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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모든 국가는 침대 크기가 달라요

by 여행사 작가 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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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 “킹”과 “퀸”의 대륙


미국

싱글(Single): 99 × 191cm

더블(Double): 137 × 191cm

퀸(Queen): 152 × 203cm

킹(King): 193 × 203cm


북미 지역(미국·캐나다)의 호텔에서는 대형 침대 사용이 두드러집니다. 방 하나에 퀸 사이즈 침대 2개를 두거나, 혹은 킹 사이즈 침대 1개를 두는 구성의 객실이 흔할 정도로, 1인당 공간을 넉넉히 쓰는 문화가 있습니다. 침대 명칭도 왕과 여왕을 뜻하는 킹(King), 퀸(Queen)처럼 거창한데, 실제 크기도 그에 걸맞게 큽니다.


북미의 넓은 주거환경과 “큰 것이 좋다”는 인식이 이러한 침대 문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킹이나 퀸 사이즈 침대는 성인 두 명이 눕고도 남을 만큼 크기 때문에, 부부나 커플이 한 침대를 함께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럿이 여행할 경우에도 침대 하나당 두 명씩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며, 대신 침대 자체를 크게 만들어 개인 공간을 확보하는 편입니다. 한 객실 요금으로 여러 명이 묵는 가족 여행 문화와도 연결되는데, 북미 호텔들은 이러한 수요에 맞춰 대형 침대를 구비해왔습니다. 또한 “킹”이나 “퀸” 같은 명칭 자체도 미국식 마케팅 감각을 보여주는데, 침대 크기에 위계와 럭셔리 이미지를 부여한 것입니다.




유럽: 프랑스 · 독일 – 콤팩트한 더블과 트윈 문화


프랑스, 독일

싱글(Single): 90 × 190cm

더블(Double): 140 × 190cm

퀸(Queen): 160 × 200cm

킹(King): 180 × 200cm


유럽(특히 프랑스, 독일 등)은 북미에 비해 호텔 침대 크기와 객실 규모가 전반적으로 작습니다. 파리나 런던의 오래된 호텔에 가보면 방이 아담하고, 침대도 미국식 퀸보다는 좁은 더블 침대 하나가 놓이거나, 아예 1인용 침대 두 개를 붙여 둔 경우가 많습니다. 침대 명칭도 북미처럼 다양하지 않고, 싱글(1인용) 혹은 더블(2인용) 정도로 단순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일 가정이나 호텔에서는 이불 두 개를 한 침대에서 쓰는 모습이 흔한데, 이는 각자의 체온과 움직임에 맞춰 편히 잘 수 있게 하려는 생활방식입니다. 즉, 부부라도 잠잘 때만큼은 개인 공간과 수면 습관을 존중하는 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럽 호텔 객실 구성의 또 다른 특징은 트윈룸 선호입니다. 여행객이 두 명이라고 해서 무조건 한 침대에서 자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고, 별도의 침대 두 개를 요구하거나 제공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는 친구나 동료와 동행한 경우는 물론이고, 커플이라도 각각 잠자리를 따로 쓰는 편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독일이나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는 부부가 같은 침대 프레임을 쓰더라도 각자 침대보와 이불을 갖춰 독립적인 잠자리를 가집니다. 반면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남유럽에서는 더블 침대 하나를 공유하는 전통적인 부부 여행 스타일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유럽 호텔이 트윈베드 구성을 통해 다양한 조합의 투숙객을 유연하게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간 제약으로 침대 크기가 작아진 측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두 침대가 주는 편안함”에 익숙한 문화가 형성된 것입니다.


한 가지 유념할 점은 유럽 대륙에서는 침대 크기 표기에 북미처럼 “퀸/킹”이라는 용어를 잘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침대 폭을 센티미터로 표시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더블룸(160)”이라고 하면 폭 160cm짜리 침대가 있다는 뜻입니다. Queen이나 King이라는 표현은 주로 영국식이며, 유럽 대륙에서는 Double=140cm 폭 정도를 가리키거나 그 이상은 모두 그냥 “더블”로 통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현지의 생활 방식을 반영한 것이므로, “유럽에서는 침대도 소박하게 나누어 쓴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아시아: 일본 · 중국 – 소형 침대와 유연한 구성


일본

싱글(Single): 97 × 195cm

더블(Double): 140 × 195cm (세미더블: 122cm)

퀸(Queen): 160 × 195cm

킹(King): 194 × 195cm


아시아의 호텔 침대 문화는 서구와는 또 다르게 전개되어 왔습니다. 일본의 경우 전통적으로 집에서 바닥에 까는 요 위에 이불을 깔고 자는 생활이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공간 활용을 위해 잠잘 때만 이부자리를 펴고 낮에는 개어두는 방식이죠.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일본의 현대적인 호텔들도 침대 크기가 전반적으로 작고 컴팩트한 편입니다.

일본 비즈니스 호텔을 예로 들면 방이 비좁은 대신 세미더블(semi-double) 침대를 두어 12인이 간신히 잘 수 있게 구성한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넉넉하게 쓰거나 젊은 커플이 아담하게 함께 잘 때 쓰기에 적당하여, 일본 호텔의 인기 옵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보다 큰 더블(double) 침대도 일본에서는 폭 약 150cm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서양에서 흔한 퀸(152cm)보다 작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일본 호텔에서 퀸이라 부르는 침대는 폭 약 170cm로, 다른 나라의 킹 사이즈에 맞먹는 최대급 침대입니다. 정리하자면 일본에서는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명칭과 조금 어긋나게, 한 단계씩 작은 침대를 부르는 셈입니다. 실제 킹(King) 사이즈(약 180~200cm 폭) 침대는 일본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데, 매트리스 자체를 해외에서 들여와야 할 만큼 비표준이라 그렇습니다. 공간 제약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일본 문화가 호텔 침대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캡슐 호텔이나 초소형 비즈니스 호텔처럼 1인 손님을 위한 특화된 숙소들도 발달했는데, 이것도 좁은 침대 하나만으로도 불편함 없이 지내는 일본인의 숙박 관습과 연관이 있습니다.



중국

싱글(Single): 90 × 190cm

더블(Double): 150 × 200cm

대형 더블(Large Double): 180 × 200cm

킹(King): 200 × 220cm


한편, 중국의 호텔 침대는 일본에 비해 크고 서구적입니다. 중국에서는 호텔 객실을 흔히 두 종류로 나누는데, 하나는 “대침대방”이라 하여 퀸 또는 킹 사이즈 큰 침대 하나가 있는 방이고, 다른 하나는 “쌍침대방”이라 하여 1인용 침대 두 개가 놓인 방입니다. 특히 중국 내수용 호텔들에서는 두 명이 투숙할 경우 기본적으로 트윈베드를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상 함께 출장 온 동료나 친구끼리 방을 쓰는 일이 흔하고, 이들이 침대를 따로 쓰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중국 호텔 침대는 크기도 여유롭지만, 구성의 유연성도 특징적입니다. 예약 시에 “대침대방(큰 침대 1개)”과 “쌍침대방(싱글 2개)”을 선택하도록 되어 있어 투숙객이 침대 구성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가족 단위 투숙일 경우 부모와 어린 자녀가 퀸/킹 침대 하나를 함께 쓰는 일도 많은데, 이는 아이와 함께 자는 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어린 자녀를 부모 침대에서 같이 재우는 것이 비교적 흔하며, 호텔에서도 엑스트라 베드를 추가하기보다는 기존 침대에 함께 자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친구나 지인과 함께일 때는 침대를 나누어 쓰길 원하기 때문에 트윈룸 선호도가 높습니다. 이러한 숙박 문화의 저변에는 전통적인 가족관이나 공동체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중국 북부 농촌에는 방 전체를 데우는 **‘캉’**이라는 전통 온돌 침상이 있어 가족이 모여 자기도 했는데, 현대의 대도시 호텔 침대는 서구식이지만 가족끼리 한 자리에 모여 자는 정서는 어느 정도 이어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남아공 – 영국식 전통과 현지의 실용성


남아프리카공화국

싱글(Single): 91 × 190cm

더블(Double): 137 × 190cm

퀸(Queen): 152 × 203cm

킹(King): 193 × 203cm


남아공의 호텔 객실 구성은 유럽식과 미국식 중간 정도 성향을 보입니다. 관광객 상대로는 트윈룸 수요가 높은 편인데, 이는 남아공이 어드벤처 투어리즘이나 사파리 여행 등 친구끼리 오는 여행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파리 롯지나 게스트하우스에 가보면 한 방에 싱글 침대 두 개가 놓여 있는데, 필요 시 붙여서 킹 사이즈로 만들어주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도시의 비즈니스 호텔이나 고급 리조트에서는 킹 침대 1개짜리 객실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이는 출장자나 부부 여행객이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데다, 남아공인들의 생활양식이 이미 서구화되어 부부가 한 침대를 쓰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지역의 숙소에는 모기장이 침대에 설치되기도 합니다. 열대 기후가 있는 아프리카 다른 나라들에서는 필수지만 남아공에서는 주로 사파리 lodges에서 분위기 겸 실용성으로 달아두곤 합니다. 이런 요소까지 포함하면, 아프리카의 침대 문화는 현지의 자연환경과 전통, 그리고 식민지 시대의 유산이 혼합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아공 호텔 침대는 크기나 구성 면에서는 영국을 닮았지만, 고객 맞춤의 유연한 운영과 때로는 모기장 같은 디테일에서 현지 색채가 드러납니다.




고급 호텔 vs 일반 호텔: 침대와 서비스의 차이


전세계 어디에서나 성급이나 등급에 따라 호텔 침구에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일반 호텔(보통 3성급 이하)의 경우 예산과 공간 제약으로 침대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거나 표준화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보급형 호텔에서는 퀸이나 풀 사이즈 침대를 기본으로 두고, 유럽의 저예산 호텔에서는 폭 140cm 남짓한 더블 침대를 두는 식입니다. 반면 럭셔리 호텔(4~5성급)로 갈수록 침대 크기가 한층 커집니다. 중상급 이상 호텔에서는 더블 침대라도 거의 퀸 사이즈 이상을 쓰고, 킹 사이즈 침대는 필수 요소로 여겨집니다. 특히 최고급 브랜드의 호텔에서는 “킹 사이즈보다 더 큰 것은 없을까?” 할 정도로 침대에 심혈을 기울이는데, 킹보다 폭이 넓은 ‘슈퍼킹’ 침대를 비치하거나 침대 두 개를 놓을 공간을 넉넉히 설계하기도 합니다. 북미의 일부 럭셔리 호텔은 2베드 객실에 퀸 대신 킹 침대 2개를 넣어 줄 정도로 넓은데, 이러한 여유로운 구성은 고급 고객층의 기대치에 부응하려는 노력입니다.

물론 침대 크기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침구 품질과 서비스도 차별화됩니다. 고급 호텔일수록 매트리스는 인체공학적 설계와 최고급 소재(메모리폼, 포켓스프링 등)를 사용하고, 침구는 천연 고급 면으로 놓은 실을 자랑합니다. 또한 베개 메뉴나 침구 정돈 서비스를 통해 투숙객 개개인이 최상의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반 호텔에서는 베개의 종류나 침대 높이 조절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기 어렵고,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범주의 침구를 제공합니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차이가 나타나는데, 럭셔리 호텔에서는 객실 정비 시 시트와 이불을 매일 교체하고 저녁 턴다운 서비스로 침대를 아늑하게 다시 준비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요청에 따라 추가 요이나 아기 침대 등을 신속히 갖다주는 등 침대와 관련한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합니다. 일반 호텔에서는 환경 및 비용 문제로 시트 교체를 투숙 기간 중 2~3일에 한 번으로 제한하거나, 추가 침구 요청에 다소 제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같은 킹 사이즈 침대라도, 호텔 등급에 따라 숙면을 돕는 세심함의 정도가 달라지는 셈입니다. 결국 여행자가 어느 호텔에 머무르느냐에 따라 침대에서 느끼는 포근함도 달라질 수 있으며, 이것이 호텔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세계 각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침대 하나에도 문화가 담겨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러한 배경이 호텔 침구와 서비스 곳곳에 녹아 있어 흥미롭습니다. 여행지가 바뀔 때마다 침대의 크기와 모양, 딱딱함 정도, 함께 자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을 즐겨보세요. 어쩌면 낯선 침대에서의 하룻밤이 그 나라 문화를 가장 친밀하게 느껴볼 수 있는 체험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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