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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의 스쿠바 다이빙 입문기 1

오픈 워터 다이버 자격 취득

by 존과 지니

2018년 2월 9일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날, 우리는 필리핀 세부로 떠난다. 이번 겨울 휴가는 약 10일 동안 세부에 머물면서 스쿠바 다이빙 자격을 취득하고 스쿠바 다이빙을 즐기는 것이다.


왜 이 글의 제목이 존의 스쿠바 다이빙 입문기냐면 지니님은 이미 어드벤스 등급의 윗 단계인 레스큐까지 취득한 스쿠바 다이버이고 나만 입문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니님이 한참을 고르고 골라서 세부 막탄 공항에서 가까운 마리바고라는 동네에 있는 세부 J 다이브 리조트라는 곳을 예약했다.


금요일 저녁, 지니님과 나는 각자 퇴근하고 공항에서 만나 세부행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 공항에서 필리핀 세부까지는 약 4시간 반 정도 걸린다.


10시 반에 출발한 비행기는 새벽 2시에 도착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세부로 가는 많은 비행기들이 이렇게 새벽에 도착한다고 한다. 택시를 타고 다이빙 샵에 도착하니 세상 깜깜하고 우리를 반기는 것은 염소 떼들 뿐이다.


다이빙 샵이 문을 굳게 잠그고 불 하나 안 켜져 있다. 어찌어찌 헤매다가 문 닫은 다이빙 샵 앞을 서성거리니 가드맨이 나와서 문을 열고 숙소에 안내해준다. 좀 낡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좋은 숙소다. 사실 여기는 좀 더 좋은 방이고 우리가 예약한 도미토리는 따로 있는데 가드맨의 착오로 여기에 묵게 되었다. 벌써 새벽 4시가 넘었으니 얼른 자고 내일 아침부터 바로 다이빙을 시작해야 한다.


피곤하게 자고 있는데 아침 6시부터 근처 닭들이 미친 듯이 울어댄다. 7시부터는 사람 소리도 소란스럽다 보니 피곤해도 저절로 눈이 떠진다.


앞바다에 떠있는 배들을 보니 필리핀에 왔다는 느낌이 확 난다. 근처 리조트에서 티파니(Tiffany Renee Darwish)의 노래 All This Time이 잔잔하게 들려오니 풍경과 잘 어울린다.

이 다이빙 샵의 도미토리를 이용하면서 다이빙을 하면 아침과 점심 식사가 제공된다. 조촐한 식단이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아주 괜찮다.


이제 다이빙을 시작하러 사무실로 내려간다. 일반적으로 다이버의 등급은 다음과 같다.

나는 처음이니 오픈워터 다이버 교육부터 시작하고 지니님은 이미 레스큐 다이버니 펀 다이브를 한다. 이외에도 스쿠바 다이빙은 다양한 과정이 있다.



지니님과 이야기하는 나이 많은 미국인 강사님은 마이크라는 분으로 40년이 넘게 다이빙을 해온 스쿠바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는 다이버이다. 이 다이빙샵에는 강사 여러 명, 현지인 다이브 마스터 3명, 그리고 가장 높은 단계라 할 수 있는 다이브 인스트럭터 트레이너로 한국인 사장님과 마이크 선생님 두 분이나 있다.


지니님은 마이크 강사님과 함께 펀다이브를 떠나고 나는 오전에 이론 교육을 받는다.


요즘은 SSI(Scuba School International) 교육을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나는 지니님과 함께 다니기 편하게 지니님과 같은 NAUI(National Association of Underwater Instructors) 교육을 받기로 한다. 이름부터 SSI보다 뭔가 좀 더 고급져 보인다.

다이빙의 역사, 다이빙 장비, 잠수 과학에 대한 이론을 듣고 내일까지 공부해서 시험을 봐야 한다. 특히, 안전을 위한 다이빙 관련 사고와 질병의 발생과 예방에 대해서 많은 설명을 들었다.


점심 식사는 다이빙 샵 식당의 돈가스를 먹는다. 이 세부 J 다이빙 샵은 시설과 식사로 호불호가 갈리는 듯한데 숙박료와 다이빙 비용을 생각하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구입한 지 한 달도 안된 새 장비들이라 다이빙을 하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다. 여기에 만족 못하고 모든 것을 고급지게 하려면 좋은 리조트에 가서 많은 돈을 지불하고 즐기면 된다. 우리는 어차피 다이빙만 잘 하고 숙소에서는 잠만 자면 되니 만족스럽다.


오후에는 제한 수역에서 기초적인 다이빙 기술을 배운다. 제한 수역(confind water)이라는 것은 최대 수심 6미터 이하의 수영장이나 이와 비슷한 잔잔하고 맑은 환경의 바다나 강을 말한다. 다이빙 샵 바로 앞바다에서 수중에서 호흡하는 법부터 호흡기 다시 찾아 물기, 마스크 물 빼기, 마스크 벗었다가 다시 쓰기, 부력 조절하기 등등을 두 번에 걸쳐 잠수하면서 배운다.

나우이 오픈워터 자격을 취득하는데 제한 수역 다이빙을 포함해서 보통 4번 정도 다이빙을 해야 한다. 오늘 두 번 했으니 내일 두 번 더 잠수하고 필기시험을 보면 된다.


저녁은 다이빙 샵 근처의 마리바고 그릴에서 먹었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 식당이었지만 서비스가 썩 좋지는 않은 곳이다. 음식을 한꺼번에 주문했는데 다른 것은 일찍 나오고 볶음밥만 주문한 지 한 시간 반 만에 나왔다. 음식은 거의 다 먹었는데 밥만 주면 어떡하니...

다이빙 샵 근처 마사지 가게에서 마사지도 한 번 받고 들어오니 벌써 11시다. 세부에 도착하자마자 시작한 오픈워터 강습 첫날, 저녁에 다이빙 이론 공부를 좀 해야 하는데 피곤하니 조금만 하고 잔다.






오픈워터 강습 2일 차가 시작되었다. 또 닭과 사람 소리로 일찍 일어나버렸으니 아침 식사 전에는 어제 못한 이론 공부를 한다.

다이빙을 나가기 전에 물속에서 핀(Fin; 오리발) 차는 방법도 배운다. 일반적인 핀 차기보다는 프로그킥(개구리 차기)이 에너지 소모가 적어서 스쿠버 다이빙에 더 적합하다고 한다. 다이빙은 잘 하는 사람일수록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어 공기 소모량도 적다고 한다.


다이빙 샵에는 각종 장비들이 걸려 있다. 2일 차에서는 이 장비들이 무엇이고 어떻게 세팅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세부 J 다이브 샵은 직원들이 다이빙 전에 장비를 모두 세팅해서 준비해주지만 나는 교육을 받아야 하니 내가 직접 세팅하는 연습을 한다. 인건비가 저렴한 편인 필리핀이 아닌 다른 곳은 직원들의 도움 없이 직접 세팅해야 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마이크 강사님과 나의 오픈워터 교육을 1:1로 전담해주신 주환 강사님이 이야기 중이다.

어제가 제한 수역에서 물과 다이빙 장비에 적응하는 것이었다면 오늘은 오전에 10여 미터의 개방수역에서 실제로 다이빙하면서 어제 배운 것을 다시 실습해보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였다. 두 번째 다이빙에서는 이제 실제로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이 쌓였으니 오픈워터 다이버가 할 수 있는 한계인 수심 18m 정도의 해역에서 다이빙을 진행해본다.


그리고, 점심 먹고 마지막으로 필기시험을 본다. 나우이 오픈워터 시험 문제가 말을 이상하게 써놓은 것이 많아서인지 알고 있는 문제도 생각보다 많이 틀렸다. 간신히 커트라인인 80점을 넘겨서 오픈워터 다이버 자격증 취득에 성공한다.

SSI는 자격증이 바로 출력되어 당일 발급이 되는데 NAUI는 국제우편으로 몇 달 걸려서 받아야 한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서 혹은 첫날 교육을 늦게 시작하게 되면 3일 정도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어제 아침부터 시작해서 강의와 다이빙을 부지런히 진행한 덕분에 2일 만에 오픈워터 자격을 취득했다.

오픈워터 자격증을 받았지만 스쿠바 다이빙을 잘 하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또한, 많은 다이빙 명소들은 오픈워터 자격으로는 갈 수 없는 수심 20~30m에 많이 있으므로 좀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어야 한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음 단계인 어드밴스드 스쿠바 다이버 과정을 시작할 것이다.


내가 시험 보는 동안 지니님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펀 다이빙을 즐기러 간다. 수심 30m까지 내려갈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나는 못 따라간다고 한다.


지니님이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이번 다이빙에서는 이 해역에서 보기 쉽지 않은 바다거북을 봤다고 한다.

가로등도 제대로 없는 비포장길을 나가서 부용 로드를 지나 샹스 쇼핑몰이 있는 마리바고의 중심가로 걸어간다.


그리 믿기지는 않지만 마리바고 중심가로 가는 이 좁은 왕복 2차선 길이 국도인 Quezon national high way라고 한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맥주 브랜드인 산미구엘 플라자에서 생맥주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연어 샐러드와 오징어, 그리고 바베큐 립으로 신나게 먹으니 1700페소(약 35,000원) 정도 나왔다. 어제 먹은 식당보다도 많이 나왔으니 이 동네 치고도 비싼 편인 듯하다.


저녁을 먹고 대형 마켓인 세이브 모어에 있는 마사지샵에서 마사지를 받고 돌아오니 하루가 끝났다.


공기통을 메고 물에 들어간 것이 이제 4번, 배우고 실습하느라 바빠서 아직은 바닷속 풍경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어드밴스드 스쿠바 다이빙 과정을 마치면 좀 더 괜찮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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