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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22. 2015

지니의 까미노 포르투갈길 자전거 여행 2

지니의 Camino Portuguese Reverse (까미노 포르투갈길) 자전거 여행 -  2일 차


- 일자 : '15.05.24(일)

- 구간 : Redondela ~ Povoa de Varzim

- 라이딩 거리(당일/누적) : 134km / 1030km  


오랜만에 알베르게에서 잤더니 아침부터 소란스러워서 7시쯤 일어났다. 어차피  8시 전에 알베르게를 떠나야 했기 때문에 나도 천천히 나갈 채비를 했다. 어제 타고 가던 N-550을 이용해서 남쪽으로 달리다가 O Porrino에서 아침을 먹었다. 대왕 크루아상과 코르타도, 그리고 얼음 동동 띄운 아쿠아리우스로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


O Porrino 직전에는 고속도로 나들목이 있어서 길이 약간 헷갈리기도 했는데, round about을 세바퀴 정도 삥삥 돌다가 마을을 찾아냈다. 원래 루트는 고속도로 입구조차 갈 필요가 없었음..


계속해서 남쪽으로 가니 Tui가 나왔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공사가 거의 완료된 도로가 많은 덕분에 중앙선 표식도 제대로 되지 않은 매끈한 도로를 달렸다. 이곳에서 동네 마실 나온 로드 아저씨들을 많이 봤다.


날씨가 좋은 Tui의 오전 시간이다. 포르투갈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마을이다. 국경 근처라 뭔가 복잡하고  시끌벅적할 줄 알았는데 일요일이라 그런 건지 원래 평화로운 마을인지 조용했다. 지도에서 확인을 하지 않았다면 이 곳이 Tui인 줄 몰랐을 정도...



Tui를 지나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길을 따라왔다. 어디까지가 스페인일까? 예전 프랑스길에서 피레네 업힐을 한참 하고 있는데, 핸드폰에서 로밍 안내 문자가 와서 나도 모르게 국경을 지났던 기억이 났다. 


까미노 역방향이지만 가리비 표식은 잊지 않고 나타나 준다. 레인커버는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포르투갈길의 우리 흰둥이.! 양말과 속옷 등을 저녁에 손빨래해서 널어놓고 자는데, 아침에도 다 말라있지 않은 경우가 있을 때는 가방에 매달고 달린다. 쉴 때마다 이쪽저쪽으로 뒤집어서 널어놓으면 아주 뽀송뽀송한 햇빛 냄새가 난다. 


여기는 스페인이다. 그리고 우측 난간 기둥에 산티아고 가는 노란 화살표도 보인다.


넓은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있다.


슬슬 끌바해서 이 다리를 통과하면?


여기는 포르투갈이다. 나름 강과 다리가 있어서 그런지, 국경이 분명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잇는 미뉴 강 위의 다리를 건너왔다. 이제 정말 포르투갈길에 입성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쓰레기통에도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이전에 본 것과는 달리 파란색 화살표가 시작된다. 프랑스길이나 북쪽 길을 끝낸 후 포르투갈길을 역방향으로 계속해서 진행하는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이 길에는 특별히 파란색 화살표가 자주 표시된다.


반대편에는 물론 노란 화살표가 있어서 정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에게 산티아고 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돌길이 시작되면서 바람도 쐴 겸 천천히 인도로 끌바를 계속했다. 포르투갈로 넘어오니 왠지 더 더워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은 뭐지? ㅎㅎ


길 옆으로는 철도가 있다. 미뉴 강을 잇는 다리 위로 기차가 다니려나? 내가 걸어온 다리 아래쪽 부분은 차와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그리고 도보 순례자들도 몇 명 보았다. 국경을 넘어가는 기념으로 다들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포르투갈로 넘어오자마자 만난 첫 마을인 Valenca. 이제 겨우 스페인어에 적응했는데, 포르투갈로 넘어오니  또다시 생소한 단어들이 등장한다. 구글 오프라인 번역기로 급하게 "감사합니다"라는 단어를 찾아보았다. 어디서든 가장 쓸모 있는 마법의 단어니까..


계속해서 같은 도로를 타고 왔지만 도로명은 EN-13으로 바뀌었다. 국경을 넘어오면서 포르투갈의 체계를 따라가는  듯했다. 돌길이 곧 끝나고 포장도로를 슝슝 달렸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닿아있는 국경지역이 넓어서 그런지 이곳은 특별히 차량 통행량이 많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대체적으로 업힐도 가파르지 않고 다운힐도 완만하고.. 도로의 포장상태도 꽤 괜찮은 편이라 편안하게 달려왔다. 전체 일정은 지금 아주 넉넉한 상태라 미뉴 강을 따라 서쪽으로 나가서 해안을 타고 달리기로 했다. 북쪽길에서 해안도로를 생각보다는 많이 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뉴 강 끝의 바다를 만나는 지점에서 Caminha가 나왔고, 조금 규모가 있어 보이는 도시라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국도는 마을의 주변을 둘러가기 때문에 centro로 진입했다.


마을도 구경하고, 식당도 천천히 찾아볼 겸 다시 끌바를 했다. 이곳 포르투갈은 생선이 무지 유명하다. 현지인들은 하루 평균 두 끼를 생선으로 먹을 정도라고 하니 대단하다. 역시 대항해시대를 연 나라답다. 스페인에서는 일정을 맞추기 위해 뭔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식당을 찾아가기에는 마음에 부담이 됐는데, 이제 남은 시간이 충분하니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스페인에서 먹지 못한 해산물, 특히 생선을 마음껏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끌바를 계속했다. 하얀 건물이 가득한 마을이었는데 뭔가 좀 심심한 곳이었다. 조금만 더 돌아보고 어여 앉아서 와구와구 챱챱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ㅋ ㅑ~ 참고 걸어온 보람이 있다. 넓은 광장과 테라스를 가득 메운 카페와 레스토랑이 무더기로 나타났다. 나는 햇살 좋은 날에 야외에서 식사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마침 일요일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로 외식을 나온 사람들이 많다.


생선을 팔 것 같은 레스토랑의 노천 테이블에 앉았는데, 다행히 직원은 영어를 잘 했다. 채소 수프와 오늘의 생선 중 sea bass를 시켜서 여유롭게 냠냠 먹었다. 왠지 이 도시가 정말 좋아서 하루 자고 갈 뻔.. 했으나 달려온 거리가 너무 짧아서 그러지는 않았다. 대신 충~분히 식사를 즐기고 디저트로 코르타도까지 마셨다. 이렇게 배 터지게 빵과 음료까지 먹어도 18유로 남짓..


빵빵해진 배를 끌어안고 남쪽으로 계속 달렸다. 해안은 보이지만 아주 근접해있지는 않았다. 저 비포장 도로를 따라가면 해안으로 갈 수 있겠지.. 이럴 때는 좀 MTB 자전거가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 흰둥이가 제일 자랑스럽지!


갓길도 충분히 넓고 거의 평지에 가까운 도로를 샤방샤방 달렸다. 하지만 곧 차량이 많아지고 갓길이 좁아지면서 라이딩에 집중을 해야만 했다. 갑자기 통행량이 많아지니 자꾸 신경이 쓰이고 적당히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 포르투갈은 좀 천천히 달리고 싶었는데..


Viana do Castelo에 도착했다. 날씨가 더워서 팔이 지글지글 익기 시작한다. 카페에서 콜라라도 한 잔 마시려고 하다가 강 건너서 쉬기로 하고 다리를 찾았다. 다리를 건너기 위해 고가도로를 타는 부분이 나는 항상 헷갈린다. 이곳에서 역시 아리송해하면서 돌아다니다가 작은 사고가 날뻔했다. 빨리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앞의 자동차를 따라 비보호 좌회전을 했는데, 직진으로 오던 차가 있었던 것이다. 가볍게 욕(알아듣지는 못해도 뉘앙스로 대충 느낌이 왔다는..) 들어먹고 우울해졌다. 주의하지 않은 내 잘못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P턴을 하듯 고가도로를 타야 했는데, 다리 밑에서 갑닥 돌길이 시작되는 바람에 살살 멈추고 끌바를 했다. 그리고 다리도 살살 끌바해서 건너갔다. 자전거를 타고 가도 되지만 다리 위 차도는 보통 좁기도 하고, 걸어가면서 강 구경도 하면 좋으니까~ // 요트가 많은 예쁜 도시였는데 아까의 사소한 실수 탓에 약간 기분이 우울해졌다. 


가뜩이나 꽁기꽁기한데, 이후 꽤 긴 거리 동안 차량은 더욱 많아졌다. 그래서 사진은 없다. 내 안전은 내가 책임져야 하니까, 항상 조심~ // 그런데 달리는 동안 여기가 까미노인가 싶은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경치 같은 건 구경도 못하고, 살기 위해서 아등바등 달리는 내 모습이 조금 안쓰럽기까지 했다. 이러려고 휴가 내고 굳이 까미노를 온 게 아닌데.. 내일부터는 우회하더라도 좀 한적한 곳에서 나의 여행을 즐겨야겠다고 결심했다. 


Porto까지 오늘 달리기에는 시간이 좀 늦을 것 같아서, Povoa de Vazrim에서 자고 가기로 했다. 지도를 미리 보니 이곳에 그나마 숙소가 좀 있는 것 같아서 멈췄는데, 아파트 가득한 삭막한 도시이다. 조금만 더 가서 다음 도시에서 쉴까도 했는데, 오후 내내 집중해서 달렸더니 피곤이 몰려와서 최대한 이 근처에서 숙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나름 번화가 골목 같은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거의 문을 닫았다. 이런 곳에 숙소가 있기는 한 걸까.. 지도에 나온 몇 안 되는 숙소를 찾아서 바닷가 쪽으로 걸어갔다. 이때만큼은 정말 유심이 간절하다. 그런데 전체 여행으로 보면 인터넷 연결 없이 다니는 게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바다 근처까지 왔더니, 여기가 멋진 휴양도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도에 나온 호텔 중 가장 저렴해 보이는 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랜드마크처럼 보이는 건물 한 군데밖에 못 찾아서 그냥 체크인했다. 알고 보니 이 동네에서 가장 비싼 호텔..ㅋㅋ // 오션뷰도 아니었고, 비수기여서 그런지 데스크에 붙어있는 가격보다 덜 지불했다. 59유로..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이런 휴양도시에 왔으면 한 번쯤 좋은 호텔에서 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긍정의 마인드.!


59유로의 별 세 개짜리 호텔 치고 소름 끼치게 좋은 시설은 아니었다. 호텔 자체는 오래된  듯했지만 그래도 관리는 깔끔하게 잘 된 편이라 만족했다. 이번 까미노는 다양한 숙소를 경험할 수 있어서 나름 재미나다. 아쉬운 것은 포르투갈에서 알베르게나 봄베이로스를 이용하지 못한 것? 그런데 이제는 조용한 곳에서 혼자 자는 게 익숙해져서 돈이 더 들더라도 편하게 쉬고 싶었다.


샤워+빨래 후 밖으로 나와서 바다도 보고, 근처를 좀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호텔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딱딱한 빌딩이 많길래 재미없어서 금방 관두고 해안의 레스토랑에 밥을 먹으려고 갔다. 너무 넓은 레스토랑은 시장 바닥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고 사람도 꽉 차 있어서 그냥 호텔 1층에서 저녁을 먹었다.


석양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서 오늘의 메뉴 중 몇 개를 골라서 주문했다.  그동안 혼자 다녀도 식당 직원들은 아무렇지 않게 대했는데 호텔 레스토랑에 혼자 오니 여기 직원은 혼자냐며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게다가 내 행색에 호텔 레스토랑이라니..ㅋㅋ // 비쌀 줄 알았는데, 오늘의 메뉴는 그냥 평범한 가격 수준이었다. 


노을이 질랑말랑하는 하늘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Povoa de Vazrim과 같은 포르투갈 서쪽의 해안도시에는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휴양을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유럽 내에서도 저렴한 물가를 자랑하는데다가 그렇게 멀지도 않면서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포르투갈이 그들에게는 좋은 여행지일 법도 하다.


수프와 말린 대구 요리인 바깔라우를 천천히 먹었다. 난 사실 말린 생선보다는 생물을 바로 요리하는 것이 더 좋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바깔라우가 포르투갈에서 아주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이다. 대항해시대에 배에서 오래도록 저장하여 먹을 수 있도록 고안한 음식이라고 한다.  


저녁을 다 먹고 나와서 노을이 지는 바다를 구경하는데, 어떤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안녕, 혼자 왔어? 난 내 친구랑 포르투갈 여행 중이야."

"응. 나 까미노 중이야. 나 완전 까맣지? ㅎㅎ // 스페인 동쪽 끝에서부터 벌써 1000km 넘게 왔어."

"오, 대다나다.! 너 한쿡 사람이야? 한쿡엔 삼성, LG, 현대, 기아가 있지? 나 출장 때문에 한 세 번은 한쿡에 간 듯~"

"우왕, 많이 아네. 근데 너네 이 호텔에 묵어? 여기 좀 싼 숙소는 없나? 비싸넹.."

"나 여기 옆 호텔 묵는데, 내 친구랑 나랑 같이 방 쓰고 아침 포함해서 42유로 줬어. 너 왜케 비싼 데루 갔어??"

"아, 나 유심이 없어서 몰랐어. 찾다가 피곤해서 간 건데.. 아쉽다. 이런.. 바로 옆인데..ㅠ"

"여행을 하려면 잘 알아보구 해야 할 꺼 아녀~ 차나 한 잔 할래? 난 한쿡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

"나 좀 휘고내서 들어가서 잘꾸얌. 나중에 기회 되면 또 볼일이 있겠지..ㅋ"

"내일 친구랑 렌트해서, (지도를 가리키며) 여기 국립공원이랑 Ponte de Lima랑 갈껀데 같이 안 갈래? 내가 포르투갈 사람들한테 진짜 많이 물어봤는데, 이 국립공원이 킹왕짱이래!!"

"아, 나 자전거도 있고, 남쪽으로 가야 돼서 동행은 힘들듯. 즐거운 여행되라~"

"우리도 까미노 따라가도 됨?ㅋ"

"자전거나 먼저 빌려오슈, 그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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