는 글을 쓰고 싶다. 수필과 가사, 그리고 이와 관련된 내용과 영감을 Youtube에 올리고 싶다. 이러한 창구를 통해 외국인과 소통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본업을 가지고 싶다. 본업은 국제적인 업무 혹은 환경에 관련된 업무였으면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Work&Life balance가 적극적으로 보장이 되는 곳이었으면 한다. 취미 하나를 곁들이고,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하루의 끝을 나누고. 행복하게. 그래, 행복하게.


ㆍ어떤 연유에서인지 E-sports에 대해 검색을 하다 E-sports의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80만 원 정도를 투자하면 산업 전반에 관련된 교육과 취업을 알선해 준다는 요건이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관련 활동을 흥미가 아니라 또 대학 과제처럼 허겁지겁할 것 같은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E-sports 심판 양성 과정의 게시글을 보았다. 심판이라, 그래 이 정도는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홀린 듯 대한컬링연맹을 검색했고, 곧 심판 양성 과정을 진행한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모르겠다. 그냥 손이 먼저 움직였다. 마침 모집 기간의 끝자락이었다. 컬링의 기초도 모르지만 그냥 지원하고 보았다.


심판 강습회는 이틀 일정이었다. 하루는 인터넷으로 실시간 이론 교육을 하고, 하루는 직접 태릉 선수촌에 가서 배운 것을 실전에서 시범을 보이면 되었다. 심판이라서 직접 컬링 돌을 던질 일도 없었고, 선수와 심판이 하는 일은 확연히 다른 분야였다. 정말 운이 좋게도 서울에 일정이 잡혔을 때 강습회도 진행되었고, 별 무리 없이 강습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운 좋게 단 이틀 만에 컬링 3급 심판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운동과는 아무 관련 없는 삶을 살아왔는데 아주 우연히도 나 역시 경기인이 되었다. 언젠가 취미 겸 겸업이 되었으면 한다. 


ㆍ그리고 환경부와 한국 Hoby 본부가 주관하는 탈플라스틱 공모대회에서 환경부 장관상을 받게 되었다. 기존에 한국 Hoby 본부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일반인도 참여해 발표할 수 있었는데, 기존 사업 내용을 제출하고 뜻에 따라 발표했다. 그리고 우리는 장관상을 받았다. 내 생애 첫 장관상이다. 성취를 이룬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느낀다. 정말 기쁘다. 사실 크게 실감이 잘 안 나지만.


ㆍ이번 Christmas도 이렇게 지나간다. 지난 일주일은 독한 감기에 걸려 정신을 못 차리다가 Christmas 당일이 되어 조금 기운을 차렸다. 


ㆍ그리고 대한항공 동영상 면접에서 최종 탈락했다. 참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졸업) D-49 2023. 1. 4. (수)


<2023>


ㆍ 새해가 밝았다. 정말 별다른 감흥이 없다. 컴퓨터 앞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새해를 맞이했다. 세는 나이로 29살. 얼떨결에 20대의 끝자락에 서있다. 

돌아보는 20대는 참 길었다. 정말 많은 곳을 갔고, 많은 것을 했다. 삶에 대한 관록이 생기지는 않았어도 삶을 바라보는 나만의 적합한 시선은 찾게 된 듯하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멀리 보았을 때 나는 성공할 것이고, 나는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결국은 모든 것이 시간문제라는 것을. 하지만 문득 캐즘(chasm)에 빠졌을 때 참 답답하다. 단기적으로 내게 찾아 올 기회를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어떤 의미로 참 지루하다. 그저, 하루빨리 기회들이 찾아왔으면 한다. 


ㆍ 올해 들어서 취업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고 언론에서는 계속해서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계속해서 취업의 Pie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뽑을 사람은 뽑고 있으며 나는 결국 1승만 하면 되기에 큰 걱정은 없다. 


ㆍ일전에 시민 단체인 Greenpeace에서 Warehouse and training coordinator 모집 공고가 올라왔기에 Isa의 도움을 받아 지원했다. 영문으로 작성한 CV와 CL이 필요했기 때문에 겨우내 만들 수 있었다. 정말 적절한 시기에 운이 잘 따라주고 있다. 그녀의 도움을 받아 기간 내 원서 접수를 무사히 맞춰 내었고 이후 전형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기에 원래 국제단체는 이렇게 전형 결과가 오래 걸리나 싶었다. 

공고 마감이 지나고 만 일주일이 지난날 같은 직무가 채용 사이트에 다시 공고되었다. 정말 황당했다. 그리고 실망스럽고, 당황스러웠다. 나에게는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공지도 없이 다시 공고가 올라왔기에 서류에서 탈락했다는 뜻인가 싶었다. 이런 식으로 불합격 통보를 받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일주일간 기다린 노력이 있기에 인사팀에 전자 문의를 남겼다. 약 이틀 후 답변이 왔는데 본인들 생각보다 지원서가 너무 조금 모여 다시 공고를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지원서를 잘 받았다며 검토 후 연락을 주신다고 했다. 아무런 공지 없이 이렇게 진행하는 것이 맞나 싶었지만 일단 본인들 사정이 그렇다고 하니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ㆍ 작년, 지금 몸 담고 있는 환경 업종에 처음 발을 뻗은 이후, 여기서 성장하고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러다 우연히 ‘국제 환경 전문가 양성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환경공단에서 주관하는 단체인데 해당 교육을 모두 이수하면 UN 산하기관 등 국제기구에서 Internship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기회가 닿는다면 꼭 지원해 보고자 생각했고, 정말 우연히 해당 공고가 현재 올라와 있는 것을 알게 되어 기존에 작성해 놓은 정보를 바탕으로 지원했다. 정말 별 기대가 없었다. 환경 학과도 아니고, 관련 자격증도 없을뿐더러 석/박사 자격도 없었기에 정말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1차 서류가 붙었다. 그래서 현재 2차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받게 된다면 막연히 꿈꾸었었던 UN을 비롯한 국제기구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생각만 해도 엄청 설렌다. 이 역시도 이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도 역시 누군가가 어디로 나를 이끌고 있나 보다. 

‘환경’이라는 분야는 나와 가장 관련이 없는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나를 환경을 위해 일하라고 격려하고 있는 듯하다. 제주항공 ESG 서류가 되었고, 마음이 가는 단체는 Greenpeace이며 지금은 국제 환경 전문가 양성과정을 준비하고 있으니.


ㆍ그리고 계속해서 창작욕이 끓어오른다. 서울에 자리 잡게 된다면 반드시 작사가 학원에 등록해 내 꿈을 이룰 것이다. 내 꿈을 위해 자아실현을 위해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등단할 것이다. 작가로의 삶,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졸업) D-44 2023. 1. 9. (월)


ㆍ국제 환경 전문가 면접에 응시했다. 면접은 평일인 금요일 오후 1시에 서울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목요일 신헌이와 울산에서 열리는 교육을 듣고, 중현이와 저녁을 먹은 뒤 서울로 출발했다. 


ㆍ면접은 오후 1시 시작이었기에 오전 중에는 푹 쉬고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은 채 면접장으로 갔다. 약 45명을 뽑는 면접시험인데 서류 통과는 55명 정도 했더라. 경쟁률이 그렇게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면접에 불참한 인원도 꽤 되는 것 같았다. 면접장에는 면접 시작 30분 전까지 오라고 요청받았다. 환경에 관련된 주제로 약 3분간 자유 발표하는 시간이 있는데 면접 전에 미리 주제를 뽑고 약 20분간 준비할 시간을 가졌다.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제출한 뒤 주제를 뽑았다. 나의 주제는 ‘Plastic free에 대해 현재 상황에 대해 서술하시오’라는 주제에 내 의견을 말하면 되었다. 물론 영어로 모든 질문에 대답해야 했다. 정석은 서론 - 본론 - 결론 식으로 구조적으로 답변을 해야 했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떠들었다.


ㆍ면접장에 들어가자마자 파견되고 싶은 국제기구가 무엇인지 물었고, 나는 ‘국제 민간 항공 기구’에 들어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왜 나는 면접장에 들어가면 이렇게나 돌이 되는지. 한국말로 대답하는 것도 더듬거리며 이야기했다. 이후 3분 발표를 했는데, 약 1분 30초를 이야기하고 나니 말할 소재가 다 떨어져 발표 끝났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어떤 국가,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 스리랑카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연료를 많이 쓰는 초음속 비행기가 있는데 내 의견은 어떤 지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다. 나눈 부가 설명 없이 딱 묻는 말만 대답했다. 결코 유창하지는 못했고, 더듬더듬 대답해 내었다. 

같이 면접 본 인원 중에 미국에서 석박사를 하셔서 굉장히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시는 분도 계셨다. 이번 과정을 위해 미국에서 오셨다는데, 영어 실력과 내공이 실로 대단하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면접관이 묻는 질문조차 잘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지원자도 있었다. 사실 그게 당연하다. 20대인 우리에게 완벽한 영어를 바라는 것은 어떤 시선에서는 무리이다. 여차저차 면접을 다 보고 나니 참 고되었다. 근 30분간 영어로만 이어진 면접은 처음이었다.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후 늦은 점심을 먹고 대영이 집에서 쉬고 있는데 Greenpeace에서 연락이 왔다. 서류에 합격했다고, 과제를 줄 테니 작성하여 제출하라고 했다. 그래서 Isa의 도움을 받아 과제도 금방 제출했다. 아무 의미 없던 하루하루가 갑자기 또 선택의 기로를 만들어 준다. 무엇이 되었든 준비를 잘해보아야지. 


ㆍ꿈에 아버지가 나왔다. 우리 집 문을 열고 들어오시더니 냉장고 앞에 앉았다. 나는 그게 꿈인 줄 알았고,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신 것도 알았다. 아버지에 허벅지에 매달려 막 울었다. 아버지는 웃지도, 울지도 않고 평온한 모습으로 있었다. 밥은 잘 먹으시냐 물으니 하늘나라에는 음식 종류가 5가지 밖에 없어서 불고기 같은 음식을 먹으며 지낸다고 하셨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체육 대회에 대해서 막 이야기를 하셨는데, 순간 코가 막히는 바람에 꿈에서 깨고 말았다. 잠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라도 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싶어 다시 잠에 빠져들려 노력했지만, 노력은 허상이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만나는 꿈은 대체로 길몽이라고 한다. 아버지가 내게 무슨 선물 같은 소식을 들려주려나 보다. 




졸업) D-38 2023. 1.15. (일)


<새 출발>


ㆍ ‘국제 환경 전문가 양성과정’에 최종 합격했다. 결과는 1월 10일 화요일 날 났고, 합격 문자를 본 순간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실감이 잘 안 나지만 또 한 번 내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찾아왔음을 느낀다. 바로 다음 주부터 서울에서 교육이 시작되므로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바로 교육 등록을 하고, 서울에 올라갈 채비를 했다. 교육은 1월 17일 화요일 환경공단 견학을 시작으로, 2월 20일 정도까지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교육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성균관대학교 기숙사에서 한 달간 생활하며 교육을 듣게 되었다. 일전 기수의 후기를 보니 이 한 달간 강도를 세게 교육을 시키나 보더라.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가야겠다.


ㆍ 일단 당분간은 취업 활동에서 해방이다. 될까 안될까 를 고민하며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던 수많은 밤들. 의지도 없이 출근해 정말 금요일 하나만 바라보며 욱여넣듯 소화해 내던 업무들. 많은 것들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새 출발을 하러 떠난다. 이 짧은 몇 개월의 시간 동안 참 많은 성찰을 했다. 그리고 내게 필요한 것은 ‘목적’과 ‘의미’라는 것을 겨우내 깨닫는다. 아무런 목적 없이 수익만 좇는 일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삶의 의미를 주고 사회에 의미를 줄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직업으로서의 단체를 고를 수 있다면 공익적 성격을 띠는 조직, 가령 국제기구나 GO, NGO를 비롯해 국가 기관, 공무 기관 등에 소속되고 깊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왕 환경 전문가가 되었으니 환경 분야의 ESG 분야나 기후 위기 혹은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해 환경오염 분야에 힘을 쓸 것이다. 이 분야에 가장 성공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석사 학위는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에 더해 환경 경영에 관련된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도 진지하게 고려해 보았다. 


ㆍ 마지막으로 대진분체에 출근했다. 후련한 마음이 훨씬 더 큰 듯하다. 서너 달 즈음 이곳에 있으면서 내가 받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누릴 수 있었는 듯하다. 환경 분야에 관한 대략적인 경험과 경력, 환경부 장관상을 비롯한 각종 ESG 관련 수상 실적 등 환경과 IR 부분에서 눈에 띄게 성장할 수 있었다. 참 감사한 부분도 많고, 그중 내가 성실하지 못했던 부분도 물론 존재한다. 참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경험이었다.

형은 마지막으로 쓴소리 몇 마디와 다시 돌아오지 말라며 응원을 불어넣어 주셨다. 참 감사했다. 진욱이 형에게도, 동규에게도.


ㆍ 저번 주에 서울에 다녀와서 몸이 너무 피곤했는데, 미리 TOEIC Speaking 시험 응시 신청을 해 놓아서 힘든 몸을 이끌고 경북대학교까지 택시를 타고 가 시험을 쳤다. 생각보다 공부는 거의 못했었지만, 이번에는 저번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등급을 받았다. 그래도 조금의 성과라도 있어 참 다행이다. 내 기본 영어 회화 실력이 정말 나쁘지는 않나 보다. 성적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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