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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an 04. 2016

지니의 까미노 포르투갈길 자전거 여행 6

지니의 Camino Portuguese Reverse (까미노 포르투갈길) 자전거 여행 -  6일 차


- 일자 : '15.05.28(목)

- 구간 :  Nazare ~ Sintra

- 라이딩 거리(당일/누적) : 134km / 1442km 



개별 욕실과 화장실이 딸린 신식 호스텔의 6인실에서 혼자 편안하게 잠을 자고 개운하게 일어났다. 포르투갈의 호스텔은 아침을 제공해주는 곳이 많다. 이곳에서 빵, 햄, 치즈, 커피, 따뜻한 우유, 그리고 나뚜랄 오렌지주스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아침을 먹으며 독일 남자 1명과 여자 2명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자 2명은 휴양차 여행을 왔다고 했고, 남자애는 서핑하러 왔다고 했다. 어쩐지 구릿빛 피부..


나오는 길에 호스텔  맞은편 여행사에 붙어있는 여러 가지 광고 전단지를 보았다. Nazare는 서쪽의 해안도시 중에서도 해양스포츠로 유명한 도시였나보다. 이걸  어제저녁에만 봤더라도 오늘 하루 더 묵으면서 대서양 다이빙을 하고 가는 거였는데.. 이번 포르투갈길에서 제일 아쉬운 점이다. 


근처에 이렇게 하몽을 직접 제조해서 파는 가게도 있다. 아침이라 문은 닫았지만.. // 몰랐는데, 지금 보니 본의 아니게 내 모습이 유리에 반사되어 찍혔다.;;


오늘은 또 어느 도시에서 자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남쪽으로 페달을 밟았다. 역시나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비 오는  것보단 나은 것 같다. 북쪽길에서 빗줄기에 싸대기 맞은 걸 생각하면..;ㅅ;


내륙으로 가는 것보단 해안에 조금이라도 붙어서 가는 것이 그래도 도로가 한적하다. 아침을 양껏 먹어서 배도 부르다.


중간에 멈춰서 목을 축이기도 했다. 포르투갈에서는 무조건 나뚜랄 오렌지주스로!! 어지간한 카페에 가면 껍질까지 통으로 갈아주는 100% 나뚜랄 주스를 단돈 2유로 정도에 먹을 수 있다.


오늘은 그냥 열심히 달린 것 같다. 

마을도 달리고..


한가한 도로도 달리고..


풍력발전기 따라 또 달리고..


사진은 참 한가할 때 찍을  수밖에 없었지만 부분적인 구간에서 차량이 엄청나게 몰려오곤 했다. 그래서  또다시 서쪽 해안으로 빠지는 길이다. 포르투갈의 gps파일만 보아도 동서로 참 왔다 갔다 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서쪽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맑고 조용하다. 

 


가느다란 전주만 보더라도 시골마을인 게 느껴진다. 국도길에서는 보기 힘든 까미노의 고즈넉한 절경..


포르투갈의 흔한 속도제한 표지판은 마을 입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배가 고파지면 근처 마을의 보이는 바에 들어가서, 음료(콜라나 아쿠아리우스)에 간단하게 빵 한 조각. 스페인에서는 식사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된 끼니를 챙기기가 어려워 보통 바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해결하곤 한다. 며칠씩 자전거를 타니 몸이 가벼운 게 훨씬 낫다. 대신 배고파지지는 않게 제때 적당한 칼로리 챙겨 먹기를 잊지 않는다.

이 곳은 테라스 자리를 마을 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했는지, 테이블을 겨우 하나 얻어냈다. 


마을에는 성당이 꼭 있는데, 포르투갈로 올수록 저런 새하얀 색깔이 자주 보인다. 이유가 뭘까? (누가 좀 알려주세유..)



Lourinha에서 대부분의 차는 Torres Vedras로 향하면서 도로는 다시 한가해졌고, 공사구간이 드문드문 나타나면서 혹시 막다른 길이 나오는 건 아닌지 점점 긴장됐다.


어설프게 자전거 도로도 생겼다가 곧 사라졌지만, 어차피 공사장의 모래가 바닥에 흩뿌려져 있어서 거의 이용하지는 못했다.



저기 멀리 보이는 건물을 비롯해서, 지금 짓는 대부분의 건물은 골프장을 포함한 꽤 괜찮은 퀄리티의 리조트가 될 예정인  듯했다. 약간 높은 지대에 있어서 저 멀리 바다도 보이고, 이곳에 원래 골프장이 있는데 더 확장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몇 년 후에는 붐비게 될 또 하나의 관광지(겸 휴양지)가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드니,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round about에서 가끔 길이 헷갈리면 갓길 옆으로 빠져서 길을 검색해보곤 한다. 포르투갈길 초반 어느 커다란 로터리에서 길을 찾기 위해서 한 5바퀴 정도 돌았던 기억이 났다.;


저기 보이는 마을이 Ericeira인 것 같다. 오늘은 저기에서 잘까 한다. 라이딩도 100km가 넘는 지점이니 쉬어갈 만 하고, 바닷가랑 붙어있는 게 뭔지 느낌 있어 보인다.ㅎㅎ


해안에 가까워져서 그런지 심한 오르막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그래도 바다가 보이니 힘내서 페달을 돌려야지.!

사진의 주차장은 바닷가 바로 앞 고급 호텔이었는데, 그들을 위한 전용 산책로도 따로 있다. 하지만 난 저 산을 곧 넘어가니까, 가장 위에서 멋진 풍경을 봐야지~ 'ㅁ'!


오르락내리락 열심히 달리는데, 도로폭이 좁고 차량이 많아져서 그런지.. 내가 업힐을 오를 때마다 뒤에 차가 밀려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는 민폐인 것 같아서 옆에 데크길이 시작되는 곳으로 올라와서 천천히 끌바를 시작했다. 


꼭대기에서 아까 그 호텔 쪽을 내려다보면 짜잔~ 날씨 직인다.! // 차도에서 앞만 보고 업힐 했으면 절대로 보지 못했을 광경..


절벽을 보면 마치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로드 느낌이군 =_ =;; 대륙의 끝에서 저런 느낌은 대략 평균적이다. 


꼭대기에 카페가 있어서 쉬어갈 겸 간단히 음료를  사 먹었다. 여기서 기분이 좀 상했다. 캔으로 된 음료를 다른 곳에서는 보통 1유로나 그 이하의 금액을 받고, 빨대나 컵(원하면 얼음 포함)을 같이 제공해준다. 그런데 여기는 빨대도 하나 주지 않으면서 미적지근한 세븐업을 2유로나 받았다. 

얘네 어차피 영어도 안되고, 난 어차피 스페인어 안되고.. 싸우기도 귀찮고, 오후 6시 넘었고.. 일단 마시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이 마을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 다음 마을까지 달려가기로 즉흥적인 판단을 했다.;;

그런데 나 아직 내일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아서 지금 생각을 해야 되는데..=



그래서 20km 더 달려왔다. 여기가 바로 Sintra.....^_^ // 입구부터 길이 참 좋지가 않군.. 그냥 인도로 끌고 가자.. 장기 라이딩에서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니까..


곧 엄청난 오르막이 시작되어서 어차피 끌바할  수밖에 없었다.ㅋㅋ // 산 위에 왕실들이 여름 휴양을 즐겼다는 별장 목적의 성도 보이고.. 뭔가 하여튼 역사가 있어 보이는 도시다. 예상보다 조금 더 달리는 바람에 얼른 숙소를 구해야 했다. 


숙소를 알아보려고 여러 군데 돌아다녔는데, 문을 닫았거나 아주 비싼 4성급 호텔만 있었다. 중심부는 돌바닥에 계단 작렬해서 클릿화를 벗고 맨발에 쓰레빠로 갈아 신었는데, 레스토랑 호객꾼이 말을 말을 걸었다.


"오우, 너 자전거 타고 까미노 중? 오늘 어디서 출발했어?"

"나르제? 니제르? 나제르?"

"Nazere? 오 대박!!!!"

"아, 나 근데 숙소를 찾고 있거든. 여기 혹시 근처에 숙소 좀 있어?? 내가 몇 군데 가봤는데 아닌 것 같아."

"좀 저렴한 호스텔 같은 곳 원해??"

"어, 완전!!!!!!!!!!"

"저쪽 길로 쭈우욱 가봐. 멀지 않아. 한 5분 걸어가면 나올 거야.! 거기 도미토리를 제공하는 숙소가 있어.!"


해가 점점 지고 있었다. 발걸음을 재촉해서 골목을 들어섰는데, 누군가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리더니 말을 건다.


"헤이~ 아까 너 호스텔 찾는다는 거 들었어. 호스텔은 이 도로 끝에 있어. 거긴 nice way야!"

"오, 감솨 'ㅁ')b"


지대가 높아서 그런가 정말 nice way다.! 야경이 소박하지만 참 예쁘고 넓게 내려다보인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숙소가 나오지 않는다. 이미 해가 조금씩 지고 있었다. 겨우 찾은 골목 끝에는 1박에 80유로 이상하는 고급진 숙소만 있었다. 고민하다가 여긴 아니다 싶어서 나왔다. 고급 숙소는 3성호텔 한 번으로 만족하자..;; 그리곤 인적이 드문 골목을 왔다 갔다 하다가 행인을 만났다. 


"아, 저기 미안한데.. 이 근처에 숙소? 호스텔? 그런 거 있어??"

"니 뒤에 하나 있어. 우리도 거기 체크인했어."

"응? 내 뒤에??"


맙소사.. 호스텔 이름이 nice way hostel이었다.. 덴쟝 ;ㅅ; // 이름이 nice way일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ㅠ 게다가 해가 져버려서 간판을 미처 못 보고 계속 지나쳤던 것이다. 

도미토리는 10인실이 하나 있었는데, 나 혼자서 방을 썼다. 그리고 여기도 크레덴셜에 찍을 도장이 없다고 했다. 포르투갈길에서는 도장이 없는 곳이 은근 있다. 심지어 여기 주인은 도장에 대해 물어보는 손님은 내가 처음이었단다.;;


얼른 샤워를 하고, 저녁을 해결하러 다시 나왔다. nice way 골목은 정말 경사가 장난 아니다..^^ (끌바도 쉽지 않았으니, 30%는 족히 될 듯)


어쨌든 아까 호객꾼의 정보가 고마워서 그 레스토랑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어둡고 쌀쌀한 골목이었지만 테라스에 앉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주문한 손님인 듯하여 오늘의 생선을 시켜서 후딱 먹었다.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처음 본 화이트 샹그리아도 한 잔 했다. 여기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가 물가가 대체적으로 비싸다. 그래도 오늘 밤 잘 수 있는 저렴한 숙소를 얻었으니 그것으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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