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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23. 2015

지니의 까미노 포르투갈길 자전거 여행 4

지니의 Camino Portuguese Reverse (까미노 포르투갈길) 자전거 여행 -  4일 차

- 일자 : '15.05.26(화)

- 구간 : Porto ~ Mira

- 라이딩 거리(당일/누적) : 98km / 1178km  



호스텔 6인실에서 잤는데 캐나다인지 미국에서 배낭여행을 온 친구들 3명이 더 자고 있어서 조용히 짐을 챙겨 흰둥이를 데리고 나왔다. Ponte Luis를 지나가기 위해 살살 흰둥이를 끌고 강가로 다시 나왔다. 역시나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다리 아래쪽으로 살살 건너와서 반대쪽을 보면 이런 모습. 이 멋진 도시를 담을 수 없는 폰카가 한스럽기만 하구나.. 하지만 내 머릿속엔 더 뚜렷하게 저장되어 있지롱~'ㅁ'


어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던 반대쪽보다는 훨씬 여유롭다. 깔끔한 산책로를 따라 카페를 둘러보며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갈 곳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오늘 좀 늦게 일어났으니 일단은 이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서 남쪽으로 따라 갈 국도를 찾은 이후에 뭐라도 먹기로 했다.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Porto가 훨씬 예쁘다. 어제 와인을 좀 덜 먹었으면 이곳까지 산책에서 야경도 보고 했을 텐데.. 생각보다 Porto의 관광이 짧아서 조금은 아쉬웠다. 


관광객을 위한 케이블카도 있다. 어디로 올라가는 걸까.. 언덕은 많으니 어디든 가겠지..ㅎㅎ // 강변을 따라 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그늘이 시원하다. 


들어올 때도 그랬는데 Porto를 벗어나는 길 또한 오르막이 장난 아니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가파른 업힐을 살살 끌바했다. 돌길이 가끔 나오기도 했고 일방통행도 종종 나와서 오히려 끌바가 편했다. Vila Nova de Gaia에 와서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번화한 마을을 지나갔는데 차가 많았지만 오히려 자전거를 타는 나에게 다들 길을 양보해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점 때문에 유럽이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는 참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남쪽으로 가다가 N109 도로를 곧 만났고, 이제서야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카페를 갔다. 원래 탄산음료나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날이 더우니 자꾸 콜라가 땡긴다. 코카콜라와 에그타르트 1개가 오늘의 아침식사다. 생각 없이 에그타르트를 골랐는데 포르투갈이 에그타르트를 처음으로 만든 나라임을 나중에 알았다. 더워서 입맛이 없지만 칼로리를 채우기 위해서 얌얌~


N109의 초반은 국도 치고는 좀 좁고 낙타 등이 약간 있는 길이었다. 게다가 계속 마을을 지나고 있었기 때문에 차량이 아주아주 적은 것도 아니었다. 세 자릿수 국도라 그런가? 어쨌든 좁은 도로에서는 멈추기도 좀 그래서 사진이 별로 없다. 

사실 사진을 잘 안 찍는데 이번 북쪽길과 포르투갈길에서는 그래도 엄청나게 많이 찍은 편이다. 그런데 갈수록 원래 성격이 나와서 그런가... 슬슬 음식 샷도 없어지고 점점 라이딩에 충실해지는 것 같다. 사진도 중요하긴 하지만 난 내가 직접 보는 게 더 좋으니까.. (그래서 재작년 프랑스길에서는 100장도 안 찍은 거니? ^_^)


남쪽으로  갈수록 N109는 점점 넓어졌지만 이미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듯하다..^_^;


금방 없어지지만 가끔은 이런 완벽한 자전거 도로도 있다. 근데 여긴 국도가 아니고 가로질러가는 다른 길이었던 듯. 그래서 이렇게나 차가 없다. 


국도로 계속 가다 보니 차가 많기도 했고, 숙소가 제법 있을 법한 다음 큰 도시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국도를 벗어나 해안으로 슬슬 빠지기 시작했다. 작은 도로라 길이 안 좋을까 봐 걱정이 됐었는데, 나름 번호가 붙어있는 도로가 그런지 아스팔트 이쁘게 깔린 포장길이었다. 차도 별로 없었고, 나무가 많이 우거져서 그늘도 있고 좋았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길을 달리다 보면 가끔 하나씩 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조금씩 남서쪽으로 가고 있는데, 이렇게 가다 보면 바다를 만날 수 있겠지?


이번 여행의 첫 셀카, 그림자샷..=_ =; // 내 사진이 너무 없는 것 같아서 한 번 찍어봤다. 그림자가 길어진 걸 보니 해가 넘어가려고 하는가 보다. 갈수록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출발하게 되니 라이딩 거리도 짧은데 도착시간도 늦어진다. 목적지에 가까워지며 해이해지는 이 마음..ㅋㅋ


일단은 마을을 찾아 들어왔다. 배가 좀 고프긴 한데 숙소를 먼저 찾는 게 마음이 편하니까 조금 참기로 했다. 어차피 저녁 또 먹어봐야 빵 쪼가리 아니겠나..;ㅅ;  


우리 흰둥이와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산 가리비, 그리고 뽀송하게 다 말라있는 내 빨래들..ㅋ1ㅋ1 // 왠지 좀 조용하고 고즈넉한 맛이 있는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호텔과 호스텔 광고판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 찾아왔다. 호텔과 호스텔은 사이에 건물을 하나 두고 매우 가까이 위치해있다. 어차피 같은 위치라면 굳이 호텔을 갈 필요는 없지... 게다가 어제 비싼 호텔에서 많은 돈을 지불하지 않았는가, 허허.. 

그런데 호스텔의 벨을 아무리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문도 잠겨있고.. 혹시 문 닫은 집인가? ;ㅅ; //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으니 옆집 할머니가 나왔다. 포르투갈어로 어쩌구 저쩌구 설명하고, 나는 영어로 질문하고.. 한참 동안 대화가 안됐는데, 하튼 그 할무니가 알려준 번호로 몇 번을 시도한 끝에 전화를 해서 바꿔주니 샬라 샬라 통화를 했고 그러다가 곧 호스텔 주인과 가족들이 왔다. 와우.! 포기하지 않고 도와준 옆집 할무니, 고마워요.ㅎㅎ;; // 주인은 투잡 뛰는 아저씨 같았는데 비수기라서 호스텔에 상주하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방은 2인실, 4인실, 6인실 등이 있었는데, 어차피 1인 가격은 똑같으니 아무데서나 자라고 했다. 그래서 창문이 있는 2인실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도장을 찍어달라고 크레덴셜을 내밀었더니, 작년에 막 문을 연 곳이라 아직 도장이 없다고 했다. 얼른 제작해야겠다며 미안한 기색을 보였는데, 도장은 크게 상관없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주인 아찌는 기초영어가 가능했고, 최대한 내가 필요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침대 시트와 수건을 깔맞춤 하는 센스까지..ㅋㅋ


호스텔의 손님은 오직 나 혼자였다. 긴긴 기다림에도 포기하지 않고 호텔을 가지 않은 것에 대해서 혼자 뿌듯해했다.ㅋㅋ // 샤워+빨래를 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조그만 천을 따라 바닷가로 걸어가는 길.


마을에는 이렇게 자전거 도로 겸 산책로가 있다. 안 그래도 내가 자전거로 온 것을 호스텔  주인아저씨가 보고는 해안을 계속 따라가면 자전거 도로가 있으니 훨씬 편할 것이라고 말해줬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자전거 도로는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ㅋㅋ // 어쨌든 마을 주민들에게는 정말 멋진 길인 것 같다. 실제로 멍멍이들을 데리고 산책/조깅하는 사람들을 몇 명 봤다.


야자수랑 오리배스러운 기구들도 있다. 잘 정돈된 계획도시의 느낌이 난다. 생각보다 엄청 작은 마을은 아니었는데 희한하게 길거리에 사람들이 별로 없다.


해안으로 갔더니 이렇게 멋진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근처에 캠핑장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7~8월에는 여기도 포르투갈의 멋진 관광지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은 5월 말이라 그런가, 좀 휑~하긴 하군. 유럽 어딜 가든 빠지지 않고 성당(또는 교회)을 볼 수 있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도 말이다.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러 테라스에 앉았다. 노을이 질 때는 찬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한다. 원래 식사를 하려고 온 곳인데 여기는 바라서 그런지 이미 주방은 마감했다고 했다. 아쉬운 데로 식전주처럼 맥주를 한 잔 했다. 단돈 1유로.!


맥주를 후딱 마시고 바로 옆 레스토랑으로 와서 저녁을 먹었다. 무슨 수프인지, 죽인지를 먹고 싶었는데, 그게 안된다고 해서 바깔라우를 먹었다. 화이트 와인도 작은 병으로  하나시켜서 홀라당 다 먹었다. 알아서 포르토 와인으로 추천해서 갖다 줬는데 역시나 도수가 좀 있다. 그래도 많이 드라이하지 않고 달달한 맛에 술술 넘어간다. 상큼한 샐러드도 같이 나와서 다 먹고, 빵도 먹고, 빵과 같이 나온 버터, 생선소스, 치즈 전부 다 까서 먹었는데도 18유로도 안 나왔다. 


참고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빵을 먹으면 돈을 추가로 받는다. 가끔 빵에 곁들여 먹는 치즈나 특별한 소스 등을 먹으면 그것 또한 계산서에 모두 청구된다. 그냥 갖다주더라도 먹지 않으면 당연히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예전엔 이걸 몰라서 당연히 서비스인 줄 알고 다 먹었는데 이제는 먹더라도 알고 먹는다는 사실! 가끔 빵이나  소스뿐 아니라 애피타이져도 이런 식으로 돈을 받는 경우가 있으니 꼭 물어봐야 한다.

레스토랑 주인아저씨는 영어는 거의 못하고 불어는 할 줄 안다고 했다. 포르투갈의 많은 노인들은 불어를 잘 하는 것 같았다. 왜지?! 



저녁을 다 먹으니 해가 슬슬 지고 있다. 이 넓은  2층짜리 레스토랑에도 손님은 나 혼자였다. 사람도 별로 없는 이 곳에 동양인이 혼자 왔으니 얼마나 신기했을까? 조용한 Mira 마을에서 배 터지게 먹고 호텔처럼 혼자 머무는 호스텔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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