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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11. 2015

지니의 산티아고 북쪽길 자전거 여행 6

산티아고 북쪽길 

지니의 Camino del Norte (까미노 북쪽길) 자전거 여행 - 6일 차



- 일자 : '15.05.21(목)

- 구간 : Luarca ~ Vilalva

- 라이딩 거리(당일/누적) : 142km / 700km 



어제 아침에 받아놓은 미니빵 두개를 대충 까먹고 같이 방을 쓴 독일 언니보다 일찍 밖으로 나섰다. 왠지 산 속으로 다시 들어온 느낌은 뭐지?



지난 5일 동안과는 다르게 오늘은 아침부터 매우 맑다. 노란 가리비 표식과 예쁜 꽃이 있는 카페에 들러 아침을 먹고 가기로 한다.


코르타도와 파운드 케이크. 그리고 아침 세트의 서비스인 나뚜랄 오렌지 주스!! 마음껏 햇빛을 즐기며 느긋한 아침식사를 하는데 축구선수 느낌 나는 잘생긴 청년이 말을 걸었다.


"안녕, 너 어디서 왔어? 자전거로 까미노 중임?"

"응, 나 한쿡에서 왔엄. 넌 어디서 왔어? 영어는 쓰지만 영어 쓰는 나라 출신은 아닌 것 같네, 발음이?"

"난 에스파뇰인데 런던에서 일하다가 까미노 때문에 잠시 온 거야. 넌 왜 북쪽길을 선택한 거야?"

"재작년에 프랑스길 이미 갔었거든. 그래서 이번엔 북쪽길로 와봤어. 다른 매력이 있는 길이네."

"난 까미노 처음인데 북쪽길이 좋다고들 해서 이리로 한 번 와 봤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스페인어로 주문해줄게."


하지만 음식 주문만큼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 ㅎㅎ


으앙! 오늘 날씨 정말 좋다. 업힐도 거의 없고 차도 많지 않은 신나는 포장도로였다. 갓길도 아주 널찍하군.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달릴 맛이 나지..'ㅅ'!


어느 마을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제는 Santiago를 향해서 슬슬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바람은 좀 불지만 여전히 날씨는 맑다.


Menu del Dia를 먹으려고 했는데, 테라스에 앉고 싶어서 그냥 음료로 대신했다. 그랬더니 빠에야를 조그마한 접시에 담아줬다. 가끔 음료를 시키면 사이드로 빵이든 쿠키든 간단한 음식을 곁들여 내주는 곳이 많다. 좀 부족하긴 하지만 점심으로 냠냠~ 


여긴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정신을 차려보니 다시 산 중턱에 있었다.^_^ // 

N-640을 타고 내려오다가 Trabada가 있는 LU-132로 꺾어야 했는데 그 길을 지나쳐버리는 바람에 다음 갈림길인 LU-120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가도 다른 길은 나오지 않고 계속 산으로 올라간다.


한 시간 정도 업힐하다가 잠시 쉬었다. 밥 안 먹어서 배고프단 말이야..;ㅅ; // 

아까 Menu del Dia 먹을걸.. 금방 마을이 나올 줄 알았는데..ㅠ 게다가 업힐만 오면 날씨도 꼭 좋음..ㅋㅋ // 다행히 저기 보이는 산봉우리가 기나긴 업힐의 끝이었다.


여기가 바로 그 꼭대기, 해발 575m 되겠습니다.. 길 잘못 들어서 주행거리도 살짝 늘어나고 멀쩡히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산을 하나 넘었다. 이번 북쪽길의 최대 고비..ㅋㅋ // 그래도 프랑스길에 비하면 뭐.. 프랑스길은 1000미터 넘는 산이 일단 3개나 있고, 이런 500미터급은 몇 개인지 생각해보지도 않은 것 같다. 북쪽길은 낙타는 많지만 이런 높은 산에 오를 일은 거의 없다. (도보 순례자길은 프랑스길보다 북쪽길의 산새로 가는 루트가 훨씬 힘들다고 한다.) 


꼭대기에서 뒤로 돌아보면 이런 모습. 저 멀리 어딘가에서부터 자전거 까미노 중이다. 역시 구불구불 산길이라 차가 별로 없군..


원하던 LU-120으로 꺾어서 Meira에 도착했다. 이미 120km 정도 탔고, 배가 느무 고파서.. 이 곳에서 자고 가려고 인포메이션 표지판을 따라 찾아갔다. 그런데 이미 문을 닫아버렸다. 일단 카페에서 간단하게 크루아상과 콜라를 먹으며 아줌니한테 물어봤다.


"여기 호스텔이나 알베르게는 없고, 마을 나가는 길로 2km 정도 가면 주유소 건너편에 호텔 하나 있어."


스페인으로 말해도 대충 알아듣는 지경이 되었다. 시에스타 시간이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지만 곧 숙소니까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런데 왠지 길가에 있는 이곳은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나는 마을 한가운데서 쉬고 싶었다고.. 다음 마을까지는 30km 정도 더 가야 했고, 이미 업힐을 많이 올라왔으니 곧 내리막이  계속되겠지.. 싶어서 계속해서 국도를 타고 달렸다.


조금은 수월하게 달려와서 Vilalva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몇 군데 둘러보다가 별 하나짜리 호텔이 저렴해 보여서 체크인했다. 가격은 18유로였던가? 영어를 전혀 못하는 가족으로 보이는 직원 3명과 다른 스페인 투숙객이 나의 자전거 옮기기, 와이파이 접속, 체크인 서류 작성 등을 친절하게 도와줬다.


근데 방에 창문도 없고 매트리스도 푹 꺼진 게 좀 별로다. 2인실은 괜찮던데.. 어쨌든 들어왔고, 오늘은 140km 이상 달려서 피곤하니 푹 쉬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부터 별 하나짜리 호텔은 웬만하면 피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샤워를 하려고 하는데, 아줌니가 방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너 밥은 안 먹어? 저녁 먹어야 될 거 아녀~"

"ㅇㅇ 먹긴 먹을 건데 일단 샤워하고 찾아보려궁.."

"일루 와봐. 내가 하나 소개시켜줄게.....(그리고 바로 옆 지하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갔다)"

"아가씨~ 얘 우리 호텔에서 오늘 자는 애거든. 이따 샤워하고 저녁 이리로 먹으러 온다니까 잘 좀 해줘."


스페인어지만 대략 이런 뉘앙스..ㅎㅎ // 그래서 나는 샤워+빨래를 하고, 아줌니가 소개시켜준 곳으로 가서 밥을 먹었다. 


펍 느낌 나는 이 레스토랑에는 순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리가 없어서 바에 앉았고, 맥주를 먼저 시켰다. 물론 그란데 사이즈로!


꽃등심 스테이크와 샐러드와 감자튀김이 나오는 콤비나도 세트를 시켜서 맥주 두 잔과 함께 야무지게 챱챱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식당 고르는 게 귀찮기도 하고 몸도 피곤한데 소개시켜주니 마음이 편했다.


"아침은 내일 요 옆 카페에서 먹어. 거기도 괜찮아."


이제 막 자러 방으로 들어가는 나에게 호텔 아주머니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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