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도착
- 일자 : '15.05.29(금)
- 구간 : Sintra ~ Lisboa
- 라이딩 거리(당일/누적) : 43km / 1485km
Sintra의 아침이 밝았다.
오늘 예정은 Lisboa를 여행하며 여행하는 근교 도시 3총사인 Cabo da Roca, Sintra, Casacais를 관광하려 했었는데... 왠지 날이 흐린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땅끝으로 가는 길은 날씨가 좋지 않을 것만 같은데, 이미 이곳도 꺼먹꺼먹한걸 보니 땅끝은 나중에 기차를 타고 와야겠다고 생각해서 더 잤다.
역시 땅끝은 Finisterra처럼 자전거를 놓고 가야 제맛..이라고 위안하기..;ㅅ;
느지막이 다시 일어난 시간은 10~11시 정도. 날씨가 무지 개인걸 보니 괜스레 죄책감이 든다. 땅끝까지 자전거 타고 가기 귀찮아서 그냥 날씨 핑계를 대고 늦잠 잔듯한 나란 여자..;ㅅ;
호스텔에서 제공해주는 아침을 대략 챙겨 먹고 마당 정원으로 나왔다.
어제 호스텔 투숙객들이 바비큐 파티를 했던 곳이다. 이 호스텔의 투숙객들은 거의 가족단위로 왔고, 게다가 어제의 난 늦게 도착을 해버려서 뭔가 낑기기 어려웠다. 술을 파는 미니바 주변에는 자유로운 벤치&쿠션이 마당 한가득이다.
포르투갈의 호스텔에서는 도미토리라도 거의 혼자 방을 쓴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빨래도 자유롭게 널어놓고, 호텔 못지않은 편안함을 누렸다.
호스텔을 나오자마자 그득 핀 분홍분홍 꽃과 저~기 산 위에 성이 보인다.
체크아웃 시간이라 그런가, 배낭여행자들이 분주하다. 나도 늘어지게 늦잠을 잤으니 그럼 이제 출발해볼까?
헥헥,, 경사가 장난 아니다. 얼마나 힘들었던가.. 어제 이 길을 몇 번이나 왕복했으니..흙흙 ;ㅅ;
이름만 낯익었던 Sintra라는 도시는 정형화되지 않은 다양한 왕궁이 있는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저쪽 산에도 또 성이 있네~
Sintra 가장 중심지에 있는 신트라성이다. 왕족의 여름 휴양지라고 하는데, 산에 있는 다른 것들보다는 조금 투박해 보인다. 찾아보지 않았으면 박물관이라고 착각할 정도..;;
신트라성 맞은편에는 어제저녁을 먹고 숙소를 찾아 헤매던 상점 골목이 있다. 허이구~ 낮에 오니 이렇게나 사람이 많네..ㄷㄷ // Santiago와 Porto 이후로 사람 가장 많이 본 듯..
예쁜 파스텔 톤의 건물과 아기자기한 물건이 많이 있었지만 사람은 더욱 몰리고, 나는 자전거를 끌고 있고.. 가뜩이나 정신이 없어서 재빠르게 빠져나왔다. 어차피 며칠 후 다시 올 테니..
저어어어~기 위에도 또 성이 있군. 신트라 자체가 산에 있는 동네라 그런가, 엄청 가파른 돌바닥과 계단이 계속돼서 이곳을 빠져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흐엉~ 거의 입구까지 빠져나왔다. 이제 다시 자전거를 탈 시간. 근교 여행을 일단 스킵했으니 오늘 Lisboa에 도착하겠군, 룰루.!
Sintra에서 남쪽으로 계속 달리기 시작했더니 어느새 저 끝에 푸른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Estoril즈음인 듯?
Sintra에서 Lisboa까지 질러가면 20km 정도지만 차가 많을 것 같기도 하고, 남쪽 해안도 보고 싶어 져서 밑으로 돌아왔다. 바다 근처는 역시 호텔이 즐비하다.
Lisboa까지 이어질 듯한 철로 위 다리를 건너 샤방샤방 페달링//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에도 간혹 짧은 보행 신호등이 있다. 이런 나들목의 병목을 막기 위한 체계인 것 같은데, 똑똑하군.. 짜식들..
아까 보이던 바다의 끝으로 왔다. 휴양지 느낌 물씬 나는 이곳은 포르투갈 남부 해안입니다.!
해안을 따라 산책길이 있는 것 같다. 살살 끌바를 해서 노점 카페를 갔지만 3개뿐인 테이블은 이미 만석..;ㅅ;
고생한 흰둥이를 기대 놓고 그냥 쉬었다. 바닷가에서 놀다 가고 싶었는데, 이제 곧 고지가 코앞이라 그냥 숨만 돌렸다.
오늘도 보송보송 잘 마르고 있는 나의 빨래들. 그리고 계속 말려 뒤집어지는 나의 가리비..=_ =;
그늘이 없어서 대충 걸터앉아 쉬다가 또 출발.. Lisboa까지 이제 얼마나 남았을까?
나름 대도시로 들어가는 길이라 그런가 무려 왕복 4차선 도로가 나와서 편하게 달렸다. 내 앞을 가는 로드 마실 커플은 차선을 그냥 하나 먹고 달리던데, 아무도 빵빵거리지 않고 다들 당연한 듯 비켜가며 운전했다.
저게 4월 25일 다리인가? 포르투갈은 사전에 공부를 많이 못했더니 좀 생소하다. 다음부턴 숙지 좀 하고 와야지..
* 4월 25일 다리는 1974년 4월 25일 포르투갈의 혁명을 기념하여 명명한 다리라고 하네요.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은 역시나 항구가 크게 있다. 차도 많아지고, 사람도 많아지고.. 여기가 도시라는 곳인가 봐요~ 호호 'ㅁ'
강인지 바다인지 헷갈릴 정도의 물길을 따라 난 자전거 도로를 따라 살살 라이딩.. 을 하고 싶었는데, 완벽하지 않고 계속해서 끊긴다. 사람들도 많이 걸어 다녀서 나도 그냥 슬슬 끌바..
그러다 멋쟁이 자전거 인력거 오빠가 나타난 곳에는 바로바로?!
짜잔!! 어마어마하게 넓은 코메르시우 광장이 나타난다.!! 마드리드에서 솔 광장만 끄적거리고 마요르 광장을 못 갔던 게 한이었는데.. 여기가 더 넓지 않을까? '-^
일단 있어 보이는 곳이니 인증샷을 하나 찍는다. 아저씨 사진 못 찍는다. 나 디게 까맣고 못났다..
리스본 대성당에서 마무리를 했어야 하는데, 어차피 Lisboa에 왔으니 이 정도면 됐다.. 싶어서 나의 무사고 무펑크 까미노 순례를 완료한 것으로 간주했다.
헤헷~ 축하축하.! 나의 안전을 염원해주는 뒷 배경의 우리 주제 1세 오빠..ㅋㅋ
트램이 지나는 광장 한켠의 노천에 앉아 샹그리아와 나뚜랄 오렌지주스를 마셨다. 한식이 먹고 싶어서 한인민박을 어제 미리 카톡으로 예약해두었다. 원래 근교 도시 3총사를 들렀다 가기로 해서 좀 늦게 도착하기로 한터라 햇살도 씨고 목도 축일 겸 이곳에 눌러앉았다.
나의 두 번째 까미노 북쪽길-포르투갈길 무사고 완주 자축.. 헤헿~'ㅁ'
대충 시간을 맞춰 길을 나섰다. 차도는 아스팔트와 돌길이 번갈아가며 나왔고, 나는 그냥 도시관광도 할 겸 오늘도 끌바.!
호시우 광장을 지난다.
헤스타우라도레스 광장을 지난다.
한인민박에 도착해서 씻고 빨래를 대충 했다. 그리고 같은 방의 여자애도 이제 막 Lisboa에 도착한 것 같아서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나가기 전 주인아저씨의 엄청난 관광/맛집 정보 설명을 들었는데, 거의 달달 외는 수준이다. 위치 대비 가격은 좀 있는 편이지만 역시 한인민박의 정보력 하나는 끝내준다.
근처 지하철역에서 다른 일행 한 명이 합류했다. 둘은 Porto에서 만났는데, Lisboa 일정이 비슷해서 동행을 하기로 했다고~
민박 주인아저씨가 알려준 맛집 중 한 군데를 도전하기 위해서 이름 모를 골목을 다 누비고 다녔다. 그런데 여기 참 계단과 오르막이 많은 동네로군..핫핫.. 다리 아팡..'-'
맛집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제대로 못 찾고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갔다. 여러 군데의 맛집을 가봤지만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가장 좋았다. 허름한듯해도 뭔가 정감 있는 현지인 맛집 느낌. 물론 가격도 저렴하고 맛있다.
민박 아찌 추천대로 하우스 와인에 도미를 한 접시 후딱 해치웠다. 이땐 여기가 그렇게 맛있는 줄 몰랐는데, 다른데 다녀보니 난 여기가 으뜸..'-')b
글고 또 민박 아찌가 추천해준 유명 흑맥주 집에 와서 한잔 했다. 식사를 해야만 테이블에 앉을 수 있고, 음료만 마시려면 비좁은 바에 앉아야 해서 신속하게 마시고 나왔다.
리스본 관광 간단 포스팅과 저의 멀쩡한 모습을 다음 편에 공개합니다.
* 장기간 휴가를 내고 까미노를 달릴 수 있도록 많은 협조와 관심 보내주신 KEPCO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