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웰컴 드링크로 알아보는 세계의 환대 문화

-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단 한 잔의 환영 인사

by 여행사 작가 류익


-

여행지에 도착해 장거리 이동의 피로를 느낄 때, 먼저 반겨주는 한 잔의 음료만큼 기분 좋은 것도 없습니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받은 차가운 주스 한 잔이나, 리조트 체크인 데스크에서 내민 샴페인 플루트, 혹은 항공기 퍼스트클래스 좌석에 앉자 곧바로 건네진 얼음이 둥둥 뜬 칵테일 등 웰컴 드링크(welcome drink)는 작은 것이지만 여행자에게 큰 즐거움을 줍니다. 이 환영 음료 문화는 지역과 장소에 따라 다채롭게 나타나는데, 웰컴 드링크로 건네지는 이 음료 한 잔에는 각 지역의 자연과 미각, 그리고 환대의 정신이 녹아 있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그 여행지의 문화를 맛보게 하기도 합니다. 무엇을 건네든, 도착한 여행자에게 직접 준비된 음료를 내민다는 것 자체가 휴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제 전 세계 다양한 나라와 문화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웰컴 드링크의 종류와 그것에 담긴 환대 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동남아시아: 허브티와 코코넛으로 전하는 청량함


동남아시아의 호텔과 리조트에선 무더운 날씨 속 시원한 환영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태국의 고급 리조트에 도착하면, 직원들이 두 손을 모아 “사와디 카” 인사와 함께, 향긋한 레몬그라스 향을 입힌 차가운 물수건과 함께 시원한 웰컴 드링크를 내줍니다. 이처럼 동남아의 휴양지에서는 흔히 레몬그라스나 재스민 같은 허브티, 판단(pandan)이나 히비스커스 아이스티, 열대과일 주스 등 지역 자연을 담은 음료를 웰컴 드링크로 내놓습니다. 특히 한낮의 열기를 식혀주는 얼음이 동동 뜬 음료나 차가운 과일즙은 장시간 비행으로 지친 여행자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이러한 환영 음료에는 눈과 입을 동시에 즐겁게 하는 세심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는 붉은 로젤라 꽃으로 우린 허브티에 탄산을 살짝 가미하거나, 타마린드와 라임을 섞은 상큼한 주스를 작은 잔이 여행자의 마음을 열어줍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현지 재료로 만든 시그니처 칵테일을 환영 음료로 발전시키는 추세도 있는데, 발리의 한 리조트에서는 이탈리아 네그로니를 변주한 “발리그로니(Baligroni)”를 웰컴 드링크로 내놓습니다. 이 특별한 칵테일은 인도네시아 전통 쌀술 아락(Arak)에 로젤라 차와 귤 리큐르, 향신료인 스타 아니스와 카다멈까지 더해 현지의 풍미를 한데 담아냈다고 합니다. 이렇게 동남아시아의 웰컴 드링크들은 더위를 식히고 여행자를 편안하게 환영한다는 실용적 목적과 함께, 그 지역만의 열대적 정취를 첫인상으로 선사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동아시아: 차(茶) 한 잔에 담긴 정성과 예절


동아시아에서는 따뜻한 차 한 잔이 오래전부터 손님 환대의 상징이었습니다. 특히 일본의 환대 문화, 이른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정신은 숙소에서 내주는 작은 찻잔 하나에도 깃들어 있습니다. 일본의 전통 여관 료칸(旅館)에 체크인하면, 객실 안내와 함께 신선한 녹차 한 잔과 지역 과자가 기본으로 제공됩니다. 예를 들어 교토의 료칸에서는 따뜻한 말차나 호지차를 내고 함께 한입 크기의 계피맛 과자나 팥소를 넣은 만주 같은 교토 과자를 곁들입니다. 히로시마에선 단풍 모양의 모미지 만주를 내는 식으로, 각 지역마다 제철 재료나 전통과자를 내놓는 세심함이 돋보입니다. 대개 차와 다과는 투숙객이 도착하면 직원이 전통 다도를 간소화한 방식으로 차를 따라주거나, 때로는 방 안에 보온된 물과 다기 세트를 준비해 두어 여행객이 직접 우려 마실 수도 있게 합니다. 먼 길 온 손님이 짐을 풀고 잠시 앉아 녹차 한 모금과 단맛을 음미하며 쉬도록 배려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웰컴 티” 문화는 일본 차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으로, 찻잎 하나, 다과 한 조각에도 손님을 위한 정성과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권 전반에선 예부터 손님이 오면 차 또는 따뜻한 음료를 대접하는 예절이 이어져 왔습니다. 중국의 가정이나 상점에서는 손님에게 향이 은은한 재스민차나 우롱차를 내며, 한국의 전통 가옥에서도 귀한 손님에겐 직접 달인 보리차나 식혜 등을 권하곤 했습니다. 오늘날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이 전통이 어느 정도 이어져, 중국의 일부 전통 고택 호텔에서는 입실 시 우롱차 한 잔과 말린 대추나 과일 편 등을 내놓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한옥 스테이 같은 곳에선 손님맞이로 따뜻한 유자차나 매실차를 내는 경우가 있고, 일반적인 호텔은 아니지만 고급 식당이나 스파 등에서 웰컴 티를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동아시아의 환영 문화는 기본적으로 차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통해 손님에게 휴식과 진정한 환영의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중동: 향신료 커피와 달콤한 대추의 따뜻한 환대


아랍의 전통 환대 – 중동 지역에서는 환영 의식으로 향신료를 넣은 아랍식 커피와 대추야자를 자주 내놓습니다. 손바닥만 한 작은 잔에 담긴 따뜻한 아랍 커피(가와, Gahwa) 한 잔과 달콤한 대추야자열매 몇 개는 이 지역에서 최고의 환영 인사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에선 손님이 집을 찾거나 상점을 들를 때 늘 카다멈과 사프란으로 향을 낸 연한 커피를 대접하는 오랜 전통이 있습니다. 이 아랍식 커피는 옅은 황금빛을 띠며 은은한 향이 특징인데, 늘 옆에는 커피의 쌉싸름함을 달래 줄 꿀처럼 달콤한 대추야자열매를 함께 놓습니다. 이는 단순한 음료 대접이 아니라 “당신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환대한다”는 의미의 의식과도 같습니다. 실제로 “손님을 환대함에 인색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는 이슬람 문화권답게, 중동에서는 낯선 이방인일지라도 집이나 가게에 들르면 기본적으로 차나 커피부터 권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모로코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커피 대신 향긋하고 달콤한 민트차가 웰컴 드링크로 많이 내어놓습니다. 박하 잎을 듬뿍 넣고 설탕을 넣어 달달하게 우린 모로칸 민트티는 손님 접대의 상징으로, 집을 방문한 손님이나 리야드(전통 여관)에 도착한 여행자에게 꼭 대접합니다. 이렇게 중동의 환영 문화는 그들이 가장 즐기고 자랑스러워하는 맛(향신료 커피, 향긋한 차)과 나눔의 미덕(대추와 같이 달콤한 것)을 한데 묶어, 손님에게 풍성한 환대와 우정의 표시로 내보이고 있습니다.




유럽: 샴페인과 와인으로 건배하는 환영


유럽의 고급 호텔이나 라운지에선 한잔의 샴페인으로 환영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와인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투숙객이 체크인할 때 시원하게 칠링 된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 한 잔을 제공하며 여행객의 안전한 도착을 축하해 줍니다. 고급 호텔 체인들의 새로운 환대 트렌드로 이러한 “시그니처 웰컴 드링크”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럽의 환영 음료가 항상 알코올인 것은 아닙니다. 북유럽의 친환경 부티크 호텔에서는 지역 블루베리 주스나 로컬 무알코올 음료를 내놓아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이미지로 환영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유럽의 웰컴 드링크는 샴페인과 와인 같은 축배 문화에서부터 차, 주스 등 소박한 환대에 이르기까지 형태는 다양하지만, 그 궁극의 목적은 여행자에게 도착을 기쁘게 맞이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있습니다.




미주 지역: 카리브해의 럼 펀치에서 현지 칵테일까지


아메리카 대륙으로 눈을 돌려보면, 북미와 남미, 카리브해의 환영 문화도 각양각색의 색채를 띱니다. 우선 카리브해 휴양지에서는 달콤한 럼 펀치(Rum Punch)나 트로피컬 칵테일로 환영받는 일이 정석처럼 여겨집니다. 예컨대 파인애플, 오렌지, 석류 시럽 등을 넣은 레드빛 럼 펀치를 시원한 얼음과 함께 내주고 “Cheers!”라 외치며 손님을 맞이합니다. 이 한 잔에는 이 나라들의 역사가 담긴 럼주와 열대과일 풍미가 어우러져, 손님으로 하여금 휴양지 분위기를 만끽하게 합니다.


중남미에 위치한 호텔들과 리조트들도 저마다 현지의 맛을 가미한 환영 음료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일명 차야(Chaya) 칵테일을 웰컴 드링크로 준비해 두는데, 차야는 유카탄 지역의 토착 녹색 잎으로 시금치처럼 영양이 풍부한 식물입니다. 한 모금 마시면 이국적인 허브 향과 시트러스의 상큼함, 그리고 멕시코 특유의 증류주 풍미까지 느껴져 그 땅의 정취를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푸에르토리코의 산후안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는 토착 체리인 아세롤라를 활용한 웰컴 칵테일을 제공합니다. 미국 하와이의 리조트나 크루즈에서는 파인애플, 코코넛, 라임 등이 들어간 트로피컬 칵테일이나 신선한 과일주스를 환영 음료로 내놓습니다. 재미있게도, 하와이 라나이 섬의 한 리조트에서는 할라페뇨 고추를 살짝 가미한 특제 트로피컬 샷을 웰컴 드링크로 선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미주 지역의 호텔들은 현지의 재료와 전통주를 활용한 창의적인 웰컴 드링크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공간에서의 웰컴 드링크: 항공 여행과 미식의 순간들


웰컴 드링크 문화는 호텔과 리조트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항공사의 퍼스트클래스 라운지와 기내, 그리고 고급 레스토랑 등 특별한 공간에서도 손님에게 첫 순간을 장식하는 음료를 제공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국제선 퍼스트클래스나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에 앉으면 이륙 전 승무원이 “Welcome aboard!” 인사와 함께 바로 샴페인 한 잔이나 주스 한 잔을 권합니다. 이렇게 기내에서 제공되는 한 잔의 샴페인 혹은 오렌지 주스는 탑승객에게 프리미엄 서비스의 시작을 알리고 비행을 축하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중동의 항공사들은 자국 문화를 접목한 환영 음료도 선보이는데, 카타르항공에서는 “초록색 레모네이드”를 제공하는데, 이것은 카타르항공의 유명한 레몬 민트 주스로, 신선한 레몬즙과 민트잎에 약간의 당분을 섞어 만든 상큼한 무알코올 웰컴 드링크입니다.


지상에 있는 퍼스트클래스 전용 라운지에서도 환영 음료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독일 루프트한자의 퍼스트 라운지에서는 입장 시 장미 한 송이와 함께 최고급 샴페인을 따라주는 것으로 유명하며, 카타르 도하의 알사프와(Al Safwa) 라운지에서는 자리 안내 후 먼저 아라비아 커피와 대추야자를 권해 중동식 환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항공 여행의 웰컴 드링크는 지상의 호텔 서비스 못지않게 여행자에게 특별한 환영과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환영의 한 잔에 담긴 문화의 코드


세계 곳곳의 환영 음료들을 둘러보면, 비록 형태와 맛은 달라도 환대의 마음만큼은 모두 통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뜨거운 나라에서는 차가운 주스로, 추운 지역에서는 따뜻한 차로, 또 어떤 문화권에서는 술로 또 다른 곳에서는 달콤한 차로 환영을 표현하는 셈입니다. 예컨대 일본 료칸의 녹차 한 잔은 정갈한 환대와 평온함을, 아랍의 커피 한 잔은 진심 어린 존중과 풍요로움을, 유럽의 샴페인 한 잔은 기쁨의 공유와 축하의 의미를 전합니다. 환영 음료를 내는 방식에도 그 문화의 코드가 숨어 있는데, 태국처럼 두 손 모아 예를 갖추는 경우도 있고, 하와이처럼 꽃목걸이를 목에 걸어주며 음료를 주는 다정한 방식도 있습니다. 럭셔리 스파 리조트에서는 은은한 아로마 향초를 피워 놓고 잔잔한 현지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허브티를 내어주어, 오감으로 느끼는 환대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음료 그 자체라기보다, 도착한 이를 따뜻하게 맞이하려는 마음과 정성일 것입니다.


실제로도 무엇을 마시든지 간에, 도착과 동시에 누군가 정성껏 준비한 한 잔의 음료를 내밀어 준다면 그것이 곧 여행지에 대한 첫인상이 됩니다. 한국의 한 리조트에서는 매실을 꿀에 재운 뒤 녹차와 블렌딩 한 한방 웰컴 드링크를 내놓기도 하고, 하와이 와이키키에서는 현지 약초인 마마키 잎으로 6시간 우린 아이스티에 파인애플 주스를 섞은 음료를 차가운 타월과 함께 체크인 시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첫맛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숙소들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작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 환대의 한 잔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 곳곳의 환대 문화를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에 새로운 나라를 여행하게 된다면, 그곳에서 가장 먼저 내게 건네질 한 잔이 무엇일지 기대해 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운 설렘이 될 것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7. 요즘 숙소에는 이런 서비스들도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