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꿀 글 - 두 가지 자유

어느 운좋은날 밤

by 소진

인생을 살다보면 정말 운좋게 찾아오는 날이 있다.

내 인생을 바꿔줄 글을 만나는 날.

오늘이 그 날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가던 날 샀던 책이 있었다.

찰스 핸디의 "아흔에 바라본 삶"이라는 책인데,

사실 책을 살 당시에는 큰 이유가 없었다.

공항 서점에 딱히 재미있는 책이 없어 보였고,

아흔 세까지 사신 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 말은 얼마나 삶의 본질에 가까운 말들일까 싶어서였다.


샌프란시스코를 오고 가는 비행기에서,

1~2장 정도만 읽었는데,

그다지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가 없어서 덮어두었다.


귀국하고 책상 위에 고이 올려두었던 이 책을

출퇴근 길에 읽으려고 가방에 넣어다니고 있었다.

각 장이 짧게 짧게 되어 있어서 그냥 머리 식히기에 좋은 정도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일이 끝나고 회사 앞의 찻집에서 한시간동안 멍을 때리다가 퇴근하는 길,

지하철에서 다행히 자리가 나서 앉았다.

핸드폰을 열어 1월의 네일 디자인을 보다가 속이 울렁거려서 핸드폰을 덮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문득, 아 그래 가방에 책이 있었지, 하고 책을 폈다.


그런데, 오늘 내 삶이 정의되었다.

복잡하고 복잡하던,

엉킨 내 마음속의 실과 갈피를 잡지 못하던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틀을 얻게 되었다.

운이 좋은 날이었다.


"벗어날 수 있는 자유와 할 수 있는 자유"라는 장이었다.

이 장에서 찰스는 셸이라는 대기업의 말레이시아 지사에서 근무하며 너무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보장된 정년, 다달히 나오는 월급,

그렇지만 일거수일투족이 본사에 의해서 결정되는 삶.

나의 삶과 아주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찰스는 이 삶을 힘들어했는데,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

바로, 가난, 불안정, 걱정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리고 있었으나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스토리의 핵심은 두 가지 자유를 동시에 가질 수는 없으며,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무엇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소극적 자유를 선택하지만, 결국에는 좌절할 수 있다.

반대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적극적 자유는 가난을 감수하는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는 이 딜레마를 당신에게도 전한다.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게 유감일 따름이다."


더없이 안정적이고 더없이 멋져보이는 나의 직장,

이 직장에서 하루가 다르게 내가 시들어갔던 이유를 드디어 알게 되었다.

일거수 일투족, 모들 결정 하나 하나가 나의 것이 아니였다.

나는 두 자유 중 이미 무엇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선택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 적극적 자유를 포기한 상태였다.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인생이 이 딜레마 위에 놓여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의 내 인생은 하나를 선택한 결과라는 것,

무엇을 할 수 있는 적극적 자유가 내가 그토록 찾아 헤메던 자유였다는 것,

나의 인생을 관통하는 생각의 틀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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