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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11. 2015

지니의 산티아고 북쪽길 자전거 여행 5

지니의 Camino del Norte (까미노 북쪽길) 자전거 여행 - 5일 차



- 일자 : '15.05.20(수)

- 구간 : Villaviciosa ~ Luarca

- 라이딩 거리(당일/누적) : 130km / 558km


어제 호텔 아줌니가 미리 챙겨준 아침을 챙겨 먹고 남은 미니빵 두 개를 가방에 챙겨서 밖으로 나섰다. 

스페인에 온 이후로 계속 비가 내리거나 날이 추워서 바람막이를 벗은 적이 거의 없었다. 어제 아침이 영상 8도 정도 됐는데, 오늘도 비슷한 것 같다.


오늘은 지도의 꼬불꼬불한 느낌만 봐도 업다운이 많을 것 같은 느낌이 온다. 그래서 시작부터 가볍게 낙타등 업힐!! 

또다시 보이는 까미노 표지판. 나 역시 제대로 가고 있군... 북쪽 길은 쉽다. 오른쪽에 바다, 왼쪽에 산.. 그런데 지금은 그냥 산 속...ㅋㅋ;; 


오늘도 역시 비가 온다. 뭐 부슬비 정도는 이제 무시한다. 오히려 더운 것 보다 낫다고 혼자 합리화를 시키며 달려본다. 하지만 미끄러워진 노면은 언제나 조심해야지~ 

사실 더 조심할 것도 없다. 난 극단적인 안전제일주의자니까.


N으로 시작하는 국도라도 산길을 다니는 구불구불한 길에는 차가 많지 않다. 아마 인근의 고속도로로 다 빠지는  듯하다. 업힐이 있더라도 통행량이 거의 없는 것이 라이딩하기에는 훨씬 낫다. 이미 5일 차라 엉덩이도 전혀 아프지 않고 업힐도 그냥 무념무상으로 달리는 유포리아-_ - 상태가 찾아왔다.


산 속에서 아침 일찍 내리는 비는 오히려 청량감을 준다. 해안을 달릴 때는 날씨가 맑아야 파란 바다가 이뻐 보이지만, 산 속에서는 오히려 비가 좀 내려주는 게 나무와 풀을 더 푸릇해 보이게 만드니까.. 


가끔은 내가 해안길을 온 건지, 산길을 온 건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ㅎㅎ // 길 위에서는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두 번째 까미노인데 길 위에서는 매 순간 내 몸과 정신이 멀쩡하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힘들지만  라이딩할 수 있다는 것, 도전&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 휴가가 끝나면 돌아갈 직장이 있다는 것 등등. 


까미노 북쪽길의 흔한 산 길의 풍경.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저 멀리 배경이 조금 뿌옇다. 지난 프랑스길에서는 레인커버를 한 번도 꺼내본 적 없었는데, 이번 북쪽길에서 뽕빨 날리게 쓰고 있다.ㅋㅋ


이제 5킬로만 더 가면 Gijon이다. 저~기 대성당을 중심으로 보이는 큰 마을로 추정된다. 스페인에서는 거리를 표현할 때 km를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우리에게는 아주 편리하다. 첫날 만났던 크리스챤은 mile을 쓰는 영국 출신이라 그런지 조금  헷갈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을을 향한 마지막(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냥 마지막이라고 믿고 싶다..ㅠㅠ) 다운힐을 하는데 빗줄기가 점점 거세진다. 바람이 부는데다가 내리막이라 늠늠 추워졌다. 그래서 마을 중간의 카페에서 카페콘레체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원래 코르타도를 사랑하지만 너무 추우니 따뜻한 것을 들이키고 싶어서 양이 많은 카페콘레체를 시켰다. 가격은 1.2유로 정도 됐나..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싸다. 

적당히 쉬다가 다시 출발했다. 이대로 국도를 따라가면 고속도로로 합류되기 때문에 마을을 지나고부터는 N으로 시작하는 국도가 아닌 AS-19 도로를 바로 탔다. 그런데 오 마이 갓! 비가 어마어마하게 온다. 게다가 화물 트럭은 겁나게 지나다니고 갓길은 거의 없다. 일단 중간 샛길에 멈춰서 우회도로를 찾아봤다. 그런데 ㅎ ㅏ~ 우회도로는 북쪽의 마을로 꽤 돌아가야 하고, 한눈에 보기에도  라이딩할 수 있는 정도의 업다운이 아니었다. 이미 7킬로 정도 왔고, 앞으로 그만큼 더 가면 되니 꾹 참고 강행하기로 했다.

거센 빗줄기가 싸대기를 때린다. 아직도 그게 우박인지 비인지 모를 정도로 그냥 양싸대기를 작렬.. 게다가 도로 사이드로 최대한 붙어서 가는데, 튀어나온 꽃가지들이 종아리를 찰싹찰싹 사정없이 때린다. 젖은 상태에서 때리면 더 찰지다고 하던데.. 이건 뭐 회초리로 맞는 기분이다. 고문이 따로 없지만 일단 차가 계속해서 오니 이제 멈출 수도 없다. 이를 앙물고 달리고 또 달린다. (생고생 중이라 사진이 없넹..'ㅁ';)


La Reguera 즈음에서 다시 N-632를 찾아 들어왔다. 어느 업힐의 끝에 주유소와 그 옆의 카페가 있었다. 주유소에는 거의 미니마켓이나 카페(가끔은 레스토랑)가 딸려있어서 마을이 없는 곳에서도 쉬어가기 좋은 장소이다.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어서 일단 멈추고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몇몇 도보 순례자들은 이미 크나큰 가방을 풀어놓고 한 잔 하고 있었다. 비가 많이 오고 차도를 가야 하니, 난 그냥 레몬맛 환타와 샌드위치로다가.. 참고로 레몬맛 환타는 우리나라에 없다. 유럽에 가면 즐겨 마시는 나의 favorite beverage!!


얼마나 더 달렸을까, 그냥 계속 달렸다. 오늘은 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끊임없는 낙타등의 연속. 아마 오늘은 라이딩의 49%는 업힐, 49%는 다운힐, 2% 평지 달리지 않았을까 싶다. (나중에 GPS 찍어보니  비슷하다..ㄷㄷ) 힘들 법도 했는데 산을 벗어나고 싶어서 많이 쉬지 않고 그냥 계속 달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 오른쪽에 바다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는데, 나 아직도 산에 있나 봐.. 해안선이 저 밑에 있넹..ㅋㅋ // 그나마 다행인 건 비는 진즉에 그쳤고 날도 슬슬 개이는 것 같다. 


차는 여전히 거의 없고 오히려 도보 순례자가 드문드문 보인다. 이 산길을 걸어서 넘어가다니 대단.. 걷는 속도도 꽤 빨라 보인다. 볼 때마다 정말 대단하다. 난 아마 걸어서는 못 갈듯..;ㅅ;

사진은 업힐하기 전에 밑에서 위로 찍어야 길 전체가 이쁘게 쌰악~하고 나오는데, 업힐을 보면 얼른 올라가야겠다는 생각뿐이라 내 사진은 다 이런가봉가..


아무것도 나올 것 같지 않았던 길 중간에서 알베르게와 카페를 만났다. 오늘 먹은 게  부실한 데다가 업다운을 겁나게 해서 배가 좀 고팠다. 샌드위치와 아쿠아리우스 2잔을 챱챱~ 카페 아줌니는 알베르게(인지 펜션인지)를 같이 운영하는 엄청 친절한 아줌마였다. 하지만 난 더 갈꾸닭!!


날이 개이면서 하늘이 점점 더 맑아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산골짜기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데, 여긴 다 산꼭대기에 마을이 있다. 바다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곳에 살고 싶어서 그랬나.. 


이제 산은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 아니었다. 하루 종일 산 속에 갇혀 있는 이 느낌적인 느낌..ㅋㅋ 마을이 나오긴 나오나요? 'ㅁ' // 나도 이렇게 불안한데.. 도보 순례자들은 진짜 다시 한 번 킹왕짱 대다나다.!


아, 네.. 여기 까미노 맞네요. 그럼 뭐 마을이 나오긴 나오겠죠.. 별 것 아닌 허름한 표지판이지만 마음의 위안을 준다. 저~기 돌아내려가면 마을이 나오면 좋겠다.^_^ 


Luarca에 도착했다. 드디어 마을이 아닌, 도시가 나왔다.! 이얏호~ 얼른 숙소부터 잡아야지.



저 위에 산에서 내가 내려왔나 보다. 도착하자마자 찍은 사진인데, 저기 알베르게가 있었네..ㅋㅋ // 것도 모르고 난 반대편에 보인 호텔에 바로 들어갔다. 어제 호텔방을 찾느라 몇 군데 돌아다닌 게 생각나서 들어가자마자 인사도 안 하고 방 다 찼냐고 물어봤다.;;


"저기 반대편 알베르게는 다 찼지만, 우리 호텔은 아직 방 있어" 

"여기 알베르게가 있었음? 어차피 다 찼다니 상관없군..ㅋ"


올레, 바로 체크인~ 하려는데 먼저 온 독일 뇨자애가 있어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줌마가 갑닥 쿨한 제안을 한다.


"싱글룸은 35유로인데 더블룸은 40유로거든? 너네 방 같이 쓰고 20유로씩 내도 돼. 난 별로 상관없어."


오우, 그래서 쿨하게 같이 방을 썼다. 어제의 호텔만큼 깔끔하고 좋은 곳이었다. 게다가 난 창가 쪽 침대가 좋은데, 그 친구는 안쪽 침대를 좋아해서, 별 불만 없이 방을 쓸 수 있었다. 


빨래+샤워하고 나와서 저녁을 먹었다. 이틀 만에 먹는 Menu del Dia. 프랑스길에서 Sopa de Chorizo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그 메뉴가 적힌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는데, Sopa de Pescado만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거랑 Escalope이랑 쵸콜라떼 무스를 먹었는데, 어쨌든 맛있었다.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 Sopa 종류를 먹으면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이 레스토랑은 와인도 쿨하게 새 병 통째로 준다. 저거 다 먹어도 추가로 돈 안 받는다. 가볍게 3잔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서 잤다. 으히히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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