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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11. 2015

지니의 산티아고 북쪽길 자전거 여행 3

산티아고 북쪽길 자전거 여행 - 3일차

지니의 Camino del Norte (까미노 북쪽길) 자전거 여행 - 3일 차



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길 중 하나입니다. 이 글은 제 옆 지기인 지니님이 혈혈단신으로 지구 반대편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자전거 여행을 한 이야기입니다. 



- 일자 : '15.05.18(월)

- 구간 : Castro Urdiales ~ Santilana del Mar

- 라이딩 거리(당일/누적) : 103km / 288km     



자전거 상태가 계속 안 좋아서 걱정되었는지 저녁에 미리 존이 보내준 카톡을 확인하여 아침에 뒷 드레일러 풀리를 조금 안쪽으로 조정했다. 아래의 사진에서 Low Adjustment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빨간색 화살표를 따라서 살살 풀어주다가 풀리가 약간 이동하면 반 바퀴 정도 다시 조여준다. 풀리가 이동할 수 있는 최대 범위라고 했고, 이렇게 하니 정말 신기하게 체인이 빠지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틀 동안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바람막이를 거의 벗지 못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쨍해서 저지만 입고 달렸다.


국도가 고속도로 바로 옆 라인으로 인접해서 그런지, 차도 거의 없고 오른쪽으로 해안이 펼쳐지는 아주 멋진 길이었다. 게다가 날씨도 좋고..


이게 바로 바다가 보이는 북쪽길의 여유인가보다. 사진을 찍으려면 차도로 나와서 찍어야 했는데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서 매우 한적하고 수월했다.


오, 내 그림자가 찍혔다. 원래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는데다가 셀카나 내 사진은 더더욱 없는데 이렇게나마 찍히니 인증이 되는  듯하다.ㅎㅎ


조금 더 가다 보니 구름이 산허리에 걸려있다. 계속 이렇게 한적하고 고즈넉한 풍경이 계속되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ㅎㅎ //

차가 많은 도로에서는 아예 사진 찍을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이렇게 포스팅한 사진은 현실의 극히 한정된 부분이라는 사실..ㅋㅋ


바다를 끼고 위치한 멋진 집은 아주 흔하디 흔한 북쪽길 마을의 풍경이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이렇게 더 흔하디 흔한 산의 풍경이 있다. 


낙타등이라고 하기는 조금 어설픈 업다운이 계속되는 와중에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깔끔하고 맑다.


또다시 나타난 까미노 표지판. 가끔은 저 표식이 나타나야만 내가 제대로 가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내가 정말 길 위에 있구나 하는 신나는 기분이 든다.^_^


아침에 바로 출발을 한 터라 아직 아침을 먹지 못했다. 약 20킬로를 이미 달려온 후 Laredo에 멈추고 흰둥이를 파킹 했다. 


오랜만에 레드불과 간단한 타파를 하나 골랐다. 빵 안에 반숙 노른자와 베이컨 조각이 가득해서 매우 맛있었다. 햇볕이 잘 드는 테라스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저기 왼쪽에 보이는 아저씨는 스위스 사람인데, 이름은 까먹었다.;;


"너 자전거 타고 까미노 중이야? 너 짐 어딨어?"

"저기 싯포스트에 달아놨자남~ 보임??"

"아니, 저거 말고 백팩 하나 더 있잖아, 그거 어딨어??"

"왠 백팩? 그런 거 없어, 저게 내 짐 전부야. 뭐 많은 게 필요하냐.. 세면도구랑 잘 때 입을 옷만 있음 되지.."

"니 말이 맞아. 하지만 사람들은 많은 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다 짊어지고 가지, 나도 그렇고 말이야.ㅎㅎ // 난 친구랑 왔는데, 내가 5년 전에 축구하다가 정강이뼈 부러졌었고, 10년 전에 스키 타다가 발꿈치랑 아킬레스건 다쳤거든. 근데 오늘은 안 아프던 무릎이 아파서, 친구 먼저 가라고 하고.. 난 좀 쉬다가 버스 타고 갈거야.! 니 자전거 한번 들어봐도 돼?"

"난 사실 까미노 두 번째야, 재작년에 프랑스길 갔었어. 정말 좋은 길이라 이번에 휴가 내고 다시 온 거야."

"처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짐이 엄청 컴팩트해서 왠지 유경험자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그때는 짐 더 적었어..ㅋㅋ// 어쨌든 지금도 난 내 짐이 무겁다고 생각해."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충분히 광합성을 하다가 다시 출발했다. 날씨가 다시 흐려지고 바람이 불어서 체온 유지를 위해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계속해서 국도를 따라가는데 N-634 국도가 E-70이라는 도로와 통합되면서 화물트럭이 많아졌다. 안 그래도 갓길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공사구간이 많아서 차도 사이드에 모래가 가득했다. 화물트럭이  한쪽 차선으로만 많이 다니면 상관없는데 양쪽으로 많이 다니고, 도로도 폭이 좁아서 일단 근처의 Saron이라는 마을로 빠졌다.  


점심시간도 이미 지났고 우회도로도 찾아볼 겸 카페에 자리를 잡고 쉬었다. 배도 별로 고프지 않고, 빵은 별로지만 열량을 채우기 위한 파운드 케이크 한 조각 + 코카콜라를 춉춉~


지도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왠 중국계 스페인 남자와 원래 스페인 아줌마가 와서 말을 건다. 내가 중국 사람인 줄 알고 말을 걸었던 것 같은데 난 중국말은 못하니까 영어로 대답했다. 그런데 그들이 영어를 못한다. 그래서 그냥 서로 눈치코치로 대화를 잠시 했다.ㅋㅋ


"오늘 너 여기서 잘꺼야? 숙소 찾고 있어?"

"아니, 나 더 갈꺼야~"

"어디까지 가는데?"

"Santilana del Mar..(그냥 대충 봐놓았던 도시를 찍어서 지도를 보여줬다.)"

"헐, 대박!!"


대충 이런 뉘앙스..ㅋㅋㅋ // 그리고 난 이날 정말 Santilana del Mar에서 자게 되었다.=_ =;;


N-634를 조금이나마 피하려고 N-634a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전 구간이 공사 중이라 진입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샛길로 돌아나와 Torrelavega 직전에서 다시 N-634로 합류했다.


저기 보이는 산골짜기의 마을이 Torrelavega 인 듯하다. 약한 오르막을 넘어갔는데 노면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로 보이는 사이클 오빠들이 내 옆을 지나간다. 이런 땅에서도 열심히 댄싱 하는 오빠들은 있군..


우회도로를 제외하고는 늘 N으로 시작하는 국도를 탔는데, 잠시 동안 CA-131을 타고 해안가로 더 붙어서 갔다. 그리고 아까 언급했던 Santilana del Mar에 도착하는 순간,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시간은 오후 6시가 좀 되지 않아서 더 타고는 싶었지만, 오후 늦게 비가 오면 지치기도 하고 추워지기도 하고.. 해서 정말 이 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지도에 나온 알베르게를 찾아갔는데  리모델링한다고 공사 중이다.ㅠㅠ // 다행히 근처에 있는 펜션에 어렵지 않게  체크인할 수 있었다.

프랑스길은 시작점에서 마을별 알베르게 리스트를 종이로 줬었는데 북쪽길은 그런 게 없어서 지도로 찾거나 아니면 미리 인터넷 검색에 의지해야만 한다. 유심을 사지 못해서 검색은 불가능했고, 비도 오고 날도 춥고.. 하여튼 숙소는 많았으니 상관없달까..


다락방 느낌이 나는 싱글룸을 받았다. 가격은 20유로였던가? 샤워실이 좁고 쾌쾌한 느낌이 살짝 났지만 일단 내 몸 하나 누일 수 있는 곳을 마련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샤워와 빨래를 하고 저녁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섰다.


완벽한 돌바닥과 건물 또한 돌로 이루어진 오래되어 보이는 이 마을에는 관광객이 참 많았다. 그래서 숙소가 많았나 보다. 

난 확인된 숙소가 많은 마을에서만 쉬어간다. 그래야 방을 구하지 못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음 마을로 가는 일이 없을테니까...


마을을 둘러보기 전에 맥주부터 한 잔 했다. 역시 관광지라 그런지 다른 도시보다는 맥주값이 약간 더 비쌌다. 그래도 마신다..ㅋㅋ // 아직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다.


밥을 먹으려고 세 블럭 정도 되는 마을을 걸어 다녔는데, 씨에스타 시간에 걸려서 대부분 음료만 판다. 8시부터 식사가 되고, 지금은 7시도 되지 않은 시각.. 숙소로 다시 들어갔다가 나오기는 귀찮아서 근처를 구경하기로 했다.


순례자 메뉴 간판을 보고 오르막을 걸어 마을 외곽까지 왔는데, 알베르게나 문을 연 레스토랑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좋은 풍경이 보였다. 경치는 역시 윗 골목에서 봐야 제 맛~


이 마을도 도보 순례자들이 지나가는 루트인 것 같다. 반가운 노란 화살표가 보인다. 화살표는 업힐에서도 힘이 나게 만들어준다네!!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식당을 물색한다. 너무 비싸 보이거나 허름하지 않고 적당히 캐주얼하며 대중적인(;;) 느낌의 식당을 찾아 오랜만에 Menu del Dia를 먹었다.


첫 번째 접시는 빠에야. 이미 이것 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훌쩍 넘는다. 치킨과 해산물의 콜라보레이션~이므로 한 톨도 빠짐없이 다 먹는다. 


두 번째 접시는 꽃등심 스테이크. 와인과 함께 냠냠 먹는다. 감자튀김은 너무 많아서 조금 남겼다. 와인과 함께 흡입하고 디저트로는 아이스크림을 춉춉 먹었다.

스페인에 와서 처음으로 배부르게 식사를 한 것 같다. 아무리 먹어도 꽉 찬 것 같지 않은 느낌의 빵만 먹다가, 쌀과 고기를 먹으니 신이 났다. 푹 잘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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