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이미 행복한데 왜 이렇게까지 해?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상하게 오늘은 지하철에 사람이 별로 없다. 내가 조금 늦게 나왔나? 시간을 보니까 아닌 것 같다. 다행이다.
어제는 다행히 7시쯤에는 퇴근했다. 분명 퇴근할때는 할 게 많았었는데, 집에 가서 밥 먹고 나니 벌써 9시였다. 넷플릭스에서 모쏠연애를 보고 나니 10시다. 왠지 외로워져서 예전에 친하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거니 아무도 받지 않는다. 12시, 잠을 자려고 하니 잠이 안온다. 유튜브 스크롤만 내리다가 시계를 보고, ‘아, 오늘도’. 이제는 자야지.
요즘 주변 사람들이 다 사라졌다. 친하게 동고동락하던 회사 동기도, 간간히 힘듦을 함께 나누던 다른 썸남들도, 한 순간에 어디론가 다 사라져버렸다. 다들 각자의 인생을 찾으러 간거겠지. 각자의 힘듦이 있고, 각자의 고민이 있으니까.
언젠가는 이들의 짐을 내가 떠맡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만이라도 내가 있다는 이점을 누렸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면 기분이 좋았고, 주변 사람들이랑 떠들 때면 그렇게 좋았다. 항상 사람을 너무 좋아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에 회식을 하고, 주말에 나가서 출근하다보니 스스로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졌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나의 하루를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회사에만 갇혀 있는 나를 꺼내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갇히고 싶지 않아, 내 인생은 이것보다는 커, 그만 둘꺼야 라는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매일 되풀이하기 시작했다. 지푸라기를 잡듯이 일회성 만남에 집착하고, 이 만남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살기 위해 글을 쓴다. 내 인생이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니라는 이기적인 목적으로 글을 쓴다. 글은 방향성이 있어야 하고, 대 주제, 소 주제가 있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마치 바로크같은 그런 생활 양식을 가지기엔, 일에서와 같은 완벽함을 일상 생활에서도 기대하기에 너무 지쳐버렸다.
더 이상 멋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생각도, 누군가에게 모범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다. 학창 시절 받은 으뜸 어린이 상, 대학교 때 받았던 수많은 임명장과 상들, 오랜 기간에 걸쳐 합격한 시험들은 내가 누구보다 낫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무언가를 의미한다면 이렇게 불행할 수가.
어릴 적 부모님에게 물은 적이 있다. “나는 이런게 없어도 행복한데, 왜 이 모든 상장과 공부가 필요해?” 그땐 나중에 깨달을꺼야 라는 부모님의 말이 맞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반대를 깨달았다. 그 많은 상장과 공부는 행복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다. 어릴 때의 내가 맞았다.
그렇지만 더 이상 부모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는 나이인데도, 아직도 부모의 인정을 바라고, 주변의 인정을 바라고, 사회의 인정을 바라는 스스로가 비참하다.
온갖 책임과 결핍에 짓눌린 내 안의 내가 불쌍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아이는 다른 누군가 꺼내줄 수 있는게 아니다. 내가 끄집어내줘야 한다. 저 안에 간신히 심장을 잡으며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는 작고 소중한 저 아이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