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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11. 2015

지니의 산티아고 북쪽길 자전거 여행 4

지니의 Camino del Norte (까미노 북쪽길) 자전거 여행 - 4일차 



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길 중 하나입니다. 이 글은 제 옆지기인 지니님이 혈혈단신으로 지구 반대편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자전거 여행을 한 이야기입니다. 



- 일자 : '15.05.19(화)

- 구간 : Santilana del Mar ~ Villaviciosa

- 라이딩 거리(당일/누적) : 140km / 428km 



간밤에 비가 어마무시하게 내렸나 보다. 빗소리에 몇 번이나 잠을 깰 정도였으니... 그래도 일어나니  어제저녁처럼 그냥 부슬비만 내린다. 빨아놓은 져지가 마르지 않았지만, 어차피 곧 젖을 몸이니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입고 길을 나선다. 어제 라이딩하면서 신발이 완벽하게 젖었더니, 태어나서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냄새가 난다.=ㅅ=;;

마을을 나오자마자 약간의 업힐 시작. 그리고 마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순례자 알베르게가 보였다.ㅠ // 어제 도착한 시간에 인포메이션이 열려있었는데도 방문할 생각조차 안 한 나란 게으름뱅이야..ㅋㅋ // 어젯밤 숙소가 2% 마음에 들지 않아서 더더욱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나는 꿀잠 잤을 뿐이고..;; 


약 30킬로를 달려 San Vicente de la Barquera에 도착했다. 바다로 이어지는 큰 강을 끼고 있는데, 다리 너머로 보이는 마을이 참 예뻐 보였다. 아, 물론 비는 내리고 있다..


Santilana del Mar에서 꽤 규모가 있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침을 먹을만한 곳이 없었다. 어차피 나는 아침을 잘 먹지도 않고  어제저녁에 고기와 밥을 씐씐나게 먹어서 때 늦은 아침식사도 크게 상관이 없었다. 납작하게 구워준 크루아상과 내 사랑 코르타도!! 여러분, 코르타도는 사랑입니다.!!


바로 옆 철도를 따라 있는 도로를 따라 부드러운 아스팔트길을 신나게 달렸다. 까미노 표지판은 종종 나오지만 날씨 때문인지 걸어가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다.


Poo라는 귀여운 이름의 마을에서 쉬어갔다. 살려고 먹는 주식, 샌드위치와 코카콜라.. 낮에는 라이딩 만으로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냥 가다가 대충 나오는 카페에서 끼니를 해결하곤 했다.


작지만 철로가 관통하는 마을이다. 스페인은 우리나라보다 넓어서 그런지 기차가 많이 다니는 것 같다. 


다시 강을 끼고 달린다. 비는 더 이상 오지 않지만 아직도 하늘이 오락가락한다. 아직 마르지 않은 레인커버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라이딩과 휴식을 반복했다.


아까 그 기찻길인가? 강과 기찻길을 끼고 가는 도로는 정말 환상이다. 그런데 느낌이 좀 안 좋다. 내가 가는 길이 이렇게 좋을 리가 없으니까!!


크하하, 그럼 그렇지... 앞에 산이 한가득이다. 일단 좀 쉬려고 카페에서 지도를 봤는데 Ribadesella에서 갈림길을 잘못 들어 3킬로 정도를 반대방향으로 왔다. 


3킬로 정도야 뭐, 헤헤.. 산을 넘지만 않는다면!! 'ㅁ'


북쪽 길은 해안 근처에 있다 보니, 아무래도 바다로 나가는 강이 많다. 다리 위로 요렇게 강을 또 건너간다. 다리를 건널 때에는 바람도 쐬고 싶고, 강 구경도 하고 싶어서 웬만하면 끌바를 한다.


Colunga에 도착해서 다시 살기 위한 식사를 했다. 날씨는 여전히 오락가락 꾸리꾸리하다. 시간은 6시를 넘었지만 아직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숙소를 잡는 순간은 항상 지겹거나 힘들거나 춥거나 이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아직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 흰둥이를 타고 다시 달렸다. 막판에는 오늘의 경로 중 그나마 높은 (그래 봐야 150미터 급?) 업힐이 있었지만 큰 어려움 없이 넘었다. 그리고 Villaviciosa에 도착하였다. 


호텔은 생각보다 많았고, 알베르게는 아예 없는 동네였다. 호텔 몇 군데를 물어보니 이미 방이 다 찼다고 한다. 알베르게가 없는 마을은 호텔방 잡기도 전쟁이다. 그렇게 몇 군데를 물어보다가 영어를 그나마 하는 아주머니를 만난 덕택에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싱글룸은 이미 다 찼고 더블룸만 남았기 때문에, 체크인하려면 더블룸 가격을 내라고 했다. 난 당연히 콜~ 가격은 단돈 30유로!! 첫날 Getaria에서 잤던 곳보다 훨씬 싸고, 방도 넓다. 


이렇게 앤티크 한 소품들로 각 층의 로비가 꾸며져 있다. 여기 진짜 가성비 짱임!!


방 안에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내 방의 멋진 마을 뷰! 시간이 얼마나 되었지? 아직 해가 질 생각을 안 한다.


요렇게 로비 구석에 자전거를 보관해주었다. 아무래도 자전거로 여행을 하거나 까미노를 오가는 사람이 많다 보니 자전거 보관에 관대하다.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해서 보관해주려고 한다. 보통은 전용창고에 보관을 해주는데, 나는 아침에 일찍 나가야 하니, 항상 내가 바로 찾아서 갈 수 있는 보이는 곳에 보관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순례길 내내 나의 제안을 거절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여기에서는 내가 내일 일찍 출발한다고 하니, 그럼 내일 아침에 나갈 때 챙겨 먹으라며 우유와 바나나 빵 등을 비닐봉지에 담아서 챙겨주셨다. 고마워요, 아줌니..


수압도 온도도 좋은 널찍한 욕실에서 샤워와 빨래를 마치고 식사를 위해 밖을 나선다. 여긴 호텔  뒷골목쯤?


뒤로 돌아보면 이런 길. 벤치에 그려진 친절한 노란색 화살표. 그리고 얼핏 보이는 비닐하우스스러운 카페테라스. 추워도 밖에서 먹겠다는 의지..ㅎㅎ


어지간한 마을엔 이런 작은 성당  하나쯤은 무조건 있다. 그리고 정각되면 꼭 종도 울린다. 땡그랑~


조금 더 번화가스러운 길로 갔는데, 식당은 많지 않고 사람도 많지 않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니 고르고 골라서 한 군데를 들어갔따.


간단한 식사도 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약간 와인바 느낌이다. 와인은 먹고 싶은데, 종류가 너무 많고.. 추천해달라니 아저씨는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구글 번역기 열심히 돌리다가 갈증 나서 그냥 맥주를 시켰다.ㅋㅋ


쵸리소를 먹고 싶었는데, 저렇게 슬라이스 된  것뿐이었다. 그래도 먹고 싶어서 먹었다. 먹다 보니 이건 그냥 와인 안주 같았다. 그래서 더더욱 와인을 먹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맥주 다 먹고 와인 먹으려고 했는데, 빵이랑 같이 먹고 했더니 배불러서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드디어 해가 졌나 보다. 그럼 이제 10시는 훌쩍 넘었겠군. 내일은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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