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과 지니의 미국 서부 해안 자전거 여행 1

샌프란시스코 도착

by 존과 지니

2018년 9월 21일

매년 그랬던 것처럼 이번 추석에도 자전거 여행을 간다. 그 동안 유럽을 지중해 위주로 다녀왔으니 이번에는 미국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서 LA를 거쳐 샌디에고까지 1100 km를 달리기로 했다. 이 루트는 미국의 1번 국도를 거의 따라 가는 길이기 때문에 보통 하이웨이 원 클래식 Highway one classic 루트라고 한다.


비행기표는 작년 10월에 이미 예매해두었다. 지난 호주 여행 전에 발급해둔 국제 면허증도 가져간다. 이번에는 자전거 여행이 끝나고 마지막에 차를 빌리기로 했는데 차를 빌리지 않더라도 만약을 위해 국제 면허증은 만들어 두는게 좋다.


자전거 경로를 쭉 찾아보니 작년에 일어났던 산사태로 몬테레이 아래 쪽에 고르다와 래그드 포인트 사이의 우회로도 없는 1번 국도 일부가 통채로 없어졌다. 이를 올해 9월 말에나 복구한다기에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번 7월 중순에 도로가 재개통되었다.

출처 The Mercury News

출발 일주일 전, 단골 자전거가게에 부탁해서 자전거를 포장할 박스도 구해두었다. 우리 자전거 여행을 위해 매년 수고해주는 단골 가게인 수원 바이크빈이 항상 고맙다.


이번에도 거리가 꽤 되니 로드바이크를 가져간다. 지금까지 쓰던 레이싱 타이어는 여행용으로는 부적합하단 것을 증명하는 듯이 지난 프랑스 남부 루트에서 연이은 펑크로 고생했다. 이번에는 펑크에 강한 타이어로 교체해서 가기로 한다.


자전거 두 대의 타이어 4짝을 모두 교체하니 엄청 힘들다. 장거리 여행 전에 타이어 교체를 해야 한다면 가능하면 빨리 하는 편이 좋다. 가끔 튜브가 불량이거나 실펑크가 나있으면 자전거 여행 시작부터 펑크 수리를 해야 할 수 있으니 미리 교체해두고 며칠 동안 공기압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자전거 정비가 끝났다면 다음은 가지고 갈 것들을 챙겨야 한다.

자전거 용품은 기존에 가지고 다니는 응급 수리용 공구통에 추가 여분 튜브를 준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자전거 박스 포장을 하는데 필요한 몇 가지를 더 챙겨간다.


여행용품은 충전기와 세면 도구, 응급 약품, 선크림 등이다. 2주 정도 여행을 하면 기본 약품을 꼭 챙겨야 한다. 자전거 타다 넘어지거나 해서 상처가 생기면 약과 반찬고를 발라도 아픈데 메디폼을 사용하면 고통을 금방 가라앉혀 준다. 햇빛, 땀, 벌레 등 여러가지 이유로 피부에 염증이 생길 수 있으니 다양한 피부질환에 바를 수 있는 연고 정도는 챙기면 좋다. 이번에는 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해를 바라보면서 달리니 선크림을 발라도 여행 중반 쯤에는 이미 새카매져 있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고의 날씨는 상당히 다르다. 샌프란시스코는 지금 아침저녁으로 상당히 쌀쌀하다고 한다. 그에 비해 샌디에고는 낮에 28도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마냥 따듯한 옷만 가져갈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잘 안 입는 오래된 옷을 챙겨가서 중간에 버리기로 했다.


이번에는 아시아나 항공을 예매했다. 집에서 가까운 삼성동 도심공항 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으니 차에 박스와 자전거를 싣고 도심공항 터미널에 가서 자전거를 포장해서 체크인을 한다. 카본 로드바이크라서 포장을 해도 한 박스에 12 kg 정도이다.


자전거를 부치고 나면 이제 보통의 여행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저녁 8시 비행기이지만 도심공항 터미널에서 체크인을 하면 언제든지 출국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 수속을 마치니 오후 5시다.


1년에 꼬박꼬박 2~3번 해외로 나가니 신용카드도 그에 적합한 것을 쓴다. 마티나 라운지 서비스가 되는 신용카드라 쉬면서 저녁을 먹을 겸해서 라운지에 찾아갔더니 마침 추석이라 사람이 엄청 많다. 느긋하게 기다려서 든든히 먹고 나온다.


이제 진짜 출발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는 직항이라 갈아타지 않아서 좋다. 중간 경유지에서 몇 시간 씩 기다리는 것도 상당한 시간 낭비가 된다.


기내 수하물로는 안장가방 두 개에 헬멧 두 개, 자전거 외엔 이것 뿐이다. 우리는 이번에도 가볍게 출발한다.


직항에 밤비행기라 푹 잤다. 10여 시간의 비행 동안 영화 한 편 보고 잤더니 식사가 나오고 착륙하니 덜 힘들게 도착했다. 10시간을 날았지만 날짜 변경선을 넘어서 아직 21일 오후 3시 반이다.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하고 나면 늘 그렇듯이 대형 수하물에서 나올 자전거를 찾으러 가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대형 수하물 찾는 곳을 찾기가 편하게 되어 있다. 조금 기다렸더니 자전거 박스들이 나왔다.


자전거 박스 두 개를 카트에 싣고 입국장으로 나간다. 수하물을 찾자마자 자전거에 이상 없는지 뜯어서 조립하는 것이 좋은데 포장도 워낙 튼튼하게 하고 박스에 훼손된 부분도 없어서 그냥 가지고 나간다.


미화원 아주머니에게 박스 버릴 곳을 물어보고 근처에서 박스를 뜯어 자전거를 조립한다.


늘 하던 일이니 금방 자전거 두 대를 원상복구했다. 운송 중에 충격 받은 흔적도 없고 망가진 곳도 없으니 다행이다.


숙소까지 자전거로 달려야 한다.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피셔맨즈 와프까지 28km 정도이다. 은근히 먼 거리이긴 하지만 자전거로 갈만한 거리다.


2층 입국장에서 바로 출발하려니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고가도로다. 안전하게 가야 하니 미리 봐둔 1층 출국장 쪽의 일반 도로로 간다. 구글 스트리트뷰로 자전거길이 있는 것을 미리 확인해 두었다.


자전거길을 그냥 쭉 따라 간다. 현지인도 아니고 난생 처음 가는 길이니 여행 경로를 최대한 쉽게 짜야 한다.


저 멀리 산에 샌프란시스코라고 쓰여 있다. 자전거에게 엄청 친절한 미국 운전자들의 양보를 받으며 도로 가장자리의 자전거길을 달리니 미국에 온 것이 실감난다.


공항에서 멕도넬 도로- 사우스 에어포트 대로- 게이트웨이 대로로 이어지는 직진길을 달리다가 직진하기에 애매한 오이스터 포인트 삼거리와 만나면 정면의 제약회사 뒤로 해변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지저분한 호수를 따라 시에라 포인트 파크웨이- 라군로드- 터널 애비뉴- 3번가를 달려 시가지를 가로질러 쭉 직진하면 AT&T 야구장 앞에 다다르게 된다. 샌프란시스코 시가지의 입구라 할 수 있는 3번가 옆의 마을들은 하나같이 오래되고 구질구질하다.


AT&T 야구장부터는 해변에 바짝 붙어서 가면 된다. 복잡하고 큰 대도시치고는 길찾기가 어렵지 않다. 오늘 야구 경기가 있는지 야구장 앞이 북적북적하다. 원래 야구장 근처의 버라이존에 들러서 유심을 사려 했는데 사람들로 정신이 없으니 빠르게 야구장을 벗어난다.


해변을 따라 달리면 금문교 비슷한 것이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이어주는 베이브릿지이다. 두 다리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베이브릿지는 주탑이 4개로 주탑이 2개인 금문교와 모양 만으로도 구별된다. 그리고, 베이브릿지는 인도가 없는 자동차 전용 도로이며 복층 구조라고 한다.


베이브릿지를 지나면 이제 샌프란시스코 항구다.


부두의 번호는 순서대로 붙은게 아니고 각각 부두마다 용도도 다르다.


부두 중에 가장 유명하고 복잡한 피어39를 벗어나기 위해 비치 스트리트를 따라서 기라델리 스퀘어 앞을 지나쳤더니 바로 숙소 근처 공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 공원의 해변 끝에서 자전거길로 언덕을 올라가면 가장 꼭대기에 예약해둔 호스텔이 나온다.


나는 호스텔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혼자 여행갈 때도 가능하면 호스텔을 피하는데 샌프란시스코는 워낙 물가가 비싼 동네라서 어쩔 수 없이 호스텔에서 이틀을 묵기로 했다.


남녀 공용으로 20명이 한 방에서 자는 곳이다. 호스텔 전체에서 생전 처음 맡아보는 이상한 냄새도 난다.


씻고 정리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오늘은 금요일 저녁, 근처 포트메이슨 문화센터 주차장에서 푸드트럭들이 모여 장사하는 오프 더 그리드가 열린다.


이것저것 길거리 음식들을 파는데 영 끌리는 것이 없다.


그래서 먹은 것은 클램 차우더와 랍스터롤. 클램 차우더도 적당한 맛이었고 랍스터롤도 가격에 비해 살이 많아 만족스럽다.

여기에 생맥주를 곁들여 마시는데 일반 사이즈 한 컵에 8달러나 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어지간한 좋은 식당에서도 큰 잔에 7~8달러면 마신다. 어쨌든 이렇게 긴 하루를 보내고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첫 느낌은 춥고 냄새나는데 물가는 비싼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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