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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의 스위스 자전거 여행 2일 차

Quarten ~ Thusis 71km

by 존과 지니

2025년 9월 15일(월)

[2일 차] Quarten ~ Thusis 71km / 누적 거리 155km



어제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너무 졸렸는데 괜히 일찍 잤다가 새벽에 깨면 애매해지니까 참다가 잤다. 낯선 곳에 와도 잠은 잘 온다. 원래도 잘 자는데 오래간만에 자전거를 타서 피곤했던 듯...

조식이 7시부터라 먹으러 갔다. 예약할 때 본 리뷰에 비해서는 쏘쏘 했다. 그래도 먹는다. 어제처럼 배고파봐야 정신을 차린다.


구글 지도상 오늘 가는 자전거길을 살펴보니 또 비포장이 있다. 자전거가 걱정돼서 비포장은 그만 타고 싶다.. 존의 조언대로 3번 국도를 그냥 탔다. 여기는 갓길이 거의 없어서 Flums까지 죽음의 고비를 넘겨 달렸다. 운전하던 어떤 아짐이 독일어로 샬라샬라 했는데, 여기서 자전거 타면 안 된다는 것 같았다. 아 몰라유.. 다 타는디, 왜 낸티만 그래유.. 아짐마가 잘 모르시는 듯..

다행인 건 Flums를 지나니 너무 한산해지고 사이드에 아무도 다니지 않는 아스팔트 인도가 있어서 그 길을 따라 Chur 입구까지 갔다.


미그로스 파트너가 있어서 음료라도 마실까 하고 들어갔는데, 계산대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나왔다. 뭘 먹기도 쉽지 않군...


그리고 계속해서 3번 도로를 따라가려고 했는데, 여긴 자동차 전용도로인지 자꾸 고속도로 톨게이트 쪽으로 안내를 하는 게 불안해서 그냥 자전거 도로를 탔다. 길이 헷갈려서 존이 내 위치를 보고 카톡으로 조언을 해줬다. 애초에 그냥 자전거 표지판을 따라가면 됐었는데, 자전거 도로에 불신이 생겨서 차도로 가는 바람에 길을 잘못 들었던 것 같다.

<존의 정보: 원래 Walenstadt 기차역에서 지하통로를 통과하면 자전거길이 Flums를 지나 Seez 개천을 따라 Mels까지 이어지며 Lendquart의 아울렛 앞에서 비포장 자전거길이 Chur 역까지 이어지지만 초행길에는 찾기가 쉽지 않다. >


그러다가 아울렛이 나와서 무려 서브웨이에서 샐러드와 제로환타를 먹었다. 살이 좀 빠졌으면 좋겠다..^_^


다시 자전거길. 고우면서도 딴딴한 모래바닥 비포장이 나왔다가 사라졌다가 한다. 어제 강변 비포장이 좀 그랬어서 기대를 안 했는데, 꽤 달릴만하다.


주유소에 딸린 마트에서 딸기 요거트를 사 먹으면서 오늘의 작은 언덕쓰를 넘어가려고 지도를 보니 국도나 자전거길이나 고도가 비슷하다. 그렇다면 차 없는 자전거 길로 가야지~


자전거 도로가 기찻길을 따라 아주 평평하게 펼쳐져 있다. 가끔 지나가는 빨간 기차도 예쁘다.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을 보니 길이 애매해지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온 게 아까우니 일단 조금 더 가본다.


망했다. 그냥 비포장이 아니라 산속 임도다. 다들 mtb 타고 싕싕 달린다. 이미 이쪽으로 길을 빠져버려서 국도로 돌아가려니 귀찮다. 그 사이에 패니어를 잔뜩 달은 자전거 여행자 2명이 나를 지나갔다. 그래, 나도 일단 가봐야지. 안되면 걸어서라도 간다.


초반 이후 오르막 경사가 심해졌고, 바닥에 은근히 큰 돌이 많아서 셋 다 1km 정도 끌바를 했다. 정상에 도착하고 나서 아저씨들은 휭~ 내려갔고, 나는 혼자 볼일을 본 뒤^,.^ 살살 내려갔다.


옛날 같으면 아예 못 탔을 텐데 존을 따라 mtb로 임도 좀 타고 이랬더니 생각보다 탈만하다. 나의 mtb 연습은 '스위스 작은 산에서 마라톤 타이어를 낀 로드바이크로 임도를 타기 위한' 기초였나 보다=_= 다행히 내리막은 완만한 경사라 살살 타고 갔다. 오르막보다 거리도 길~어서 개이득.


길은 좀 그렇긴 한데, 물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으니 풍경이 꽤 볼만하다.


드디어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나왔다. 약수? 인지 아닌지 모르는 물이 있어서 일단 마셨다. 물갈이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강인한 몸이어라.. 그리고 임도에서 지친 몸을 쉬기 위해 벤치에 잠시 앉아 있었다.


내리막은 한 번도 내리지 않고 살살 왔다. 휠셋에 튕기는 돌 때문에 자전거가 걱정될 뿐.


공단을 지나 자전거 도로로 살살 가는데, 공사 중인 구간이 있다. 뒤에 따라오던 현지인(?) 할배가 우회해서 가자고 하더니 차도로 나를 안내해 줬다. 내가 뒤에 잘 오고 있는지 계속 뒤를 쳐다봐주던 할배와 잠시 같이 달렸다. 고마워요..


기찻길 옆 자전거길을 달리는데 2킬로 남은 지점부터 맞바람이 장난 아니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인가?


아까 쉬면서 예약해 둔 숙소에 쳌인을 했다. 1층은 디저트 가게와 식당을 같이 운영하고 있었다.


영어는 거의 못하지만 무진장 친절한 주인 아줌니가 키와 함께 웰컴 초콜릿을 줬다.


그리고 방에 오니 화장실 휴지 정리해 놓은 재간이 장난 없다. 이런 곳이라면 내일 꼭 조식(유료)을 먹어야지!


바로 내려가서 생맥주 500 한잔을 마셨다. 훈훈한 청년이 친절하게 주문을 받아줬다.


어우~ 취기가 돌지만, 샤워&빨래, 기기충전 등을 마치고 밖을 나섰다.


미그로스와 쿱을 갔는데, 생각보다 작아서 그런지 먹고 싶은 게 없었다.


작디작은 동네를 한 바퀴 훑는데 닫은 가게가 많고 뭔가 애매한 것이.. 겨울철이 피크인 동네인가 보다.


마을 끄트머리로 걸어가서 내일 가야 할 경로를 체크해 봤다. 내가 가려는 경로와 구글이 안내하는 경로가 달라서 조금 고민이 된다. 내일 길에서 결정해야 할 것 같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아까 맥주 마신 숙소 식당에서 수프와 슈니첼을 주문했다.


으아~ 이거 존맛!! 다른 식당은 모르겠는데, 사진으로 봤을 때는 고기가 얇고 튀김이 갈색이었거든... 근데 여기는 고기가 매우 두텁고, 촉촉하고, 빵가루 튀김이 예술이다. 이제 슈니첼은 안 먹을 거다. 어딜 가도 여기보다 맛없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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