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과 지니 Dec 21. 2015

지니의 까미노 포르투갈길 자전거 여행 1

지니의 Camino Portuguese Reverse (까미노 포르투갈길) 자전거 여행 -  1일 차


- 일자 : '15.05.23(토)

- 구간 : Santiago de Compostela ~ Redondela

- 라이딩 거리(당일/누적) : 84km / 896km  


7일간의 까미노 북쪽길 812km를 달려 산티아고에 도착한 후 이제 산티아고에서 리스본까지 포르투갈길 자전거 여행을 시작합니다. 


까미노 북쪽길 후기 : https://brunch.co.kr/@skumac/29

까미노 프랑스길 후기 : https://brunch.co.kr/@skumac/26



어제 알베르게에서 어떤 아저씨가 겁나게 코를 골아서 잠을 엄청 설쳤다. 생각보다 빨리 절반 이상을 달려왔다고 생각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늦잠을 자고 싶었는데, 거의 눈만 감고 있다가 체크아웃 시간인 11시에 맞춰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왔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근처의 대성당으로 왔다. 어제 뭔가 그림자 때문에 사진이 잘 안 나온 것 같아서 갔는데, 지금 시간도 그닥인것 같아서 인증샷 다시 찍는 건 그냥 포기.. 



대성당 근처 노점상에서 드디어 가리비를 구입했다. 가격은 단돈 1유로.  그동안 무거울까 봐 사지 않았는데 이제 라이딩이나 체력도 적응이 됐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으니 느낌도 내줄 겸 가방에 달아주었다. 차도의 운전자들이 봐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순례자로 보이면 더 양보하지 않을까 해서 왼편으로 잘 보이게 두었다.


저기 뒤에 자전거 순례자 아저씨 3명이 이제 막 대성당에 도착했는지 인증샷을 찍고 있다. 나도 찍어달라고 할까.. 하다가 귀찮아서 패스했다. 그리고는 일주일 간 미뤄왔던 체인 오일 뿌리기 작업을 정교하게 시작했다. 그리고 어제 또 체인이 안쪽으로 두 번이나 빠져서 풀리를 다시 조정해주었다. 



대성당이 잘 보이는 카페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했다. big size의 코르타도와 토스트, 그리고 나뚜랄 오렌지주스.. 스페인의 평범한 아침 세트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늘은 여전히 쌀쌀하지만 전망도 날씨도 좋았다. 


준비됐으면 이제 리스본으로 가는 까미노 포르투갈길 역방향 자전거 순례 시작!!


포르투갈길을 정방향으로 걸어온 사람들은 이제 곧 대성당에 도착하겠구나~ 다들 표정이 한결 가벼워 보이고 모두들 신나서 인사도 큰 목소리로 해준다. 


날씨가 맑아진 어느 날부터 도로에 라일락 향기 같은 좋은 꽃향기가 수시로 났다. 잊을만하면 나는 향기 덕분에 소풍길을 달리는  듯했다. 그리고 남쪽을 향해 달리는 순간부터 길가나 마을의 텃밭(?)에서 작은 포도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뭔가 와인이 만들어지기 좋은 환경에 가까워지나 보다.


북쪽길에서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도보 순례자가 국도변을 걸을 때는 대게 차가 다니는 반대방향인 좌측 편에서 걷는다.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차가 뒤에서 슝하고 오면 놀랄 수 있으니 마주 보는 곳에서 차가 오는지 미리 체크하려는 것 같았다. 북쪽 길에서는 별로 신경 쓴 적이 없었는데 포르투갈길을 오니까 내가 가야 하는 길로 사람들이 다 걸어오고 있었다. 차와 사람을 동시에 피하느라고 집중을 했는데 이내 도보길과 국도가 갈라졌는지 도보 순례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얼마 가지 않았는데 날씨가 더워져서 Pardon 즈음의 카페에 들러 음료를 마셨다. 요 며칠 날씨가 부쩍 맑고 더워지기도 했고 지금은 남쪽으로 가는 길이니 앞으로 더욱 온도가 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비 맞은 날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은 어쨌든 해가 쩅쨍한게 훨씬 좋다.


Santiago에서 N-550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오는데, 걱정과는 달리 생각보다 차가 많지 않았다. 북쪽길을 달리고 Santiago 입성 직전에 차가 너무 많아서 우회했던 바로 그 국도다. 어쨌든 길도 좋고 업다운도 심하지 않고 차량도 적고 날씨도 좋고~ 게다가 시간까지 넉넉하니 포르투갈길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포르투갈에서도 로드 자전거를 타는 오빠들은 종종 볼 수 있었다. 나와 내 자전거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스페인 자전거 오빠들과는 다르게 큰 소리로 환호성을 보내며 응원의 손길을 날려주었다. 고마워요, 오빠들! 


오르막의 끝 어느 카페에서  또다시 음료를 마셨다. 헥헥~ 덥다. 팔이 슬슬 빨갛게 익는 것 같다. 얼굴에만 선크림 발랐는데! ;ㅅ;


Pontevedra까지 샤방샤방 달려 사진에 보이는 다리로 강을 건너왔다. 역시 강이나 바다를 끼고 있어야 고급진 분위기가 난다. 날이 맑으니 하늘 색깔이 그라데이션이다. 오예~


마을 주민들은 다 어디로 갔지? 나름 작지 않은 도시 같은데 사람들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도심으로 관통하지 않고 강변으로 둘러와서  그런가 보다. 서쪽 해안으로 이어지는 강이라 점점 폭이 넓어진다.  


국도와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는 자동차 전용도로 구간(autovia)을 짧게 지날 가능성이 있다. 이미 구간에 진입하고 알게 된 거라 중간에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곧 국도가 시작되면서 autovia는 해제되었으니 큰 위험은 아니었다. 동네 로드 오빠들도 그 구간은 그냥 자전거로 지나가곤 했다. 하지만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2년 전 까미노 프랑스길의 고속도로에서 헤맨 기억이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자동차 전용도로는 미리 확인하고 우회하는 편이 낫다.


마을을 벗어나기 직전, 하얀 자전거 장식이 보인다. 못쓰는 자전거 가져다가 하얀 락커로 대충 칙칙~ 했겠지만, 버려질뻔한 자전거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이용하는 발상 자체가 창의적이다. 흰둥아, 느그 친구들이다. 'ㅁ'! 


Pontevedra 이후에는 국도에 통행량이 부쩍 많아졌다. 그래서 사진이 없다. 차가 많으면 무조건 집중해서 안전하게 라이딩하는 게 최우선이다. 어제 제대로 잠을 못 잤고 출발시간도 너무 늦었고 나는 계획 같은 건 없을 뿐이고.. 오늘은 Redondela에서 자고 가야겠다.


고가도로를 타기 전 다리 밑으로 슬슬 끌바를 해서 마을로 들어갔다. 도로에 차량이 많아지면 라이딩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상체에 긴장을 해서 뒷목과 어깨죽지가 살짝궁 뻐근해졌다.


어차피 일방통행이라 타려면 반대편 도로로 갔어야 했군.. 단란한 세 가족을 따라 살살 끌고 간다. 가끔 라쳇 소리에 놀라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걷고 있어유~ 지송합니다..;ㅁ;


주말이라 그런지 결혼식이 있었나 보다. 꽃가루를 서로에게 뿌리고 난리도 아니다. 내가 꿈꾸는 아주 자연스럽고 행복한 예식장의 모습.. 모두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다. 파티 같은 즐거운 분위기!


Redondela에서 멈춘 이유는 알베르게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기 때문이다. 지도를 보고 가다가 헷갈릴 때쯤 노란 가리비 표식을 발견해서 대문을 찾아냈다.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봐도 친절하게 잘 가르쳐준다.  


호스피탈레로가 자리를 비워서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기다렸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사람이 와서 체크인을 했다. 스페인에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대충 바디랭귀지(라고 쓰지만 sign language가 맞다네요~)로 자는 포즈를 취했더니, 호스피탈레로가 바로 영어로 대답하길래 내가 다 민망해졌다.ㅋㅋ // 영어로 말이나 해볼걸.. 하여튼 쉽게 체크인하고 일회용 매트리스 커버와 베개 커버를 받아서 2층의 방으로 갔다.


1층 로비에 거치대가 있길래 흰둥이도 같이 묶어놨다. 다른 자전거는 순례자들의 것이 아닌 대여용 자전거들인 것 같다. 건물 3층에는 도서관이 있고 2층 일부에는 뭔가를 전시해놓았다. 알베르게 전용 건물은 아니고 뭔가 공공시설 같은 곳에 알베르게를 같이 운영하는 것 같았다. 큰 방에 이층 침대가 15개쯤 있는 것 같았는데 내가 들어간 오후 6시 반쯤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원하는 곳 1층에 자리를 맡고 샤워와 빨래를 했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오니 갑자기 사람이 많아져서 방이 이미 다 차 버렸다. 해가 길다 보니 도보 순례자들도 늦게까지 걷는 것 같다. 


근처 마트에 왔는데 과일이 무지 많다. 길거리에서는 체리 3kg를 5유로에 판다. 마트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다양하고 질 좋은 과일을 저렴하게 팔고 있다. 피곤하고 귀찮아서 내일  사 먹어야지.. 하다가 결국은 순례 끝나는 날까지 거의 못 먹었다... 


주말이라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았다고 했다. 그래서 근처의 바에서 가볍게 맥주를 시키고 끼니를 때울만한 메뉴를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음료를 시킬 때 주는 미니 플레이트로 작지만 아주 맛있는 햄치즈 샌드위치가 나왔다. 안주로 감자칩까지 주길래 이걸로 저녁을 대신하기로 했다. 세르베자는 역시 그란데죠.!


맥주를 한잔 더 시키니 미니 플레이트인 햄치즈 샌드위치를 또 가져다주고, 서비스로 견과류를 안주로 줬다. 미니 플레이트는 보통 음료 더 시켜도 안 주는데 이곳은 맛도 있고 한 잔씩 시킬 때마다 계속 주니 아주 좋다. 게다가 안주도 새로운 것으로 매번 갖다 주고.. ㅋ ㅑ.. 마지막으로 한 잔만 더 먹고 가야겠다. 맥주도 션션한게 맛있고 아주 그냥 술술 넘어가네~ 세잔 마셨더니 취한다 취해// @_@




매거진의 이전글 지니의 산티아고 북쪽길 자전거 여행 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