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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호텔에 붙은 별의 의미

- 호텔의 별, 그 화려함 뒤의 진짜 이야기

by 여행사 작가 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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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준비할 때 호텔의 별 개수(성급)를 한 번쯤 확인해 보신 적 있을 겁니다. 다섯 개에 가까운 별이 반짝일수록 왠지 더 고급스럽고 믿을 만한 호텔이라는 인상을 주죠. 하지만 이 별들의 의미는 어디서 시작되었고, 나라별로 어떻게 다르게 운용될까요? 또한 오늘날 여행자들은 이 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이번에는 호텔 성급 제도의 기원과 각국의 제도 차이, 그리고 별 개수가 주는 문화적 의미와 현실의 간극을 흥미로운 사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호텔 성급 제도의 기원과 변화


호텔 등급을 별로 표시하는 아이디어는 오래전에 등장했습니다. 20세기 초, 자동차 여행이 활성화되던 시기부터 여행자들에게 숙소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요, 미국의 AAA(전미 자동차 협회는 이미 1917년에 자체적인 호텔 평가를 시작하며 등급 제도의 시초를 마련했습니다. 이 초기의 등급 평가는 오늘날처럼 세련된 별 모양 아이콘이라기보다, “어느 호텔에 어떤 시설이 갖춰져 있는지”를 안내하는 원초적인 분류에 가까웠습니다. 당시 여행 안내서들은 객실에 전용 욕실이 있는지, 식당이나 룸서비스가 있는지 같은 기본 시설 위주로 호텔을 구분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호텔 등급 체계도 더욱 정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손님의 눈높이가 높아지자, 단순히 시설 유무만이 아니라 서비스 품질과 경험 요소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별 평가가 변화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전 세계가 합의한 단일한 별 등급 표준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라별·기관별로 저마다 기준을 세우다 보니, 어느 나라의 3성급 호텔과 다른 나라의 3성급 호텔이 의미하는 바가 다르기도 합니다. 가령 유럽의 3성 호텔에 요구되는 조건과 미국의 3성 호텔 요건이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1 성부터 5성까지 별을 매기는 건 공통적이지만, 별의 실제 의미는 현지 기준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1950년대 들어서는 오늘날의 익숙한 별등급의 틀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모빌 트래블 가이드(Mobil Travel Guide, 현재의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가 1958년 처음으로 5 성체계를 도입하며 전문 평가단이 호텔 서비스를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별”이라는 상징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호텔 품질의 언어가 되었지만, 초창기부터 여러 기관과 업계가 저마다 별을 정의해 왔기 때문에 기준은 다양하게 발전했습니다.




국가별 호텔 성급 제도의 차이


세계 각지에서는 문화와 관광산업의 역사에 따라 호텔 등급 제도를 각기 독특하게 발전시켜 왔습니다. 프랑스, 미국, 한국, 일본, 독일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똑같이 별 다섯 개로 최고 등급을 매겨도 그 운영 주체와 평가 기준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공인하는 별과 ‘팔라스’의 영예


프랑스에서는 정부 기관이 직접 호텔을 1 성부터 5성까지 평가합니다. 특히 5성 중에서도 최고의 명성을 가진 호텔에는 ‘팔라스(Palace)’라는 특별한 칭호가 부여됩니다. 이는 호텔의 전통과 서비스가 뛰어나야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입니다.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호텔 등급을 엄격히 관리해 온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관광청인 아뚜 프랑스(Atout France)가 호텔을 1 성부터 5성까지 공식 분류하며, 특히 객실 크기와 로비 등 공용공간 면적까지 세세히 기준을 정해둔 것이 특징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프랑스에는 5성급 중에서도 최상위를 뜻하는 ‘팔라스(Palace)’ 타이틀이 별도로 있다는 점입니다. 2010년 도입된 이 제도는 5성급 호텔 가운데서도 프랑스 문화와 미식, 서비스에서 특별한 위상을 지닌 곳에만 부여되는 영예로운 칭호입니다.

프랑스의 호텔 등급은 법적 기준에 따라 5년에 한 번 재심사되며, 호텔들은 등급 유지를 위해 주기적으로 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해야 합니다. 다만 등급 신청은 의무가 아닌 자율 참여제라서, 호텔이 원한다면 등급을 아예 표기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프랑스 전체 호텔 객실의 87%가 공식 등급을 취득할 만큼, 별 인증에 대한 신뢰와 인식이 높은 편입니다. 여행자들 입장에서도 국가 공인이 보증하는 별이라 별 수만 보고도 어느 정도 품질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 프랑스 제도의 강점입니다.




미국: 민간 기관의 별과 다이아몬드


미국은 특이하게도 정부가 호텔 등급을 매기지 않습니다. 대신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나 AAA 같은 민간 기관이 자체적으로 평가하여 등급을 매기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같은 등급이라도 호텔마다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소비자들은 별보다는 브랜드나 리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흥미롭게도 정부가 호텔 등급을 매기지 않습니다. 대신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와 AAA 같은 민간 기관이 오랫동안 별과 다이아몬드로 고급 호텔을 선정해 왔습니다.

다만 미국에서는 이러한 등급이 법적 효력이 없다 보니 별의 사용이 비교적 자유롭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관광청 공식 5성 이런 개념이 없다 보니, 호텔 스스로 웹사이트에 “4성급 호텔”이라고 홍보하거나, 여행사가 자체 기준으로 “5성 추천” 식으로 별점을 매겨 소개하기도 합니다. 결국 브랜드명과 가격대가 사실상의 등급 역할을 하며, 여행객들도 별 개수보다는 힐튼, 리츠칼튼, 포시즌스 같은 호텔 브랜드나 이용후기 평점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 무궁화에서 별 다섯 개로


한국은 1970년대 처음 호텔 등급을 도입할 때 무궁화 꽃을 사용하여 호텔을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부터 국제 표준에 맞춰 별 5개 체계로 전환했고, 현재는 객실 크기, 시설, 서비스 품질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호텔 등급 제도는 1970년대 초반, 정부가 주도하여 1971년 처음 도입된 한국형 등급제는 별 대신 무궁화 꽃 모양을 사용했습니다. 당시에는 “관광진흥법”에 근거해 특 1급, 특 2급, 1급, 2급, 3급으로 호텔을 나누었고, 등급판에 무궁화 꽃 개수와 색깔로 등급을 표시했습니다. 지금도 한국에서 최고급 호텔을 일컬을 때 “특급호텔”이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이는 바로 이 옛 등급제의 명칭(특 1급·특 2급)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이러한 무궁화 등급제는 2014년까지 약 40년간 유지되다가, 관광객의 국제적 이해를 돕기 위해 2015년부터 별 5개 체계로 전환되었습니다. 한국도 1성급★부터 5성급★★★★★까지 부여하며, 5성이 한국 공식 최고 등급입니다. 제도 변경과 함께 평가 주체도 개편되어, 현재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호텔 등급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등급 평가는 객실 크기, 부대시설, 서비스 품질 등 약 1000점 만점의 세부기준으로 이루어지며, 5성급을 받으려면 총점의 90% 이상을 획득해야 하는 등 점수 요건이 있습니다.




일본: 공식 등급 없는 독자적 시장


일본은 공식적으로 호텔 등급 제도가 없습니다. 대신 호텔이나 여행사들이 자율적으로 별 등급을 매기고 있습니다. 일본 여행객들도 별 등급보다는 실제 리뷰나 호텔의 특성에 따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의외일 수 있지만 일본에는 정부가 정한 호텔 등급제도가 아예 없습니다. 전통적으로 일본은 숙박시설을 비즈니스호텔, 시티호텔, 료칸 등 종류별 분류는 해왔어도 별을 매기는 공식 시스템은 두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일본 호텔에 별 개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요. 국제 여행자가 늘면서 일본 관광업계 스스로 해외 기준을 참고하여 별을 붙이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가 자체적으로 호텔들을 1~5성 수준으로 평정하는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거나, 호텔들이 해외 OTA(온라인 여행사)에 등록할 때 자신들이 생각하는 별 등급을 임의로 표시하는 식입니다.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JNTO)에서도 “일본에는 공인 등급은 없지만, 호텔이 스스로 4성·5 성이라고 부르는 경우 대체로 다른 나라의 그 등급 수준을 따르려는 노력은 한다”라고 설명합니다.


이렇듯 일본 호텔의 별은 공식이라기보다 일종의 “약속”과 같습니다. 실제로 도쿄나 오사카의 고급 호텔들은 해외 5성 호텔 못지않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5성급이란 표현을 쓰곤 합니다. 반면 정부 인증제가 없다 보니, 소규모 료칸(여관)이나 개인 호텔들은 아예 별을 언급하지 않고 시설 특징이나 이용후기 평점으로 승부를 보기도 합니다. 일본 여행객들 역시 별 개수보다는 온천이 있는지, 역에서 가까운지 등의 구체적 조건이나 사이트 평점을 더 고려하는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일본은 별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호텔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 및 유럽: 통일된 기준을 향하여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은 호텔 등급 평가에 있어 공통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호텔스타즈 유니온(Hotelstars Union)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 간 등급 차이를 줄이고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노력입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대륙 국가들은 각 나라별로 법률 또는 업계 표준을 통해 호텔 등급제를 운영해 왔습니다. 특히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독일어권 국가들은 1990년대에 호텔협회(DEHOGA) 주도로 비교적 엄격한 5성급 제도를 마련했고, 1996년 공식 도입 후 독일 여행객의 80% 이상이 호텔 선택 시 별 등급을 주요 기준으로 삼을 정도로 정착에 성공했습니다. 2010년에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등 7개국이 주축이 되어 호텔스타즈 유니온(Hotelstars Union)**이라는 공동 등급체계를 출범시켰습니다. 이후 프라하 회의를 거쳐 17개 이상의 유럽 국가들이 이 호텔스타즈 연합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호텔스타즈 유니온의 가장 큰 특징은, 예전처럼 “4성 호텔은 욕조 필수, 최소 객실 크기 몇 ㎡” 식의 단순 요건 대신 세부 항목별 점수 합산제를 도입한 것입니다. 약 270여 개의 세부 기준에 점수를 매겨 합산 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객실 크기가 약간 작더라도 다른 서비스로 보완하면 별을 받을 수 있게 유연해졌습니다. 다만 프랑스,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이 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자체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 완전한 유럽 통일 규격이 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스타즈 연합은 유럽 여행객들에게 “어느 나라에 가도 별의 의미가 통한다”는 안심을 주는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한편 영국의 경우는 독특하게 한때 정부 관광청에서 왕관(crown) 마크로 1~5+등급을 표시하고, 민간 자동차협회(AA)에서는 별로 1~5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이 병행된 적도 있습니다. 현재는 통일된 5성 체계를 사용하지만, 최고 등급 호텔에 AA가 붉은색 별(레드 스타)을 추가 수여하는 등 독자적인 관행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처럼 유럽은 나라별로 제도는 조금씩 달랐어도 별 개수 자체는 5개로 수렴되어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화권에 따른 별의 가치와 소비자 인식


호텔 별표는 단순한 서비스 품질 표시를 넘어, 각 문화권의 여행자들에게 다른 의미와 가치로 다가가기도 합니다. 예컨대 유럽의 여행객들은 전통적으로 정부나 공인기관에서 준 별 등급을 신뢰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독일에서는 숙박객 대다수가 호텔 선택의 첫 판단 기준으로 공식 별 개수를 꼽았고, 프랑스도 호텔 현관에 붙은 공식 등급 동판을 보고 안심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몇 성 호텔에 묵었다”는 자체가 그 여행의 질을 말해주는 척도로 여겨지는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유럽에서는 별이 높을수록 가격을 더 받아도 된다는 인식도 뚜렷합니다.

반면 미국이나 한국, 중국 등의 여행객들은 최근 들어 별보다 온라인 리뷰 점수나 평판을 더 중시하는 추세가 두드러집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전통적인 별 평가에 덜 얽매이고, 대신 트립어드바이저나 OTA(온라인 여행사)의 평점 9.0 이상 같은 지표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별의 영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높은 별을 획득한 호텔은 여전히 명예와 홍보 효과를 누리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5 성이라면 일단 최고급”이라고 받아들이는 암묵적 동의가 있습니다. 한국만 보더라도, 결혼식이나 중요한 행사는 으레 5성 특급호텔에서 치르는 것이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또 여행사 상품을 고를 때 “전 일정 5성급 호텔 투숙” 같은 문구가 있으면 상품 가치가 올라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즉, 별의 개수는 일종의 품격이나 신뢰의 상징으로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죠.


흥미로운 것은, 별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기대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5성 호텔 투숙객이 3성 호텔 투숙객보다 오히려 만족도가 낮게 나타났다”는 결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는 5성급에 거는 기대치가 워낙 높아서 조금만 부족해도 실망이 큰 탓인데요. 반대로 처음부터 큰 기대 없이 간 3성급 호텔이 오히려 예상보다 좋으면 만족감이 높아지는 기대-만족도의 역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별이 주는 이미지와 실제 체험 사이에는 미묘한 심리적 간극이 존재하며, 각 문화권 여행자들도 저마다의 가치관으로 그 간극을 메우고 있는 셈입니다.




별과 현실의 괴리: 화려한 등급 뒤에 숨은 이야기


호텔 성급은 이상적으로 객관적인 품질 척도여야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시설 위주의 등급 평가 방식 때문이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 정성이나 청결도, 직원 친절 같은 요소는 별 개수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5성급을 받으려면 여러 개의 레스토랑과 대형 로비, 스파 시설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시설을 다 갖추고도 정작 서비스 응대가 불친절하다면 손님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작고 아담한 부티크 호텔은 수영장이나 연회장이 없어 3성급에 머물러도, 투숙객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쏟는 맞춤형 서비스로 5성급 이상의 감동을 줄 때도 있습니다. 이렇듯 별 등급과 실제 체감 품질이 어긋나는 현상은 세계 어디서나 존재합니다.


특히 옛 등급 기준의 유산으로 인해 생기는 괴리도 있습니다. 과거 등급표를 보면 TV가 컬러인지, 욕실에 비누와 샴푸를 비치했는지 같은 세세한 항목까지 점수화되어 있었는데요, 오늘날에는 그런 기본 요소들은 웬만한 호텔이라면 다 갖추고 있으니 사실상 등급의 변별력이 떨어진 요소가 되었습니다. 대신 무료 Wi-Fi, 모바일 체크인, 친환경 운영처럼 시대에 따라 중요한 서비스가 새로 등장했지만, 전통적 등급 기준엔 이런 것들이 반영이 안 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별 다섯이라도 왠지 구식으로 느껴지는 호텔이 있는가 하면, 별은 적어도 첨단 서비스로 만족도를 주는 신개념 호텔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등급 제도가 시대의 변화에 얼마나 발맞춰 개정되느냐에 따라, 여행자가 느끼는 별의 유용성에도 차이가 생기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별을 둘러싼 오해와 과장도 현실 속 괴리의 일부입니다. 세계적으로 공식 최고 등급은 5성급이 끝인데도, 간혹 “6성급”“7성급”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세계 최초의 7성급 호텔”로 홍보된 곳이 몇 있는데, 대표적으로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호텔이 그런 사례입니다. 1999년 개장 당시 한 외신 기자가 이 호텔의 호화로움을 표현하려고 “7성급”이라는 용어를 썼고, 이게 화제가 되면서 마치 공식 등급처럼 퍼진 것이지요.

이밖에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호텔도 2007년 개장 때 스위스 업체의 평가를 받아 7성을 인증받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 공인된 등급인지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설사 어떤 민간단체가 7성을 줬다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사설 인증일 뿐, 공식 제도상 7성급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이런 표현을 썼다가는 과장 광고로 제재를 받을 수 있어 호텔들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결국 “7성급의 진실”은 호텔이 스스로 만들어낸 명예 훈장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반대로 공식 별등급을 의도적으로 받지 않는 전략도 있습니다. 몇몇 부티크 호텔이나 신개념 숙소들은 굳이 별을 달지 않고도 고객을 끌 자신이 있기 때문에, 아예 등급 심사를 신청하지 않습니다. 별을 받으면 오히려 틀에 박힌 이미지를 줄 수 있고, 자유로운 서비스 운영에 방해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객실 수가 적고 독창적 콘셉트를 내세운 호텔들은 별 개수로 평가받기보다 SNS 입소문이나 디자인 어워드 수상 경력 등을 마케팅에 활용합니다. 소비자들도 단순히 별보다 그런 독특한 매력을 보고 그곳을 찾는 경우가 많지요. 이렇게 호텔의 개성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흐름은 등급 제도의 권위를 상대적으로 약화시키는 한편, 다양한 숙박 경험을 존중하는 긍정적 변화로 볼 수도 있습니다.




변화하는 트렌드: 별에서 리뷰로, 그리고 그 너머


21세기 들어 호텔 선택 기준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여행 가이드북에 실린 별등급이나 관광청 인증 마크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실제 투숙객 리뷰와 평점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호텔 등급 제도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온라인 여행사(OTA)와 여행 리뷰 사이트의 영향력입니다. 호텔스닷컴, 부킹닷컴, 트립어드바이저 등의 플랫폼에서는 별 대신 10점 만점 평점이나 5점 만점 후기 점수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수백 명, 수천 명의 이용자가 준 점수 평균이니 만큼, 여행자들은 이 숫자를 신뢰하는 경향이 큽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여행객의 81%가 호텔 예약 전에 리뷰를 항상 읽어본다고 하며, 평점이 0.5만 올라가도 고객이 기꺼이 지불하려는 금액이 상승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호텔들에게 “별 5개” 타이틀보다*“평점 9.5점”“리뷰 1000개 돌파”와 같은 실시간 평판 관리가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호텔들이 자체 등급이나 새로운 인증을 내세우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 호텔을 뜻하는 그린 글로브 인증, 베리어프리 우수 호텔에 주는 무장애 인증, 무슬림 친화 서비스를 알리는 할랄 인증 등이 별과 별개로 부여됩니다. 현대 여행자들은 이러한 특화된 가치에도 주목하기 때문에, 별 5개라도 친환경 노력이 부족하면 꺼리는 층이 있는가 하면, 별 3개라도 환경·사회적 책임을 다하면 선호하는 층이 생기는 식입니다. 호텔 입장에서는 기존 별등급 외에 이런 다양한 전문 인증을 통해 새로운 고객 신뢰를 얻고자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별 너머를 바라보며


호텔의 별 개수는 한눈에 호텔의 등급을 알려주는 편리한 지표이지만, 그 문화적 의미와 활용 방식은 지역마다 달라왔습니다. 백여 년 전 처음 도입된 이래 별은 오랫동안 여행 품질의 상징 노릇을 해왔지만, 시대와 기술의 변화 속에서 그 빛과 그림자도 생겨났습니다. 이제 여행자들은 별의 개수를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별 뒤에 숨은 이야기를 읽어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해 보입니다. 별 다섯 개 호텔이라도 본인 취향에는 안 맞을 수 있고, 별 두세 개짜리 숙소가 주는 소박한 정이 더 큰 행복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최고의 여행을 만드는 것은 별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호텔을 고르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호텔 성급 제도의 역사와 각국의 차이를 이해하면, 우리가 별을 대하는 방식도 조금은 달라질 것입니다. 다음 여행을 계획할 때는 호텔 이름 옆에 붙은 ★의 개수뿐만 아니라, 이용자 후기, 호텔의 철학과 개성, 내 여행 목적까지 두루 살펴보면 어떨까요? 별이 알려주는 기본 정보에 나만의 기준과 경험치를 더할 때, 비로소 만족스러운 선택과 추억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화려한 별 뒤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마음에 새기며, 각자에게 가장 빛나는 여행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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