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전에 자전거를 타고 오후에는 걸어서 샌프란시스코 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오는 많은 관광객들이 가는 곳이 소살리토인데 자전거를 타고 갈 경우 금문교를 넘어 소살리토를 왕복하거나 티뷰론까지 가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페리를 탄다. 소살리토에서도 페리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 올 수도 있는데 자전거 타는 거리가 너무 짧으니 우리는 티뷰론으로 간다.
아침은 호스텔에서 간단하게 제공된다. 요거트, 빵, 쥬스, 커피, 우유, 시리얼, 그리고 사과 정도다. 좋은 숙소의 조식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지만 안 주는 것보단 훨씬 좋다. 항상 느끼지만 내 입맛에 미국 커피는 영 안 맞는다.
준비하고 숙소를 나선다. 날은 꽤 쌀쌀하고 잔뜩 흐리다. 일기 예보로는 비는 안 온다고 한다.
어제 저녁을 먹었던 포트메이슨 문화센터 뒤로 금문교가 보인다. 안개가 뿌옇게 끼어 흐리다.
금문교까지는 해변으로 자전거길을 따라 가면 된다. 대부분의 상점들은 아직 열지 않은 아침의 샌프란시스코 해변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열심히 뛰는 사람들은 다들 날씬하고 건강해 보인다.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라 보행자를 배려하고 양보해야 한다. 미국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운전자들이 자전거 이용자에게 많이 양보해주는데 자전거 운전자도 보행자에게 양보해야 한다.
유명한 커피 트럭이라고 사람들이 줄서 있는데 과연 맛있을까...
크리시필드라는 공원 같은 곳을 따라 자전거길이 잘 나있다. 금문교가 점점 가까워지는데 낮게 깔린 안개에 주탑 머리가 보이질 않는다.
크리시필드가 끝날 때 쯤에서 크리시필드 애비뉴라는 자동차 운행이 금지된 언덕길을 올라가야 한다. 해변으로 계속 달리면 금문교 아래에서 길이 끝나 버린다.
금문교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은 처음에는 조금 가파르지만 올라가면서 점차 완만해진다. 서울 사람들에게 한강이 자전거 운동 코스인 것처럼 여기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에게는 크리시필드 옆으로 금문교를 올라가는게 운동 코스라 우리 말고도 많은 자전거들이 지나가니 이들을 따라만 가도 길 찾기가 어렵진 않을 것이다.
주탑이 안개에 가려진 금문교가 점점 가까워진다. 샌프란시스코의 아침은 해무가 잔뜩 낄 때가 많아서 맑은 아침의 금문교를 보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적당한 곳에 전망대가 있다. 금문교가 완벽하게 보이진 않지만 인증샷을 찍는다. 구름이 다리를 집어 삼키는 듯하다.
인증샷을 찍고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번호표를 단 자전거 무리가 떼를 지어 지나가기 시작한다. 하필이면 오늘과 내일 샌프란시스코 자전거 대행진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오늘은 금문교 서편의 자전거 전용 도로가 개방되었다. 동편의 자전거 보행자 겸용 길만 열려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높은 주탑에서 뻗어나온 엄청난 굵기의 케이블을 따라서 열심히 달린다. 1937년 완공된 2700여 미터 길이의 다리인데 겨우 두 개의 주탑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주탑의 높이도 하중을 견디는 케이블의 두께도 어마어마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천천히 달리는데 자전거 대행진 행사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추월한다. 정신이 없다.
날씨도 잔뜩 흐리니 원래 예정했던 비스타 포인트 전망대는 가지 않기로 하고 곧장 소살리토로 향한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전망대에 올라가봐야 아무 것도 보이질 않을테니 어쩔 수 없다. 안개가 보통 걷히는 오후에는 금문교에 관광객들도 많으니 이 일정이 좋다.
상점들이 문을 열지 않은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소살리토는 조용하다. 그래서 그런지 특별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지중해풍이라 하기엔 그런 느낌은 적고 미국의 느낌이 많이 나는 그런 곳이다.
이 자전거 대행진 인파 때문에 정신은 없는데 대회 주최측에서 어느 정도 교통 통제를 해주어서 달리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소살리토가 거의 끝날 무렵, 자전거 대행진 참가자들은 도로를 따라서 다른 곳으로 달리고 우리는 자전거 도로로 빠진다. 갈림길 가운데 두 소녀가 앉아서 방긋방긋 웃으면서 참가자들에게 방향을 알려준다.
인파가 없어지니 금방 한적해졌다. 이 길을 따라서 반대편으로 빙 돌아가야 한다.
길을 따라서 반대편으로 넘어왔다. 레드우드 하이웨이를 관통하는 길이 없어 해안 쪽으로 조금 돌면 자전거길 이정표가 있다. 직진하면 큰 길을 따라 티뷰론으로 바로 가고 Scinic route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하면 해안길이니 당연히 해안길로 간다.
날이 조금씩 맑아지면서 건너편의 소살리토가 잘 보인다.
티뷰론 대로 옆으로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으니 그냥 따라 간다. 남한강 자전거길처럼 옛 기찻길을 자전거길로 만들었나보댜.
소박하고 작은 티뷰론 시청을 지나가면 곧 목적지인 페리 터미널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어지간한 동사무소까지 삐까번쩍한데 이런 조촐하고 아담한 분위기의 건물이 조용한 동네에 참 어울린다.
식당들이 모여있는 바닷가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여기 티뷰론까지 25km, 금문교 비스타 포인트를 들렀으면 거리가 조금 더 늘어났을 듯하다.
상점가 입구에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일단 페리 독으로 가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는 배 시간표를 알아본다.
우리나라 여객선 터미널 대합실처럼 제대로 된 건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선착장이 닫혀 있고 그 입구에 요금과 시간표가 적혀 있다.
1인당 편도 12.5 달러, 운항 거리에 비해서 엄청 비싸긴 하지만 자전거 적재 비용은 무료다. 여기서 배를 타면 피어39 옆의 피어41에 내려준다. 자전거 대행진 인파에 휩쓸려 열심히 달리는 바람에 예상보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10시 20분 첫 배를 타게 되었다.
승선시간이 되었는데 이상하게 생긴 배가 선착장을 지나쳐 간다. 티뷰론에서 근처의 엔젤 아일랜드를 왕복하는 페리다. 옆 선착장에 가보니 여러 사람들이 기다리다가 승선한다.
엔젤 아일랜드 페리가 떠나고 얼마 후 우리 배도 들어온다.
일단 배에 타고 자전거를 거치한다. 1층 한복판에 널찍한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
배는 출발했는데 계산이 느린지 승객도 이 얼마 안 되는데도 배삯을 내는게 한참 걸린다.
2층에 올라가보니 이미 티뷰론은 한참 멀어져 있다.
날이 맑아졌는데도 여전히 주탑에 구름이 걸린 금문교도 보이고...
감옥이 있었던 알카트라즈섬 근처를 지나간다. 알카트라즈 뒤로 베이브릿지도 보인다.
알카트라즈섬 여기저기에 관광객들도 보인다. 예전에 보았던 액션 영화 '더 록'의 촬영지이지만 그리 관심은 없으니 이렇게 지나가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티뷰론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직선 거리가 10 km도 채 안 되기 때문에 출발하고 얼마 안되어 피어 41에 도착한다.
피어41에는 이 배를 타로 티뷰론 가려는 사람들이 로 어마어마하다. 그 중에 사모예드로 보이는 대형견 동호인들의 모임이 있는지 커다란 흰색 개들이 잔뜩 있다. 이렇게 많으니 꽤나 진풍경이다.
이 어마어마한 인파가 티뷰론에 가면 그 조용했던 마을이 북적일 것이다. 일찍 출발해서 돌아온 것이 다행인 듯하다.
바로 옆에 피어39가 있으니 온 김에 보고 가자.
피어39가 유명한 것은 바다사자들 때문인 듯하다. 입구 근처에서부터 풍기던 짐승 냄새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심해진다. 진한 냄새와 함께 바다사자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눈 앞에 바다사자 무리가 잔뜩 모여있는 것이 보인다.
이 바다사자들은 1989년 지진 후부터 여기에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이 부두를 쓰던 사람들과의 마찰도 있었지만 지금은 여기를 완전히 점령하고 살고 있다.
피어39의 끝에서 알카트라즈섬과 그 뒤의 티뷰론, 소살리토가 보인다.
바다사자들의 서식처가 되면서 피어39는 일부 부두의 기능도 하지만 관광지가 되어버린 듯하다. 부두 안쪽으로 식당과 놀이시설, 상점들이 빼곡하다.
피어41 옆의 피어43은 기차로 화물을 나르던 곳이었나보다. 하얀색의 아치가 인상적이다.
이렇게 샌프란시스코 부두들을 구경하고 기라델리 앞을 지나 숙소로 돌아간다.
오늘 자전거 타기는 이걸로 끝이다. 자전거를 보관실에 맡겨두고 옷을 갈아입고 시내 구경을 하러 나간다.
호스텔에서 해변으로 바로 내려간다. 바다 위의 저 둥그런 시설도 일단 명칭은 부두라고 한다. 저 안 해변에 매리타임 공원이 있다.
기라델리 쵸코렛 공장은 생각보다 볼거 없는 그냥 쵸코렛 가게다.
안에는 다양한 쵸코렛들을 판다.
구석에는 쵸코렛을 만드는 기계도 볼 수 있다.
이 쵸코렛 공장은 사방으로 쵸코렛 가게가 나있다.
여기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볼거리인 롬바드 거리까지 걸어 가려면 러시안힐 공원을 지나게 된다.
샌프란시스코는 해변을 벗어나면 죄다 언덕이다. 조금만 올라가도 바다가 한 눈에 펼쳐진다.
러시안힐 공원은 사실 아무 것도 없다. 옆에 이상하고 넓은 콘크리트 광장 같은 것은 1940년에 폐쇄된 저수지라고 한다. 공원 출구 쪽에 사람들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
가보니 마침 케이블카가 급경사를 올라가고 있다.
케이블카가 올라간 언덕을 올라가야 롬바드 스트리트로 갈 수 있는데 걸어 올라가기에도 상당히 가파르다.
올라가는 사이에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케이블카가 있다. 왜 전철 비슷하게 생겨서 전철이나 트램이라 부르지 않을까 싶은데 케이블카 라인 근처를 가보면 뭔가 동력이 작동하고 있는 소리가 난다. 땅 속에 케이블이 계속 돌아가고 그립맨이라 불리는 운전수가 차량에 이 케이블을 얼마나 강하게 연결하느냐에 따라서 속도가 변한다고 한다.
언덕 꼭대기에 가보니 차들이 줄지어 들어가려는 혼잡한 곳이 있다.
바로 롬바드 스트리트다. 언덕이 많고 가파른 샌프란시스코의 지형이 만들어낸 이상한 도로인데 도시의 명물이 되었다.
이 구불구불한 일방통행길에 들어오려고 위쪽 입구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고 길 안에서는 사진 찍으려고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고 뛰고 사진찍고 타고... 아주 난리다.
차도 옆으로 나있는 도보길로 내려왔다. 북새통을 벗어난 느낌이다.
이제 피셔맨즈 와프에서 시내로 대각선으로 뻗는 콜럼버스 애비뉴를 따라 리틀 이탈리 쪽으로 간다. 리틀 이탈리 입구에 워싱턴 광장과 하얀 세인트 피터 앤 폴 성당이 보인다. 근처에 마침 자전거 가게가 있길래 들러서 이번 여행에 쓸 CO2 카트리지를 산다. 카트리지 3개 세트에 11달러라니... 카트리지 한 개당 천 원도 안 되게 사다보니 비싸게 살 때마다 돈 아깝긴 하지만 사두지 않으면 나중에 내가 힘들다.
리틀 이탈리를 둘러본다. 진짜 별 것 없는 그냥 동네다.
워싱턴 스퀘어 앞의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는데... 별 맛도 없는 음식들이 엄청 비싸다. 지금까지 둘이서 10만 원 정도 주고 먹은 식당 중에 최악이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으로만 보면 정상적이고 맛있어 보이지만 뭔가 애매한 국물 없는 치오피노, 맛없게 삶아서 불어버린 파스타면과 미디엄 레어로 시켰는데 미디엄을 넘게 익힌 스테이크까지...
이제 파월 스트리트를 따라 작은 언덕을 넘어서 차이나타운을 지나 유니온 스퀘어로 간다. 차이나타운에는 원래부터 전혀 관심이 없는데 여긴 더더욱 별거 없는 곳이다. 대부분의 미국 도시들이 다 그렇지만 복잡한 시내 중심가는 딱히 관광할만한 곳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중심가라 할 수 있는 유니온 스퀘어에 들렀으니 이제 슬슬 돌아가기로 한다.
숙소까지 돌아가는데 가장 언덕이 적어보이는 101번 도로를 따라 가기로 했다. 가는 길은 여기저기가 지저분하고 마리화나 냄새가 곳곳에서 픙긴다. 캘리포니아주는 마리화나가 합법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놓고 길바닥에서 피우지는 않지만 은근히 여기저기서 그 냄새가 난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은 낮에는 비교적 안전한 편이지만 밤이 되면 도심 공동화가 생기면서 부랑자들이 배회하기 때문에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호스텔에서 묵으니 저녁은 간단히 맥주를 마시기로 한다. 호스텔 근처의 세이프웨이에서 샐러드와 맥주를 사서 숙소에 들어간다.
오랜만이다 코나 롱보드...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는 맥주지만 미국에서 6병 10 달러에 마시다가 우리나라에서 두 병에 만 원 하니 국내에서는 거의 안 마신다. 코나 브루잉 컴퍼니는 이것 외에는 IPA나 맛이 강한 맥주가 대부분이라 내게는 이 롱보드가 제일 무난하다.
샌프란시스코는 금문교와 항구 쪽만 둘러봐도 충분한 듯하다. 금문교를 건너 소살리토를 지나 티뷰론까지 가는 27km의 자전거길도 마음에 들었다. 금문교가 안개에 휩싸인 것이 아쉽지만 애당초 화창한 날의 금문교를 보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이제 내일부터 본격적인 캘리포니아 자전거 여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