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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an 03. 2016

지니의 까미노 포르투갈길 자전거 여행 5

지니의 Camino Portuguese Reverse (까미노 포르투갈길) 자전거 여행 -  5일 차


- 일자 : '15.05.27(수)

- 구간 : Mira ~ Nazare

- 라이딩 거리(당일/누적) : 130km / 1308km 



아침에 일어나서 호스텔 아저씨가 주방에 미리 준비해둔 재료로 식사를 했다. 빵, 치즈, 햄, 버터, 라즈베리 잼, 그리고 시리얼 소박하지만 하나뿐인 손님을 위해서 정성스럽게 차려놓고 출근한 덕에 적당히 배를 채웠다.


어제저녁 먹으러 나가며 봤던 자전거 도로 겸 산책로의 지도인 것 같다. 구간별 거리와 소요 시간 등을 함께 나타내고 있어서 마을 주민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듯했다. 물론 차도로 가는 나에게는 크게 상관이 없다.


포르투갈에 입성한 이후 어제까지 국도를 달리며 정신적으로 피곤한 상태가 지속됐기 때문에 오늘부터는 차량이 뜸한 샛길로 달리기로 했다. 쭉쭉 뻗은 소나무 줄기들이 그늘막을 만들어줘서 나름 시원하고 운치 있었다. 이런 길이 계속되면 좋으련만...


난데없이 나타난 노란색 표지판. 셰셰셰~한 느낌이 온다. 공사판 입구에서 많이 봤던 그 표지판, 대략 길이 좋지 않으니 5km 정도는 주의하라는 바로 그 문구.. 포르투갈어도 모르는데, Porto 가는 길에 이미 저 노란 이미지를 수도 없이 봐왔으므로 익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왔던 길을 돌아갈까도 했는데, 그럼 다시 국도로 가야 하니 일단 5km 정도 천천히 가보기로 했다.


살살 자전거를 타보려고 했는데, 바닥이 정말 좋지 않다. 샛길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넘어져서 다쳤다간 숲 속에 고립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이내 포기하고 끌바를 시작한다. 엠티비를 탔다면 이런 길은 그냥 우당탕탕 갔겠지? 예기치 못한 순간에서 산악용 자전거가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모든 길을 쉽게 가면 그건 까미노가 아니지.! (라고 셀프 위안을 해본다..ㅠ) 


한 시간을 넘게 걷다가 포장도로를 만났지만 곧 다시 더욱 거친 도로가 나를 맞이한다. 정오에 가까워지면서 나무 그늘도 슬슬 없어지고, 이대로 계속 걸을 수는 없기에 어렵게 다시 국도 쪽으로 나왔다. 소나무 숲을 벗어나 마을을 만나자마자 길이 매끈매끈해진다. 더우니 국도 입구에서 음료 한 잔 마시고 국도를 다시 달릴 준비 시작.!

10km를 오는데 오전이 이미 다 지나버렸다. 비포장길을 하도 걸었더니 이젠 국도의 화물트럭 지나가는 소리가 반가울 지경이다. 난 걸으러 온 게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러 온 거니까 이 정도 고행은 감수해야겠지..

급기야 IC로 시작하는 큰 도로도 잠깐 탔던 것 같다. 오히려 편도 2차선이고, 갓길이 무지 넓은  그곳을 가는 것이 한편으로는 편하기도 했는데 중앙분리대도 있고 차들도 너무 쌩쌩 달려서 나들목을 드나드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IC 국도는 고속도로와 합쳐졌다가 분리되기도 하는 것 같아서 이 길은 이제 타지 않기로 했다. 

어제 종일 타고 왔던 국도 N109는 마을을 지날 때마다 도로가 점점 좁아지고, 갓길도 완벽하게 없어졌다. 최대한 사이드로 피한다고 피했는데 화물트럭 꼬리가 거의 옷 길을 스치고 나서야 이 길로 더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다시 판단을 내렸다. 조금만 더 가서 우회도로로 빠지려고 했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1km도 더 갈 수가 없었다. 급기야 가던 길을 멈추고 신호등을 건너서 샛길로 다시 빠지기로 했다. 신호등은 중앙선을 중심으로 두 개로 분리되어 있었는데, 난 이미 정신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상태였고 앞의 신호등만 보고 끝까지 건너려다가 또 사고가 날뻔했다. 끌바를 하기는 했지만 나를 뒤늦게 발견한 차가 끼익 하고 멈췄다. 또 내 잘못이긴 하지만 차도 많고 힘든데.. 사흘 만에 다시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급한 대로 N109-9로 빠져서 어쩔 수 없이 해안으로 다시 달리고 있었다. 가는 길에는 기차역도 있었는데 여기서 정말 기차 타고 다른 도시로 가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점프해버리면 분명 한국에 돌아가서 후회할 것 같았고, 포르투갈길을 완주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어쨌든 다시 와야만 할 것 같아서 참고 또 참았다. 걱정이 되는 것은 한 가지였는데 해안 근처의 샛길로 빠졌을 때 비포장이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점..


N109-9 국도 한가운데 있는 주유소 옆 카페에서 간단하게 빵을 먹었다. 우울하게 앉아있는 나를 보고 카페 아찌가 묻지도 않은 와이파이 비번을 먼저 건네줘서 고마웠다. 지도로 봤을 때 해안 근처는 푸르딩딩했는데, 제발 이 길이 산을 넘어가는 비포장길이 아니길 간절히 바랬다. 


다행히 푸르딩딩이들은 아까와 같은 소나무 밭이었고, 길은 좁지만 다행히 아스팔트가 이어지는 도로여서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걱정했던 산도 없고, 비포장도 없었다. 국도에서 소나무를 실어가는 화물트럭을 많이 봤는데, 다 이 숲에서 베어간 애들인가 보다. 

서쪽으로 적당히 가다가 남쪽으로 틀었을 때는 도로도 넓고 갓길도 넓고~ 소나무 숲에 바람도 살랑살랑 부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도착한 Nazere의 어느 호스텔에 들어갔다. 떠듬떠듬 영어로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는 내 또래의 호스텔 여직원을 만났다. 여자 방은 6인실 두 개가 있는데 빈 방 하나를 혼자 편하게 쉬라고 배정해줬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딸려있는 아주 깔끔한 호스텔이었다. 포르투갈은 호스텔에 가도 수건을 모두 줘서 정말 좋다. 


어제처럼 호텔에 머무르듯 편하게 샤워+빨래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근처에 바다가 있는 것 같아서 바닷가로 고고씽~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해안을 따라서 호텔과 레스토랑이 아주 많았다. 여기 뭔가 유명한 바닷가 관광지의 느낌이다. 사람도 꽤 있고 중간중간 붐비는 곳도 있다.


한쪽 편에는 퇴적암이 켜켜이 쌓인 언덕 위에 하얀 집들이 있는데 왠지 저 곳이 좀 부자마을 같았다. 뷰도 왠지 더 좋을 것 같고~


바다를 보며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서 간단하게 카페에 가서 맥주 2잔과 레드와인 한 잔을 마셨다. 영어를 아주 잘 하는 간지 흑오빠가 일하고 있었는데 자기도 주말에 파티마까지 자전거로 왕복한다며 자전거 여행을 하는 나를 응원해줬다. 와꾸도 좋고 농담도 잘 한다. ㅋ ㅑ~ 멋진 도시다, 역시..ㅋㅋ


슬슬 해가 넘어가려고 한다. 어지간히 목도 축였고 해서  저녁식사할 곳을 다시 찾아 나섰다.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이렇게나 레스토랑이 즐비한 거리가 있었고, 영어로 호객하는 곳을 바로 들어갔다. 나란 여자, 참 쉽군..


굽거나 찐 생선은 이미 많이 먹어서 좀 특이한 걸로 시켜봤는데 한국의 생선조림처럼 나왔다. 다양한 종류의 생선과 감자가 이것저것 들어있어서 추천해준 화이트 와인과 함께 배 터지게 먹었다. 디저트로 내 사랑 코르타도로 마무리~ // 포르투갈에 와서 해산물, 특히 생선을 많이 먹으니 기분이 느무나도 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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