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특별한 주인이 운영하는 한국의 이색 숙소들

- 특수 목적 호텔들에 대한 고찰

by 여행사 작가 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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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호텔들은 대부분 민간 기업이나 개인 자본에 의해 운영되지만, 한국에는 조금 독특한 배경을 지닌 숙소들이 있습니다. 해군, 농협, 경찰, 교직원 등 특정 집단이나 기관이 직접 설립하거나 운영하는 호텔과 수련원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숙박시설처럼 보이지만, 그 존재 배경과 운영 목적에는 각 집단의 문화와 역사가 스며 있습니다. 이러한 특수 주체 운영 호텔들은 일반 상업 호텔과 어떤 점이 다르고, 또 한국 문화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지금부터 해군호텔, 농협호텔, 교직원 수련원, 경찰 수련원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해군 호텔 – 군이 운영하는 특별한 숙소


대한민국 해군에서는 자체 복지차원에서 해군호텔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해군이 운영하는 군사 호텔로, 현역 군인과 그 가족을 주요 이용 대상으로 하는 숙박 시설입니다. 일반적인 민간 호텔과 달리 해군의 규정과 품질 기준에 따라 관리되며, 많은 경우 군사 기지 내 또는 인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러한 입지 덕분에 해군호텔에서는 탁 트인 해안이나 섬의 해양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경우가 많고, 군이 관리하는 만큼 엄격한 보안과 안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해군호텔의 운영 목적은 영리보다는 군 복지에 가깝습니다. 해군 장병과 가족의 휴식을 돕고 복지를 증진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입니다. 이용 자격도 일반 호텔과 다릅니다. 현역 해군 장병, 군무원, 일정 기간 이상 복무한 예비역, 국방부 공무원, 사관생도 등 군 관련 신분이어야 우선 예약과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해군 복지포털을 통해 예약 시 정회원(해군 소속)뿐 아니라 준회원, 일반인으로도 구분되어 예약을 받는데, 일반인의 경우 이용에 제약이 있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리지만 일부 객실이 남을 경우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완전히 개방된 상업 호텔은 아니지만, 일정 조건 하에서는 일반인도 해군호텔을 경험해 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처럼 해군호텔은 군 복지시설의 성격을 띠면서도 여행자 입장에서는 색다른 숙박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해군호텔의 경우 도심 속 군 시설에서 숙박하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며, 제주 해군호텔은 남국의 섬 제주에서 군인 가족 휴양을 위해 운영되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합니다. 각 시설에는 군부대의 전통과 흔적이 남아 있어, 건물 내에 해군 관련 기념물이나 사진이 전시되기도 합니다. 군인 가족들에게는 친숙하고 편안한 쉼터이자 동료 군인들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도 합니다.


이들 해군호텔은 군인이 운영한다는 특별함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군 관련 행사나 가족 여행 때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억과 자부심의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주말이나 휴가철이면 예약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해군 구성원들에게 인기가 높기도 합니다. 해군호텔은 이렇게 특정 집단의 정체성과 복지 목적을 품은 숙소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농협 호텔 – 농촌과 도시를 잇는 이색 공간


한국 농업협동조합, 즉 농협이 운영하는 호텔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2022년 충남 청양의 칠갑산 자락에 문을 연 칠갑산 NH호텔은 농협이 건립해 직접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호텔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농업 종사자들의 조직인 농협이 왜 호텔을 지었을까 궁금해지는데, 그 배경에는 농촌 지역의 활력과 도농 교류를 도모하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칠갑산 NH호텔을 세운 주체는 청양군 화성농협으로, 전형적인 농축산물 판매나 금융 사업에 머물지 않고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비전형 사업으로 호텔을 선택한 것입니다. 한때 인구 2천 명 남짓한 조용한 농촌 마을에 외지인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공간으로 호텔과 연회장을 지어 지역 특산물 판매장, 한우전문식당 등과 연계한 복합 관광단지를 꾸렸습니다. 그 결과 호텔 개장 이후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인근 한우타운의 매출이 20% 이상 증가하는 등 지역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농협호텔의 성격과 서비스는 일반 호텔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객실이나 편의시설은 깨끗하고 현대적이며, 농촌 한복판에 있어서 주변이 한적하고 자연 풍광이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호텔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농협 회원조직의 운영 철학이 반영되어 지역사회와 상생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호텔 바로 옆에 농협 하나로마트와 지역 한우 전문식당을 함께 둬서, 숙박객들이 지역 농축산물을 식사와 쇼핑으로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했습니다. 도시의 관광객 입장에서는 쾌적한 호텔에서 머무르며 농촌 문화를 체험하고 현지의 특산품을 즐길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농교류형 숙박 시설이라는 점에서 농협호텔은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농촌 지역에 부족한 숙박 인프라를 확충하면서도 농민과 도시민을 연결해 주는 가교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협호텔은 현재 청양의 칠갑산 NH호텔이 유일합니다. 농협 차원에서도 첫 시도인 만큼, 이 호텔의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다른 지역 농협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전개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칠갑산 NH호텔은 주말에는 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라고 하니, 앞으로도 농촌 관광 활성화에 중요한 거점이 될 전망입니다. 농협호텔의 등장은 농협이 전통적인 틀을 깨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동시에 도시민에게는 색다른 여행 경험을, 농촌에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으로서 그 문화적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교직원 호텔과 수련원 – 교육자들의 쉼과 배움의 공간


교육계에도 교직원을 위한 특별한 숙박 시설들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운영하는 호텔들인데, 통상 The-K 호텔이라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전국 교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회원 교원들의 여가 선용과 복리 증진을 목적으로 자체 호텔을 설립하여 운영해 왔습니다. 공제회가 전액 출자하여 만든 이 호텔들은 애초에 교직원들에게 품격 있는 휴식과 연수 공간을 제공하려는 목적이 컸지만, 현재는 일반인 관광객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여 특급 호텔로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회원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숙박시설로 기능하면서도, 교직원공제회 회원에게는 할인이나 우대 혜택을 부여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시설과 서비스 면에서는 일반 호텔과 다르지 않게 수영장, 사우나, 연회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때때로 교원 연수 행사나 교육 관련 학회, 세미나가 열리는 등 교육자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는 교직원 호텔이 갖는 문화적 의미 중 하나로, 단순한 숙박을 넘어 교육 문화 교류의 장이자 교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이는 공간이 된다는 점입니다.




특별한 호텔들이 보여주는 것 – 차이점과 문화적 의미


앞서 살펴본 해군호텔, 농협호텔, 교직원 시설은 각기 탄생 배경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특수한 설립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일반 상업 호텔이 투자 수익과 불특정 다수 고객을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해, 이러한 시설들은 설립 주체의 구성원을 위한 복지, 교육, 교류 등을 우선 목표로 삼습니다. 예를 들어 해군호텔은 군인의 사기 진작과 휴양을 위해 만들어졌고, 교직원공제회 호텔은 교사의 복지 향상을 위해, 농협호텔은 농촌 조합원의 이익과 지역사회를 위해 각각 설립되었습니다. 운영 주체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호텔의 성격과 분위기도 이에 맞게 형성됩니다. 해군호텔에서는 군복 입은 투숙객이나 해군 상징물이 눈에 띌 것입니다. 교직원 호텔에는 교육 관련 행사가 자주 열리고, 농협호텔 로비에는 지역 농산물로 꾸민 장식이 방문객을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디테일 하나하나가 그 공간이 만들어진 배경과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지요.


운영 방식의 차이도 두드러집니다. 일반 호텔이라면 누구나 예약 사이트를 통해 방을 잡을 수 있지만, 특수 목적 호텔들은 회원제나 지정된 예약 경로를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군호텔은 내부 복지포털이나 추첨 신청을 통해서만 예약이 가능하며, 자격이 되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됩니다. 다만 교직원공제회의 The-K 호텔이나 농협호텔처럼 시대 흐름에 맞춰 일반인에게도 개방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는 시설 운영의 수익성 제고와 지역 경제 기여 등을 위해 점차 개방적으로 변모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회원(조합원)에게 할인이나 우선권을 주는 식으로 본래 목적과 대중 이용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가격 측면에서 보면, 전반적으로 합리적이거나 저렴한 편입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에 이용료를 원가 수준으로 책정하거나, 해당 조직이 일부 운영 예산을 지원하여 구성원들이 부담 없이 이용하도록 합니다. 시중 동일급 호텔보다 저렴하게 머물 수 있어 알뜰한 휴가를 보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런 경제성 덕분에 해당 직군 종사자들에게는 복지 혜택으로서 자리매김했고, 일부 시설은 일반인들에게도 가성비 좋은 숨은 숙소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입지 선정 또한 차이가 있습니다. 상업 호텔들은 보통 교통이 편리한 도심이나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에 위치하지만, 특수 주체 호텔들은 해당 조직의 시설이나 지역 전략에 따라 입지가 결정됩니다. 군대의 호텔은 군사 거점과 가까운 곳, 교직원 시설은 교육 시설 부지나 관광단지 안, 농협호텔은 농촌 지역 등입니다. 이렇듯 필요에 의해 선택된 위치이다 보니, 오히려 일반 관광객에게는 색다른 장소에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도시 한복판이 아닌 산골이나 해변 마을에 호텔이 있어서 호젓하고 이색적인 여행 경험을 선사하기도 하고, 반대로 평소 민간인은 접근하기 힘든 군사 시설 인근에서 묵으며 특별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호텔과 수련원들이 지니는 문화적 의의를 짚어볼 수 있습니다. 한 사회의 특정 직군이나 집단이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구축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각각 그 집단의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교직원공제회가 1970년대부터 적립한 기금으로 호텔을 세운 배경에는 교사들이 서로를 돕고자 했던 협동의 문화가 있고, 군인·경찰 수련원에는 계급을 떠나 가족 단위로 함께 어울리는 전우애와 동료애의 전통이 배어 있습니다. 농협호텔은 농민 조합원들의 조직이 지역과 상생하려는 새로운 문화적 도전의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설을 이용하는 이들도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속했던 또는 속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부심과 연대감을 확인하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최근 들어 외부인에게 개방되면서 대중의 여행 문화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일반인들은 특수 목적 호텔을 통해 색다른 공간을 경험하며 그 집단의 문화를 엿볼 수 있고, 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이해를 높이는 부수 효과도 가져다줍니다.


한국의 특수 주체 운영 호텔들은 이처럼 다양하면서도 남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비록 겉모습은 호텔이나 콘도와 다르지 않을지 몰라도, 알고 보면 설립 목적에서 운영 방식까지 일반 호텔과는 결이 다른 곳들입니다. 그 안에서는 특별한 공동체의 삶의 단면이 이어지고 있고, 때로는 그 울타리를 살짝 열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변화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기회가 될 때 한 번쯤 이런 이색 숙소를 이용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낯선 장소에서 특별한 주인의 환대를 받으며, 한국 사회 다양한 공동체의 숨은 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 – 그것이야말로 색다른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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