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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의 산티아고 북쪽길 자전거 여행 3

산티아고 북쪽길 자전거 여행 - 3일차

by 존과 지니

지니의 Camino del Norte (까미노 북쪽길) 자전거 여행 - 3일 차



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길 중 하나입니다. 이 글은 제 옆 지기인 지니님이 혈혈단신으로 지구 반대편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자전거 여행을 한 이야기입니다.



- 일자 : '15.05.18(월)

- 구간 : Castro Urdiales ~ Santilana del Mar

- 라이딩 거리(당일/누적) : 103km / 28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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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상태가 계속 안 좋아서 걱정되었는지 저녁에 미리 존이 보내준 카톡을 확인하여 아침에 뒷 드레일러 풀리를 조금 안쪽으로 조정했다. 아래의 사진에서 Low Adjustment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빨간색 화살표를 따라서 살살 풀어주다가 풀리가 약간 이동하면 반 바퀴 정도 다시 조여준다. 풀리가 이동할 수 있는 최대 범위라고 했고, 이렇게 하니 정말 신기하게 체인이 빠지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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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바람막이를 거의 벗지 못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쨍해서 저지만 입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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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가 고속도로 바로 옆 라인으로 인접해서 그런지, 차도 거의 없고 오른쪽으로 해안이 펼쳐지는 아주 멋진 길이었다. 게다가 날씨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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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바다가 보이는 북쪽길의 여유인가보다. 사진을 찍으려면 차도로 나와서 찍어야 했는데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서 매우 한적하고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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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내 그림자가 찍혔다. 원래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는데다가 셀카나 내 사진은 더더욱 없는데 이렇게나마 찍히니 인증이 되는 듯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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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가다 보니 구름이 산허리에 걸려있다. 계속 이렇게 한적하고 고즈넉한 풍경이 계속되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ㅎㅎ //

차가 많은 도로에서는 아예 사진 찍을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이렇게 포스팅한 사진은 현실의 극히 한정된 부분이라는 사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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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끼고 위치한 멋진 집은 아주 흔하디 흔한 북쪽길 마을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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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반대편에는 이렇게 더 흔하디 흔한 산의 풍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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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등이라고 하기는 조금 어설픈 업다운이 계속되는 와중에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깔끔하고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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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나타난 까미노 표지판. 가끔은 저 표식이 나타나야만 내가 제대로 가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내가 정말 길 위에 있구나 하는 신나는 기분이 든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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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바로 출발을 한 터라 아직 아침을 먹지 못했다. 약 20킬로를 이미 달려온 후 Laredo에 멈추고 흰둥이를 파킹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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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레드불과 간단한 타파를 하나 골랐다. 빵 안에 반숙 노른자와 베이컨 조각이 가득해서 매우 맛있었다. 햇볕이 잘 드는 테라스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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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왼쪽에 보이는 아저씨는 스위스 사람인데, 이름은 까먹었다.;;


"너 자전거 타고 까미노 중이야? 너 짐 어딨어?"

"저기 싯포스트에 달아놨자남~ 보임??"

"아니, 저거 말고 백팩 하나 더 있잖아, 그거 어딨어??"

"왠 백팩? 그런 거 없어, 저게 내 짐 전부야. 뭐 많은 게 필요하냐.. 세면도구랑 잘 때 입을 옷만 있음 되지.."

"니 말이 맞아. 하지만 사람들은 많은 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다 짊어지고 가지, 나도 그렇고 말이야.ㅎㅎ // 난 친구랑 왔는데, 내가 5년 전에 축구하다가 정강이뼈 부러졌었고, 10년 전에 스키 타다가 발꿈치랑 아킬레스건 다쳤거든. 근데 오늘은 안 아프던 무릎이 아파서, 친구 먼저 가라고 하고.. 난 좀 쉬다가 버스 타고 갈거야.! 니 자전거 한번 들어봐도 돼?"

"난 사실 까미노 두 번째야, 재작년에 프랑스길 갔었어. 정말 좋은 길이라 이번에 휴가 내고 다시 온 거야."

"처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짐이 엄청 컴팩트해서 왠지 유경험자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그때는 짐 더 적었어..ㅋㅋ// 어쨌든 지금도 난 내 짐이 무겁다고 생각해."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충분히 광합성을 하다가 다시 출발했다. 날씨가 다시 흐려지고 바람이 불어서 체온 유지를 위해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계속해서 국도를 따라가는데 N-634 국도가 E-70이라는 도로와 통합되면서 화물트럭이 많아졌다. 안 그래도 갓길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공사구간이 많아서 차도 사이드에 모래가 가득했다. 화물트럭이 한쪽 차선으로만 많이 다니면 상관없는데 양쪽으로 많이 다니고, 도로도 폭이 좁아서 일단 근처의 Saron이라는 마을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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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도 이미 지났고 우회도로도 찾아볼 겸 카페에 자리를 잡고 쉬었다. 배도 별로 고프지 않고, 빵은 별로지만 열량을 채우기 위한 파운드 케이크 한 조각 + 코카콜라를 춉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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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왠 중국계 스페인 남자와 원래 스페인 아줌마가 와서 말을 건다. 내가 중국 사람인 줄 알고 말을 걸었던 것 같은데 난 중국말은 못하니까 영어로 대답했다. 그런데 그들이 영어를 못한다. 그래서 그냥 서로 눈치코치로 대화를 잠시 했다.ㅋㅋ


"오늘 너 여기서 잘꺼야? 숙소 찾고 있어?"

"아니, 나 더 갈꺼야~"

"어디까지 가는데?"

"Santilana del Mar..(그냥 대충 봐놓았던 도시를 찍어서 지도를 보여줬다.)"

"헐, 대박!!"


대충 이런 뉘앙스..ㅋㅋㅋ // 그리고 난 이날 정말 Santilana del Mar에서 자게 되었다.=_ =;;


N-634를 조금이나마 피하려고 N-634a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전 구간이 공사 중이라 진입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샛길로 돌아나와 Torrelavega 직전에서 다시 N-634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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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보이는 산골짜기의 마을이 Torrelavega 인 듯하다. 약한 오르막을 넘어갔는데 노면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로 보이는 사이클 오빠들이 내 옆을 지나간다. 이런 땅에서도 열심히 댄싱 하는 오빠들은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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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도로를 제외하고는 늘 N으로 시작하는 국도를 탔는데, 잠시 동안 CA-131을 타고 해안가로 더 붙어서 갔다. 그리고 아까 언급했던 Santilana del Mar에 도착하는 순간,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시간은 오후 6시가 좀 되지 않아서 더 타고는 싶었지만, 오후 늦게 비가 오면 지치기도 하고 추워지기도 하고.. 해서 정말 이 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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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나온 알베르게를 찾아갔는데 리모델링한다고 공사 중이다.ㅠㅠ // 다행히 근처에 있는 펜션에 어렵지 않게 체크인할 수 있었다.

프랑스길은 시작점에서 마을별 알베르게 리스트를 종이로 줬었는데 북쪽길은 그런 게 없어서 지도로 찾거나 아니면 미리 인터넷 검색에 의지해야만 한다. 유심을 사지 못해서 검색은 불가능했고, 비도 오고 날도 춥고.. 하여튼 숙소는 많았으니 상관없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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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느낌이 나는 싱글룸을 받았다. 가격은 20유로였던가? 샤워실이 좁고 쾌쾌한 느낌이 살짝 났지만 일단 내 몸 하나 누일 수 있는 곳을 마련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샤워와 빨래를 하고 저녁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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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돌바닥과 건물 또한 돌로 이루어진 오래되어 보이는 이 마을에는 관광객이 참 많았다. 그래서 숙소가 많았나 보다.

난 확인된 숙소가 많은 마을에서만 쉬어간다. 그래야 방을 구하지 못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음 마을로 가는 일이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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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둘러보기 전에 맥주부터 한 잔 했다. 역시 관광지라 그런지 다른 도시보다는 맥주값이 약간 더 비쌌다. 그래도 마신다..ㅋㅋ // 아직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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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으려고 세 블럭 정도 되는 마을을 걸어 다녔는데, 씨에스타 시간에 걸려서 대부분 음료만 판다. 8시부터 식사가 되고, 지금은 7시도 되지 않은 시각.. 숙소로 다시 들어갔다가 나오기는 귀찮아서 근처를 구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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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메뉴 간판을 보고 오르막을 걸어 마을 외곽까지 왔는데, 알베르게나 문을 연 레스토랑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좋은 풍경이 보였다. 경치는 역시 윗 골목에서 봐야 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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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도 도보 순례자들이 지나가는 루트인 것 같다. 반가운 노란 화살표가 보인다. 화살표는 업힐에서도 힘이 나게 만들어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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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식당을 물색한다. 너무 비싸 보이거나 허름하지 않고 적당히 캐주얼하며 대중적인(;;) 느낌의 식당을 찾아 오랜만에 Menu del Dia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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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접시는 빠에야. 이미 이것 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훌쩍 넘는다. 치킨과 해산물의 콜라보레이션~이므로 한 톨도 빠짐없이 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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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접시는 꽃등심 스테이크. 와인과 함께 냠냠 먹는다. 감자튀김은 너무 많아서 조금 남겼다. 와인과 함께 흡입하고 디저트로는 아이스크림을 춉춉 먹었다.

스페인에 와서 처음으로 배부르게 식사를 한 것 같다. 아무리 먹어도 꽉 찬 것 같지 않은 느낌의 빵만 먹다가, 쌀과 고기를 먹으니 신이 났다. 푹 잘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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