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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03. 2015

지니의 산티아고 북쪽길 자전거 여행 2

산티아고 북쪽길 자전거 여행 - 2일차

지니의 Camino del Norte (까미노 북쪽길) 자전거 여행 - 2일차



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길 중 하나입니다. 이 글은 제 옆지기인 지니님이 혈혈단신으로 지구 반대편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자전거 여행을 한 이야기입니다. 




- 일자 : '15.05.17(일)

- 구간 : Getaria ~ Castro Urdiales

- 라이딩 거리(당일/누적) : 129km / 185km




아침에 일어나니 약한 보슬비가 내리길래 순간 고민 고민을 했다. 

조금 기다렸다가 완전히 그치면 갈까, 아니면 바로 출발할까.. 일단 출발!!


어제 계속 자전거 고장을 신경 쓰느라 목표한 거리만큼 라이딩을 못했고, 일정 초반에 가능한 많이 달려놔야 후반에 문제가 생기면 하루, 이틀 정도 쉬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가 며칠을 더 내릴지도 모르는데 그치기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레인커버까지 씌우고 아침 7시부터 달리는데, 비가 조금씩 더 거세진다. 다행히 맞바람은 아니라 집중해서 미끄러지지 않게 계속 달렸다. 동네 로드 자전거 오빠들도 멋지게 차려입고 비가 오든 말든 걍 막 달린다. 내 자전거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이때 처음 알았다. 비가 올 때는 고글에 계속 빗방울이 맺히고 김이 서려서, 아예 안 쓰고 달리는 게 더 편하다는 걸.. 우중 라이딩 경험이 별로 없어서 자전거 5년 차에 이 사실을 깨달았다.


Getarino에 아침 한다고 써놓고 장사하는 카페가 없어서, 20킬로 정도를 달린 후 Deba에 도착해서 아침식사를 했다. 앞에 보이는 저 붉은 건물이 구 역사를 개조해서 만든 알베르게. 도보 순례자들이 채비를 하고 한두 명씩 나왔다.


Deba 기차역 건너편에 있는 카페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아직 비가 오고 있다..


대왕 크루아상과 내 사랑 코르타도를 춉춉 하고 있는데, 밖에서 함성? 환호? 같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먹다 말고 막 나가봤다.  


무슨 날인지 모르겠는데 골목에 막 바리케이드가 쳐있고.. 마을 주민들이 몰려있다. 그래서 뭐지? 하고 기다리는 찰나에 마구마구 달리는 소들과 소들 앞에서 도망가는 젊은 청년들. 이것은 무슨 퍼포먼스인가... 투우를 보지 못했던 나에게 신선한 경험이다...ㅎ

그렇게 마을 몇 바퀴를 돌았나 보다. 이쪽으로 올 때마다 함성소리 우아아아~ 청년들은 도망가다가 따라 잡히겠다 싶으면 건물 옆 난간으로 올라선다. 신기하다..ㅎㅎ


다시 들어와서 아침을 마저 먹고 다시 달렸다. 비는 조금 잦아들다가 오전에 그쳤다.

조금 쉴까 해서 멈췄는데 호텔 1층에 딸린 카페라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길바닥에서 쉬었다. 우리 흰둥이 고생이 많구나..


신발도 완벽하게 젖어버렸다. 그리고 흙탕물의 잔해들. 이미 나를 놓았다. 어떻게 하면 젖지 않을까.. 이런 고민 따위는 더 이상 필요 없었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_-;;


체인이 두어 번 안쪽으로  또다시 이탈해서, 풀리와 스프라켓을 일자로 맞추려고 중간에 몇 번 조정을 다시 했다. 처음엔 체인 혼자 체인 끼우기도 힘들었는데, 이제 체인 낑구기의 달인이 되었다.


이곳은 빌바오로 향하는 국도길. 나는 주로 국도를 이용한다. 그래야 업다운이 심하지 않고, 주행거리가 짧아진다. 

빌바오도 나름 큰 도시이고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동네에 로드 타는 오빠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내 자전거를 요상하게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라이더가 많아서 그런지, 차는 자전거 라이더와 1.5m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라는 아주 바람직한!! 표지판이 자주 나온다.


그런데 대도시에 가까워져서 그런지 차량통행이 많아진다. 스페인은 국도라 하더라도 왕복 2차선이 대부분인데 속도가 빠르지 않은 나를 차들이 피해가려면 오히려 차들이 더 위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 휴식하면서 우회도로를 살펴보기로 했다.


요로코롬 있는 바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했다. 난 날씨가 더우나 추우나 항상 야외 테라스 자리로!!


코카콜라에 간단하게 타파스를 먹으며, 지도로 우회도로를 찾아봤다. 우회하는 길이 있긴 있는데.. 거리가 2배는 되는 것 같다. 일단 차들이 쌩쌩 달리기는 해도 큰 화물트럭이 없으니까 계속 국도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10킬로 정도 더 달리니, 드디어 Bilbao에 입성!! 

조금 큰 도시에는 입구에 저런 큰 굴뚝같은 기둥이 있는데, 도대체 저게 뭘까.. 누가 알면 좀 알려줘요. 무식이 통통 튀네요. ^_^


요로코롬 큰 round about이 있다. 다들 알겠지만 round about에서는 원 안에 진입해 있는 차에게 우선권이 있다. 우측통행 기준으로, 원에 진입하기 전 왼쪽에서 오고 있는 차가 우선.


요런 건물과 조형물도 있고..


위 사진의 건물 앞에는 이렇게 강이 흐르고 있다. 


끌바로 다리를 건너간다. 대도시에는 일방통행 도로가 많고, 조금 더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자전거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간다. 일부러 이 도시에 관광을 오는 사람도 수두룩한데, 이렇게 들르는 길에라도 조금 더 보고 싶은 마음이랄까.. 


강변을 따라 트램이 지나간다. 그리고 자전거 도로에 동네 마실 나온 언니오빠들도 있다.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를 따라가니 성당이 나온다. 저기도 일방통행 도로구만..


개인적으로 빵을 소름 끼칠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는 나이기에, 조금씩 자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게 빵을 먹으면 금방 배가 찬다. 열량을 채우기 위해 으깬 감자 요리에 콜라를 먹으며 쉬었다. 


여기서 처음으로 여성 로드 라이더 2명을 봤다. 짐이 없는걸 보니 그냥 동네 언니들인가 보다. 그리고 주차한 우리 흰둥이. 언제 비가 다시 올지 모르는 흐린 날씨라 레인커버를 벗지 못하네.. 


그렇게 달리다가 거의 처음 발견한 Camino de Santiago 표지판! 아마 도보 순례자와 만나는 구간이었나 보다. 이미 100킬로 이상 달려서 조금 지쳤는데, 날씨가 갑닥 개이기 시작한다.


날씨가 개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 솔레미오를 부르면서 달렸는데, 업힐 직전에서 이러기 있냐능..^_^ 아주 빛이 나는구나..ㅋㅋ


도보 순례자와 만나는 구간이니 주의하라는 작은 가리비 표지판. 오랜만이다. 노랑 파랑이의 조합아~


뒤로 돌아보면 산골짜기에는 이런 마을들이 있다. 정말로 흔하디 흔한 스페인의 마을 풍경이다.


내리막에 멈춰서 그런 건가, 다음 업힐까지 약간이라도 치고 나갔으면 괜찮았을까.. 강동의 아이유 3단 고개의 1단보다도 덜한 업힐인데 갑자기 너무너무 힘이 들어서 중간에 멈추고 말았다. 아니 내가 이 따위 업힐에서 멈추다니.. 다음 마을에서 쉬던가 자던가.. 뭐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업힐 끝에 나타난 카페에서 좀 쉬었다. 그런데 지금이 오후 6시다. 아직 해가 한창이다. 느무 힘들어서 바로 다음 나오는 hostal에서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편히 쉬었다. 날이 더우니 음료는 기본 2잔. 높은 곳에 있어서 그런지 뷰가 좋다.

내리막 중간에 지도에서 봐 둔 hostal이 나왔다. 그런데 hostal이랑 hostel은 다른가보다. 그냥 hotel 같다. 그리고 1층에 아주 크게 식당이 있어서 체크인하려면 엄청난 계단을 들바로 올라가야 하는 상황. 어차피 저렴해 보이지도 않아서 그냥 다음 마을까지 가기로 했다. 게다가 조금만 더 가면 알베르게가 있는 마을이 나온다. 일단 ㄱㄱ씽~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결국 도착한 Castro Urdiales의 알베르게. 들어서서 쉬고 있는 도보 순례자들에게 인사를 하니, 이미 방이 꽉 찬 것 같다는 달갑지 않은 소식을 말해준다.ㅠ 곧 호스피탈레로가 등장했고, 역시나 자리가 없다고.. 말해줬다. 

하지만 난 이미 프랑스길의 Hontanas 알베르게 바닥에서 잔 경험이 있으니까!! 바닥이라도 괜찮으면 재워달라고 했다. 상태가 좋지 않아 버리려던 매트를 마침 보관하고 있어서  밤늦게 거실(이라고 말하기도 아주 작은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를 걷어내고 깔아준다고 했다. 나 같은 순례자를 위해서 버리지 않고 보관했나 보다. Hontanas에서는 돗자리스러운 아주 얇고 짧은 매트를 깔아줬었는데, 고장 난 매트라니!! 무지 호강하는 기분이다.


일단 빨래와 샤워를 하고 내 자전거를 살펴보았다. 어휴, 우리 흰둥이 벌써 누렁이가 되고 있다. 


여기는 탈수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빨래를 마치고 나니 아직도 해가 떠 있어서 몰랐는데, 벌써 오후 9시가 되었다.

저녁은 먹고 자야겠다 싶어서 근처의 카페에 와서 간단하게 타파스와 맥주를 먹었다. 스페인 어디를 가든 대체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무지무지 친절하다. WIFI 비번도 막 뛰어서 갖다 주고~ 


호스피탈레로가 왠지 내가 들어오기만 기다릴 것 같아서 급히 먹고 10시가 되기 전에 복귀했다. 도보 순례자들은 모두 방에서 자고 있었고, 간지 나는 흑오빠(호스피탈레로)는 내 매트리스와 담요를 두 개나 이미 세팅해놓고 청소를 하고 있었다. 


"춥지 않아? 담요 더 갖다 줄까? 여긴 너만의 독방이야. 모든 소음들로부터 해방되는 곳이지. 잘 자고 부엔 까미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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