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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03. 2015

지니의 산티아고 북쪽길 자전거 여행 1

산티아고 북쪽길 자전거 여행 -  1일차

지니의 Camino del Norte (까미노 북쪽길) 자전거 여행 - 1일 차



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길 중 하나입니다. 이 글은 제 옆지기인 지니님이 혈혈단신으로 지구 반대편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자전거 여행을 한 이야기입니다. 



- 일자 : '15.05.16(토)

- 구간 : Irun ~ Getaria

- 라이딩 거리(당일/누적) : 56km / 56km


스페인은 한국보다 7시간 정도 늦다. 시차 덕분에 당일 저녁 느지막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했는데 다음날 새벽 산세바스티안 공항으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 한다. 자전거가 없으면 가까운 숙소에서 자고 올 텐데 자전거가 박스 포장된 상태이니 숙소까지 이동이 어렵다. 그래서 오랜만(은 아니고 3개월 만이군;)에 공항 노숙..


인터넷으로 결제할 때 스페인 국내선의 자전거 수하물에 대한 추가 비용을 미리 지불하였다.

다음날 부엘링 항공을 타고 드디어 출발지인 산세바스티안 공항에 도착! 공항 이름은 San Sebastian인데, 정작 공항 위치는 Irun에 더 가깝다. 자전거를 가지고 마음 편히 이동할 때는 비행기가 최고인 듯.. 


인천에서 프랑크프루트와 바르셀로나를 거쳐서 산세바스티안에 도착한 나의 자전거 박스. 전체적으로 튼튼한데 역시 우려했던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페달 삐져나와있고.. 이건 크게 망가지진 않는 부분이니 갠춘!


포크 한쪽이 박스 바깥으로 완전 탈출.. 흰색 껍데기가 좀 까지긴 했는데 포크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저지로 갈아입고 와서 바로 조립 시작. 뒷바퀴 조립할 때 낑낑대니 공항 직원이 와서 맨손으로 도와줬다.  지난번에 프랑스길을 왔을 때도 비아리츠 공항에서 똑같은 시추에이션이었는데.. 스페인 참 친절한 나라 구만...


까미노 북쪽 길의 시작점 중 하나인 Irun에서는 알베르게를 가야 크레덴셜(Credencial, 끄레덴시알, 순례자용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그 알베르게는 오후 4시에나 연다고 들었다. 근처 성당에 가면 더 이른 시간에도 발급해주는 곳이 있지만,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일단 인포메이션 센터로 찾아갔다.

5월인 지금, 이 인포메이션 센터는 오전 10시에나 문을 열고 지금은 9시가 막 넘은 시간..


바로 길 건너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했다. 초코+소보로 크루아상과 코르타도!! 

오랜만이다, 코르타도.. 정말 맛있는데 국내에서는 팔지 않는다. 에스프레소와 소량의 웜 밀크를 넣어 만든 진하고 작은 라떼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래는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은 자전거를 타는 날이니 설탕을 담뿍 넣어서 달달하게 호로록~  


인포메이션에서 안내해준 근처 성당. 뒤에 문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기 벨을 누르면 어떤 할아버지가 나오셔서 크레덴셜을 만들어주심. 프랑스길을 시작했던 생장에서는 이거 만들 때 돈을 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긴 무료다. 오예~


그리고 곧  큰길로 빠져나가서 본격 라이딩 시작!! 


날씨가 조금 흐리고 바람이 불어서 처음부터 바람막이를 입었다. 

그렇게 한 10킬로를 달렸을까.. 변속에 문제가 있는  듯하더니 결국 체인이 빠졌다. 스프라켓 쪽의 체인이 1단 안쪽으로 빠지면서 체인링 쪽의 체인도 완전히 안쪽으로 이탈했다. 지나가던 라이더 붙잡고 체인 끼이는 것 좀 도와달라고 해서 다시 달렸다. 


그런데 자꾸 변속할 때 기어가 튀거나 체인이 빠지는 증상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큰길에서 빠져나와 일단 근처의 Gros라는 마을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에 생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밤늦게나 아침 일찍이고 주말을 끼고 있어서 USIM을 사지 못해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급히 WIFI가 되는 곳을 어렵게 찾았다. 한 10군데 물어본 듯..ㅠㅠ 


대충 아무 음료나 시켜놓고, 테라스에서 수십 장의 사진을 찍어서 존에게 카톡으로 보내줬다. 하지만 사진만으로는 문제점을 알기는 힘들었다. 토요일이라 자전거 샵도 오전에 이미 닫았다. 대략 조정을 한다고 했는데 하필 카페가 내리막에 있는 곳이라 테스트 주행을 해보기가 어려웠다. 


어차피 조금만 더 가서 다리를 건너면 San Sebastian이니 그곳에서 오늘 하루 쉬면서 자전거 상태를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그래, 거긴 유명한 휴양지이고, 난 어제 노숙을 했고, 자전거 상태가 좋지 않고, 오늘은 첫날이고.. 등등 자기합리화를 하면서ㅋㅋ 숙소를 찾으러 갔다.


그런데 자전거 상태가 왠지 좀 좋아진 듯했다!! 그래서 일단은 조금 더 달려보기로 했다. 어차피 북쪽길은 마을이  계속되는 걸로 알고 있으니 숙소 걱정은 없겠지..

카페에서 3시간 가까이 지체했더니 벌써 오후 3시가 넘었다. 내일도 일요일이라 자전거 샵은 어차피 열지 않을 테니 일단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야지..


 

이곳이 바로 San Sebastian 해변가의 산책로! 그런데 날씨가 나의 마음만큼이나 우중충하구나..


날씨도 안 좋은데 시간도 이미 늦어지고, 자전거 문제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이곳의 기억은 많지 않다.  유명한 휴양지라 아마 숙소가 비쌌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인도의 왼쪽으로 자전거 도로가 있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도시의 외곽에 가까워졌을 때, 어떤 아저씨가 나를 추월하고 지나갔다. 알아보기 쉽지 않은 자전거 도로를 잘 찾아가길래, 아저씨 쫓아서 바짝 가다가 신호대기에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 난 지니라고해. 어디로 가는 거임??"

"나는 말라가 가는 길이야. 기욘까지 서쪽으로 가다가  그다음에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야 해"

"그럼 당분간 서쪽으로 가겠네? 오늘 그럼 우리 같이 가장~"


심심하기도 했고, 내 자전거 상태가 안 좋아서.. 당분간 동행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이기적인 생각에;; 오늘 함께 가기로 했다. 


집에서부터 여기까지 자전거 타고 온 영국 아저씨 크리스챤... 프랑스 서쪽 해안을 타고 내려왔다고 했다. 

초특급 가민을 쓰면서도 '이 길이 아닌게벼~'를 대여섯 번 실천하다가 결국 국도 타고 옴..ㅋㅋ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국경 넘어올 때 국도에 차가 너무너무 많았대서 원래는 샛길로 가고 싶어 했는데 길을 못 찾아서 그냥 국도로 달렸다. 나는 원래 국도로 가려고 했었고...


"피레네 넘어오면 차 없는데.. 재작년에 나 피레네 넘어왔거둔. 'ㅅ'"

"짐이 많아서 업힐이 힘듦ㅠㅠ 내 짐만 니 몸무게만큼 무거울 듯.ㅋㅋ"


저기 짐 위에 올려놓은 태양광 전지판이 흐린 날에도 꽤 쓸모 있다고 했다. 최첨단이군..


여기는 간식 보급, 지도 확인 등 겸사겸사 해서 잠시 멈춘 도시.. 다리를 건너간 것 보니 Orio인가?

나도 지도 좀 자주 보는 편인데, 이 아저씨도 엄청나다. 작은 도시 나올 때마다 멈춰서 지도를 보심.ㅎㅎ

그래, 정확한 건 좋은 거니까!  


이 강에서 조금만 나가면 북쪽 바다가 나와서 그런지, 항구로 사용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날씨는 여전히 흐리지만 조정 연습을 하는 팀들이 여럿 있다. 오빠들 몸 다 좋다..'ㅁ'!


그리고는 다시 달려서 다음 도시로 향하는데.. 이때도 체인이 또 빠졌다. 상태가 좋지 않아서 기어 변속할 때 레버를 살짝만 터치하는데 아마 업힐에서 급하게 1단으로 변경하면서 또 그런 것 같았다.ㅠ

구석에 자전거 세워놓고 체인 끼우고 있는데, 도로인지 숲인지 순찰+정비하는 차가 지나가다가 서서는 날 도와줬다. 한 명은 저~ 앞에서 불 들어오는 기다란 봉으로 차량을 우회시키기까지..ㅋㅋ


하여튼 불안 불안하게 가다가 Getaria라는 다음 마을에 도착했고 목을 좀 축이고 가려고 카페에 갔다.  


콜라를 춉춉 하면서 쉬고 있는데 바람도 세지더니 부슬비가 살살 내린다. 이깟 부슬비 정도야..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크리스찬이 제안을 했다.


"이제 비도 오는데 이 비가 금방 그칠 것 같지가 않거든. 내가 스페인에서 있는 5일 동안 계속 캠핑을 못했어. 춥고 비가 와서.. 여기가 그나마 좀 큰 마을 같은데, 여기에서 오늘 하루 자고 내일 출발하는 게 어때?"


출발이 늦은 탓에 시간은 이미 6시를 넘기고 있었다. 목표는 Deba라는 곳이었는데, 일단 날씨도 추워지고, 아까 자전거에 너무 신경을 쓴 탓에 나도 피곤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근처 인포메이션 센터에 물어보고, 가까우면서 저렴한 펜션으로 가서 각각 방을 잡았다. 여기 비수기인데도 45유로나 받았다. 

나중에 순례하다 보니 알았는데, 시설 대비 무지 비싼 가격이었음ㄷㄷ;; 이게 이 도시에서 두 번째로 싼 숙소였으니까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장 싼 곳은 너무 멀었고.. 


화장실이나 방 등은 매우 깔끔했다. 흔치 않게 난방도 해주는 곳이다. 그래서 비쌌나?

하여튼 샤워+빨래를 하고 1시간 후에 만나서 저녁을 먹으려고 다시 나왔다.   


여전히 비가 오고 있다. 어디에서 저녁을 먹을까, 둘러보는데 크리스찬이 자꾸 질문을 한다. 아까 숙소 잡기 전에도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


"너 여행하는데 예산이 얼마나 돼? 예산 고려해서 니가 가고 싶은 곳 가도 좋아."

"나 일하다가 그냥 휴가 온 거라 신경 안 써. 아무 데나 제일 맛있는 데로 가자. 언제 또 여기 와서 맛있는 거 먹겠냠.." 


여기도 항구도시임. 북쪽 길은 전체적으로 북쪽 바다에 붙어있다 보니 이런 풍경이 흔하다. 요렇게 해안 근처에 펜션 주인 아줌니가 추천해준 생선 맛집이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생선은 이미 다 팔렸다고.. 장작 화덕 같은 것도 이미 껐고.. 


 

그래서 그냥 근처 타파스 가게로 갔다. 앞으로도 타파스는 지겹게 먹을 것 같아서 안 가고 싶었는데, 사진에 나온 게 전부가 아닐 만큼 순례길 통틀어서 이집만큼 다양한 타파스를 파는 가게는 없었다. 

꼬치 모양에 따라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먹은 꼬치를 미니버켓 같은 곳에 모아서 가져가니 계산을 해줬다.

타파스를 안주삼아 맥주 두 잔씩 하고 나와서, 아이스크림 하나 또 야무지게 먹고.. 스페인의 싼 물가에 대해서 서로 감탄하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서는 아침을 오전 9시 반부터 제공하는데, 나한테는 조금 늦은 시간이라.. 내일까지 비가 오면 내일 아침식사 때 보자고 인사하고 방으로 돌아와서 딥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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