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엄마가 응급실에 갔다.(토요일)

by 스쿠피

토요일 한낮. 오후 3시. 응급실은 조용했다. ‘왜 나를 병원에 데려가려 하노’ 하며 울부짖던 엄마는 막상 MRI, CT 촬영을 시작하자 무서웠는지 고분고분해졌다.

“어머니, 이름 기억나세요? 이름? 이름 말해보세요.”

“내 이름예...내 이름...지금은 기억이 안 나예..”


“생일은요? 어머니 몇 살이세요? 기억나세요?”

“내 생일...8월..12일..(엄마는 12월생이다)”


질문하던 의사가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오늘 뭐 드셨어요? 말해보세요.”

“오늘...아까...고...공...”


보다 못한 내가 말했다. “콩!”

“아, 맞다,그래. 콩....그리고...그거..그거 뭐꼬..아이야..와이래 말이 안 나오노.”


의사는 보호자 면담을 하자며 한편으로 큰언니와 나를 불렀다. 뇌 사진이다. 뭔가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흰색이 눈에 띄었다.


“뇌경색입니다.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있었는지 집요하게 물어봤던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골든타임이 4시간 반인데, 그 시기는 놓쳤고요.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에 일주일간 입원해서 지켜보고 치료할 겁니다. 입원 준비 할게요.”


하나, 둘, 셋. “후~”

심호흡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올 것이 왔구나.

상상만 하던 일을 실제로 맞닥뜨린 기분은 역시 표현하기 힘들다. 그러나, 잠시 메스껍고 어지러웠던 건 기억한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 아니었던가.


상상과 실제는 다르다. 잠시 어제까지의 내 루틴이 먼 과거처럼 느껴졌다.


'지금부터 뭘해야 하는 거지?'


정신이 분주하다. 그래서 이 와중에 일주일간의 입원기록을 남겨두고자 한다. 타인을 위한 글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위한 글이다. 남은 시간, 내가 흔들리지 않고 이 상황을 직시하기 위해서다.


402호 8인실. 엄마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