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좋아하는데 이유는 필요 없다

by 소진

"사람들은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쓴대"


며칠 전 만난 친구가 해준 이야기다.


그 말을 듣고, 내 자신을 돌아봤다. 계속해서 솔직한 내 모습을 쓰려고 했고, 진짜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옮겼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내 글의 패턴은 항상 이랬다. 감정적으로 고뇌하고, 그 고뇌의 이유를 찾으려 하고, 어떻게 하면 그 고뇌를 하지 않을 것인지 찾는 것이었다. 근데, 고뇌의 이유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꼭 있나? 내가 무언가를 싫어하면 싫어하는 이유를 찾고, 좋아하면 좋아하는 이유를 찾고 나를 알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적어보기로 했다. 나는 아름다운게 좋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예쁠때 아침에 기분이 좋고, 내가 코디한 옷이 나랑 잘 어울릴때 좋다. 예쁜 귀걸이를 하고 반짝이는 반지를 끼는게 좋다. 이왕이면 진짜 금을 끼는게 좋다. 왜냐면 씻을때 안빼도 되고, 신경을 많이 안써도 되니깐.


그리고 나는 내가 뭔가를 잘 하는게 좋다. 공부든, 운동이든, 특히 다른 사람보다 무언가를 잘 할때 드는 쾌감이 좋다.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이 좋다. 그 사람의 노력도 노력대로 인정하지만, 내가 한 노력이 노력 대비 큰 효용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내가 똑똑하다는 증거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파란 하늘, 귀여운 강아지, 푸르거나 노랗거나 빨간 나뭇잎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햇살이 따뜻하게 들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거리를 활기차게 걷는 것이 좋다. 강아지는 털이 보송한 강아지, 갈색 뽀글한 푸들, 너무 매력적으로 생긴 스피츠, 다리가 길고 얇은 강아지, 유모차에 탄 강아지, 늙은 어머니들과 다니는 조그마한 강아지들이 좋다. 보고 있으면 나도 행복해진다. 이유는 모른다, 알아야 하나?


사람들이랑 떠드는 것이 좋다. 남자들이랑 데이트하는 것이 좋다. 그들과 데이트하면서 맛있는 밥을 먹는걸 좋아한다. 여자들이랑 데이트하는 것도 좋다. 친구들이랑 만나서 회사 욕 하기, 싫어하는 사람 욕하기, 최근 만난 남자들 얘기하기, 맛있는거 먹기, 예쁜데 가는걸 좋아한다. 다른 사람이랑 있을때가 가장 재밌다. 끊임없이 말할 수 있고, 혼자서는 못먹는 맛있는 외식 메뉴들을 먹을 수 있으니까. 테이블에 은은한 노을빛 조명이 켜진 식당에 가서 먹는 따뜻한 요리들이 좋다. 좀 걷다가 가는 위스키 바, 생맥주 파는 힙한 가게들, 럭셔리 그 자체인 호텔 바도 좋다. 그런 곳을 가면 왠지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것들을 상상하면서 쓰니, 기분이 좋아진다.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그냥 좋은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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