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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23. 2015

지니의 까미노 포르투갈길 자전거 여행 3

지니의 Camino Portuguese Reverse (까미노 포르투갈길) 자전거 여행 -  3일 차


- 일자 : '15.05.25(월)

- 구간 : Povoa de Varzim ~ Porto

- 라이딩 거리(당일/누적) : 50km / 1080km   


호텔에서 잤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은 바로 조식을 먹을 때다. 각종 빵과 음료 그리고 햄, 시리얼 등을 배부르게 얌얌 먹었다. 내 행색이 너무 츄리해서 그런가.. 들어가서 바로 음식을 뜨고 있으니, 직원이 와서 어렵게 영어로 니 방 몇 호실이냐고 물어본다. 쉴 새 없이 들려오는 프랑스어들. 그래.. 프랑스의 잘 사는 사람들이 휴양을 온 최고급 호텔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나도 내 돈 주고 자는 건데, 기분이 약간 나쁜 건 어쩔 수가 없다는..ㅠ // 초라함에 복수하기 위해 세네 접시는 얌얌얌 먹은  듯하다.!!



가벼운 마음과 빵빵한 배를 이끌고 상콤하게 라이딩을 시작했다.

오늘은 Porto까지 30km 정도만 가면 된다. 유명한 관광도시에서 1박을 하며 와이너리 투어를 할까도 생각했었는데, 일단은 리스본에 빨리 도착해서 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오늘 일찍 도착해서 반나절만 관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제 오후부터 N13 국도에 차가 많았는데 대도시로 가는 길이라 그런지 차량 통행량은 더 많아졌다. 얼마 가지도 못했는데 공사구간이 시작되었다. 갓길도 거의 없는 도로 양옆을 포크로 긁어놓은 것 같이 길의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저 위를 달리자니 차도 많은데 넘어지면 위험할 것 같았고, 저 안으로 달리자니 도로가 너무 좁아서 차량을 피하기가 힘들었다.


웬만하면 참고 달릴까 했는데 이렇게나 길게.. 10km 이상의 공사구간이 지속되었다. 안 그래도 어제 오후부터 차가 많아서 짜증이 난 상태라 얼마 못 가고 멈추고는 우회도로를 찾았다.


역시 안전한 게 최고라서 조금 돌아가더라도 우회도로를 택하기로 했다. 오늘은 어차피 라이딩 거리가 짧아서 부담도 없었다. 그리고는 샛길의 아스팔트 도로를 씽씽 달렸다. 도로 폭 자체가 워낙 좁고, 업다운이 조금 있었지만 국도에 비해서는 훨씬 차도 적고, 풍경 또한 좋아서 천천히 갔다.


가다 보니 도보 순례자들의 루트와 겹치는 구간이 있었는지 화살표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는 파란 화살표를 따라가야 맞는 방향인데, 어느 순간 내가 가는 길에 노란 화살표가 계속해서 표시되고 있었다. 얼른 지도를 켜보니 우회도로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 다시 북쪽으로 조금씩 가고 있었던 것이다. ;ㅅ; // 왔던 길을 돌아가기는 싫었지만 다른 길을 선택하면 더 멀리 돌아가야 해서 다시 N306을 거꾸로 돌아왔다. 불필요하게 15km 정도를 더 달렸다.


내가 왜 길을 잘못 왔는지 알 것 같았다. 샛길 초반에 내가 가야 했던 도로는 바로 이렇게 돌길이었던 것이다. 갈림길에서 나는 당연히 포장도로를 선택했던 것이고.. 


돌로 된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끌바를 시작했다.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거의 보지 못했던 도보 순례자를 몇 명 보았다. 아마 Porto에서 막 시작한 초보 순례자들인 것 같았다. 

더운 날씨지만 자전거를 탈 때는 약간이나마 바람이 불었는데 걸어가니까 정말 햇살도 따갑고 엄청나게 덥다. 여기서 또 한번 도보 순례자들이 존경스럽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끌바를 할꺼면 굳이 돌아가는 우회도로를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다시 N13으로 나갔다. 그리고 도보 순례자들처럼 역방향으로 끌바를 시작했다. 동네 마실 나온 로드 오빠들은 그냥 차도로 막 가던데, 그들은 짐도 없고, 빠르기도 하고.. 

난 안전하게 가고 싶었다. 그래서 한 5km? 아니, 10km?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씨에 그렇게 오랫동안 흰둥이를 끌고 가며 본의 아니게 도보 순례를 체험하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걸어갈 수는 없어서 차량이 조금 줄어든다 싶었을 때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오르막도 그렇고 비포장도 그렇고.. 그래도 걷는  것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살살 가는 게 2~3배는 빠르다. 한참을 걷다가 자전거를 탔더니 웬만한 교통량은 그리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언제나 조심조심~


Porto에 도착하기 전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왠지 지하철이 들어올 것 같은 거리의 옆 길 쯤? 이미 엄청난 번화가가 시작되었고, Santiago 이후 가장 큰 도시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Porto까지는 5km 이상이 남았다. 일방통행도 곳곳에 있어서 적당히 끌바와 라이딩을 겸해서 포르투갈 제2의 도시에 가까워져 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Porto 한가운데에 있었다. 이 도시 또한 돌바닥으로 되어있고  오르락내리락 언덕길이 상당해서 거의 라이딩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도시 구경도 할 겸 다시 끌바를 시작했다. 그런데 돌길의 내리막에서는 클릿 신발조차 너무 미끄럽고 위험해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포르투갈은 정말 호스텔 시설이 끝내준다고 한다. 어젯밤 와이파이가 연결됐을 때 미리 검색했던 Yes! Porto! 호스텔로 돌고개를 넘고 넘어서 찾아갔다. 그런데 이미 예약이 꽉 차서 더 이상 체크인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시간은 늦지 않았지만 숙소를 찾아 헤매는 순간은 항상 지친다. 바로 옆 골목의 어느 펜션을 찾아갔는데, 그곳도 더 이상 방이 없다고 했다.ㅠ

강 쪽으로 흰둥이를 살살 끌고 나오며 오는 길목의 다른 호스텔을 찾았다. 그런데 없어진 건지, 간판이 제대로 표기가 안된 건지.. 찾기 쉽지 않았다. 호텔은 사방에 잘도 보이는구만..;ㅅ; 


강 근처까지 거의 다 내려왔을 때쯤 hostel이라는 간판이 하나 보여서 무작정 벨을 누르고 들어갔다. 엄청 깔끔한 시설은 아니었지만 위치도 가격도 만족스럽고 게다가 바로 체크인이 가능하다!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  주인아저씨가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여 친절하게 체크인을 도와주고 웰컴 드링크처럼 Porto 레드와인 한 잔을 따라주었다. 테라스로 나가다가 아직 입도 대지 않은 와인을 전부 쏟았는데, 웃으면서 닦아주고 새로운 잔에 다시 와인을 줬다. 엘리베이터가 없는데 자전거도 위에 3층까지 날라다 주고.. 고마워요, 아저씨..


아까 돌길을 끌바하면서 먹은 콜라 두 잔이 전부라서, 얼른 샤워+빨래를 하고 나왔다. 원래는 오후 2시 전에 도착해서 샹벤또역(?)의 타일벽과 성당 등을 둘러보려고 했는데, 오늘 늦게  일어난 데다가 너무 많이 걸어서 그런지 이미 시간은 5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관광은 건너뛰고 일단 강가로 나가기로 했다.


호스텔에서 한 블록만 나가면 바로 강이 보인다. 드디어 Porto에 왔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노천카페들이 줄지어있다. 오늘은 여기다~ 


끄아~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던 거야.. 잉?! // 강도 있고 다리도 있고 배도 있다. 일단 강변을 주욱 산책해보기로 한다.


이것이 바로 에펠탑을 지은 구스타프 에펠의 제자가 만든 Ponte Luis 다리다. 어쩐지 느낌이 에펠탑과 비슷한가? 


다리의 위쪽으로는 신식 트램이 다니고, 아래쪽으로는 차와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다.


뒤로 돌아보면 강 건너 보이는 반대편 도시의 풍경과 쭉 늘어서 있는 카페, 바가 왕창.. 역광이라서 흐리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엄청나게 맑은 날씨였다. 오후 5시가 지나가도 해가 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리 입구를 등지고 서면 계단이 있는데, 사람들이 열심히 올라가고 있다. 뭔가 전망대스러운 장소가 있는 걸까.. 하지만 오늘은 이미 많이 걸어서 지쳐버렸다.


다리를 건너려고 돌아서면 철골 구조물이 보인다. 걸어서 건너갈까 했는데, 어차피 내일 이 다리를 지나서 갈테니 그냥 눌러앉아서 그만 쉬기로 했다.


밥을 바로 먹을까 했는데 아직 저녁식사 시간이 되지 않아 열지 않은 식당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 멋진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해 다리가 가장 잘 보이는 노천 테이블에 앉아서 작은 맥주와 샹그리아를 시켰다. 지난 프랑스길에서도 이번 북쪽길의 스페인에서도.. 생각해보니 샹그리아를 한 번도 먹지 않아서 이번이 레알 이베리아 반도의 첫 샹그리아였다. 과일도 다양하게 들어가고 달콤 상콤 춉춉~


이건 인종차별인지, 나의 행색에 대한 차별인지 모르겠는데.. 가끔 테라스에 앉아서 뭔가를 먹으면 미리 계산할 것을 요구하는 곳이 있다. 그래도 이곳은 음료를 가져다주면서 "실례되지 않는다면 지금 계산할 수 있어? 테라스에 앉으면 우린 보통 그렇게 하고 있어~"라고 예의 있게 말해줬다. 하지만 2월 방콕에 갔을 때는 주문하고 나서 바로 계산부터 하라고 했다. 둘러보니 서양사람들은 모두 나가면서 돈을 냈고.. 아몰랑~ 그냥 자격지심인가?


Porto에서 먹을 수 있는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는 오늘  저녁뿐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열심히 검색한 결과 근처의 맛집 하나를 알아냈다. 저녁시간에 맞춰 식당을 찾아갔는데, 이미 많은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어서 줄을 서야만 했다. 내 앞에는 이미 독일인 부부가 서있었고 바로 내 뒤에 또래의 캐나다 여자애가 줄을 섰다. 캐나다 여자애도 혼자 왔는지 2인석이 나면 같이 앉아서 먹자고 했고 난 당연히 콜!


우리가 줄을 서있을 때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아직 주문한 음식도 받지 못하고 기다리는 상태였다. 그래서 독일인 부부와 우리 둘은 차례를 기다리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부부는 포르투갈 2주 여행하고 내일 집에 간다고 했고, 우리 둘은 이제 막 포르투갈에 온지 며칠 안 된 따끈한 여행자였다. 여기에서는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를 쓰지 말고 영어로 말해야 대접을 잘해준다는 둥, 그리고 관광지는 어디가 좋았다는 둥 알짜배기 정보를 술술 말해주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혼자였으면 기다리다 지쳐서 다른 곳으로 갔을 텐데, 줄을 서다가 만난 사람들과 즐거운 대화를 하는 바람에 이번 까미노 여행 중 오늘이 가장 많이 말을 한 것 같다.


30분 이상 기다려서 4인석 자리가 났고, 우리는 자연스레 합석했다. 나는 문어 튀김을 얹은 볶음밥을 시켰는데, 오랜만에 맛있는 밥을 먹으니 기분이 좋아져서 화이트 와인을 쏘려고 시켰는데, 다 같이 마셨으니 같이 돈을 내야 한다며 1/N로 부담을 했다. 독일인 아줌마는 clam을 시켰는데 희한하게도 바지락만한 애들이 몇 개 나와서 배가 고프다고 빵을 마구 먹었다. 


식당 야외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으며 바라본 강가의 풍경이다. 해가 점점 지고, 불이 하나 둘 켜진다.

까르르 까르르 한참 대화를 하다가 메일 주소를 모두 교환하고 디저트 없이 쿨하게 헤어졌다. 


밥을 다 먹고 나오니, 해가 완전히 졌다. Porto 와인은 도수가 높은 편이라 은근이 취기가 돈다. 이번에는 술이 아닌 커피를 마시면서 야경을 보고 싶어서 강가로 다시 나왔다. 내 사랑 코르타도를 한 잔 하고, 비틀비틀 숙소로 돌아와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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