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과 지니 Dec 11. 2015

지니의 산티아고 북쪽길 자전거 여행 7

7일 차 산티아고 입성

지니의 Camino del Norte (까미노 북쪽길) 자전거 여행 - 7일 차 산티아고 입성



- 일자 : '15.05.22(금)

- 구간 : Vilalva ~ Santiago de Compostela

- 라이딩 거리(당일/누적) : 112km / 812km   




어제 호텔 아줌니가 말한 호텔 바로 옆 카페로 와서 아침을 먹었다. 코르타도와 크루아상을 먹고 마무리로 역시 나뚜랄 오렌지주스!


국도를 계속 따라 달리니 드디어 Santiago 방향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 저녁은 대성당 근처에서 자겠구나.. 히힛~ 벌써 신난다.!


국도 근처인데, 좀 허허벌판이군.. 멀리멀리 풍력발전기도 조금씩 보인다.


오우, 이제 산티아고 65km 남았다.! 곧 도착이라는 생각에 뭐가 그리 신났는지 사진도 거의 안 찍고, 거의 쉬지도 않고 마구(라고 썼지만 천천히^_^;) 달렸다. 

계속 N-634를 따라가면 고속도로로 들어가기 때문에 AC-524로 Ordes에 넘어가서 N-550을 타고 Santiago에 진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드디어 Ordes에 도착했고, 이제 Santiago까지는 겨우 20km 남았다.! 그런데.. 그런데.... 이 도로에 차가 무시무시하게 많다. 갓길도 없는데다가 차도까지 좁다. Santiago가 꽤 대도시여서 그런지 양쪽 차선으로 화물트럭과 어마어마하게 많은 차가 끊임없이 오고 간다. 길바닥에 앉아서 좀 쉬다가 일단 근처 카페에 들어와서 뒤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지도를 켜고 우회도로를 찾기 시작했다.


어차피 Santiago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 우회도로로 가더라도 30km 정도이지 않을까 했다. 그리고 다행히 아스팔트 포장길의 아주 예쁜 산.. 다시 산..^_^으로 들어왔다. 어제 업힐 이후에 거의 다운힐이 없었기 때문에 우회도로 직전의 국도까지는 그래도 수월하게 왔다.


마지막은 좀 즐기며 달려줄 때가 온 거지! 역시 국도보다는 지방도로 가야 까미노의 느낌이 물씬 난다. 하지만 난 휴가를 내고 온 직장인이라 거리 단축을 위해 국도 위주로 달린다. 까미노 순례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다.


뒤에 보이는 저 산 넘어가면 Santiago가 나올까? 대성당에 입성할 예정인 오늘의 날씨가 좋으니 내 기분도 날아갈 듯 좋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지방도치고 업힐이 많지 않은 편이었다. 이런 곳에도 집은 있군..


가끔 나오는 짧은 업힐 중 가파른 곳이 있어서 한 번은 끌바를 했다. 갈수록 밥을 더 안 챙겨 먹는 것 같다. 프랑스길처럼 업힐이 많으면 제때 챙겨 먹게 되는데, 북쪽길은 마을도 많이 나오고 하니 비상식량도 잘 가지고 다니질 않는다. 그러다가 결국 배고파져서 막판에  30m가량 끌바를.. 흐윽~orz


국도는 아니지만 이렇게 Santiago로 가는 표지판이 잘 되어있다. 쭉쭉 따라간다. 곧 도착이다. 곧.!


날이 더우니 먹을 것은 안 땡기고 음료만 자꾸 맥힌다. 아쿠아리우스와 레몬맛 환타에 얼음 동동 띄워서 각 1잔씩 먹고 북쪽길의 마지막 휴식을 즐긴다. 이제 한 10km 남았나? 아니, 5km??


Santiago가 가까워졌는지 도로가 넓어지고 차가 엄청나게 많아진다. 그리고 재작년 마드리드로 이동하기 위해 갔던 버스터미널도 보인다. 드디어 Santiago의 입구에 온 것 같다.


이렇게 언젠가 본듯한 익숙한 돌길이 시작되면, 나도 자전거에 내려서 끌바.. 빛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면 뭐가 나올까?


짠! 드디어 도착~ Santiago de Compostela! 21개월 만에 다시 왔다. 일부 구간이 보수 중이다. 그래도 이 영롱함은 숨길 수가 없군.! 이 웅장함을 담아낼 수 없는 폰카가 처음으로 미워진다. (오늘따라 더 잘 안 찍히는 듯..) 저지 뒷주머니에 폰을 넣고 달렸는데, 미쳐 닦지 못한 땀이 렌즈에 묻어나서 더 이상한 듯.. 흐규흐규ㅠ


사진엔 별로 관심 없는 나지만, 대성당에서는 인증샷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서 지나가는 서양 언냐들에게 사진을 좀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아, 근데 언니.. 저기요.. 이게 뭔가요? 성당도 짤리고, 나도 짤리고.. 카메라 세워서 좀 다시 찍어봐유.. 젊으니들이 왜 그랴..


그렇게 카메라를 세워서 만세샷까지 몇 장을 더 찍어줬는데,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아도 아까보단 훨씬 낫다.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부탁하려다가 귀찮아져서 그냥 숙소를 잡기로 했다. 나중에 다시 와서 또 찍으면 되지.

사진이 뭐가 중요하겄어~ 내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원래 인증서는 내일 받으려고 했는데 숙소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인증센터가 나와서 들어갔다. 이미 문 닫을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문이 열려있어서 후다닥 들어갔는데, 나와 어떤 남자가 들어가고 나니 바로 대문을 닫았다. 오예~ 문 닫고 들어온 게 이런 거군 'ㅁ'!


구석에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 이렇게 세워놓고 줄을 기다렸다. 어차피 내가 마지막이라 그냥 구석에 걸터앉아서 순서가 오길 기다렸다. 확실히 순례자들 뿐이라 그런지 나에게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며칠간 탔냐, 어디서부터 왔냐, 짐은 이게 다냐, 너 혼자냐 등등.


근처에는 ALSA 버스 티켓 매표소가 있다. 작년에 여기서 마드리는 가는 버스표를 샀던가? 아니다.. 작년에 인증서 받은 곳이랑은 다른 장소다. 하여튼 거기도 ALSA 창구가 있긴 있다. 


재작년 간 곳은 2층에서 인증서를 주기 때문에 1층 입구부터 계단까지 줄이 가득했는데, 이번에는 1층에 사무소가 바로 있다. 위치가 바뀐 건지 사무실 구조를 바꾼 건지, 아니면 원래 순례자 사무소가 두 군데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 그냥 신남. ^_^  


산티아고 순례길 인증서  


인증서 받아가지고 나오니, 철커덩 닫혀버린 대문.. 인증서도 이제 받았으니 다시 숙소를 찾으러 가야겠군.! 


대성당 뒤쪽으로 돌아가 The Last Stamp라는 이름의 알베르게에 갔다. 대성당에서 가까운 이 숙소는 시설도 깔끔하고 곳곳의 분리벽으로 나름 독립적인 공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코를 엄청나게 심하게 고는 아저씨가 한 명 있었던 것은 함쟝이지만..ㅠ


관광지 바가지가 심해 보이는 곳이 많아 보여서, 호객이 심한 먹자골목으로 가지 않고 적당히 마을 사람들이 갈만한 캐주얼한 식당으로 들어와 저렴하게 새우와 오징어를 먹었다. 


재작년 Santiago에서는 혼자가 아니었는데 오늘은 혼자다. Santiago까지 달려오는 동안 심심하거나 외롭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사람이 많은 대도시에 오니 뭔가 좀 쓸쓸했다. 대성당 입성을 기념하며 같이 한 잔 하고 이야기 나눌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관광객이 북적이는 금요일 저녁의 Santiago가 조금은 낯설기도 했다.

이런 기분도 잠깐이겠지.. 이제부터는 남쪽으로 내려간다. 내일 저녁은 포르투갈에서 먹겠군.('ㅁ')


7일간의 스페인 북쪽길 812km 구간은 여기서 끝이 나지만 바로 다음 날부터 산티아고에서 리스본까지 포르투갈 자전거길 여행이 시작됩니다. 


* 장기간 휴가를 내고 까미노를 달릴 수 있도록 많은 협조와 관심 보내주신 KEPCO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니의 산티아고 북쪽길 자전거 여행 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