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을 꾸던 아이, 골목대장
나는 어릴 적 골목대장이었다. 그래서일까? 친구들은 남자아이가 대부분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친구들과 구슬치기, 딱지치기 같은 놀이를 즐겼다. 엄마가 소중히 보시던 잡지를 몰래 뜯어 딱지를 접기도 하고, 말뚝박기나 나무막대를 들고 전쟁놀이를 하며 뛰어다니곤 했다.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한 번은 남자아이들과 야구를 하다가 힘껏 공을 쳤는데, 그만 2층 집의 유리창을 와장창 깨트리고 말았다.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엄마의 꾸지람이 무서워 냅다 도망쳤던 그날 이후, 나는 야구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2. 작은 인연에서 싹튼 꿈
그러던 어느 날, 아빠를 따라 고아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아빠는 직접 빵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어린 마음에 큰 결심을 했다. “나도 어른이 되면 아빠처럼 남을 돕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날 이후 내 마음속에는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자리 잡았다.
3. 꿈의 변화, 그리고 시련
하지만 꿈은 변한다고 했던가.
나는 시간이 흐르며 사극 드라마와 역사를 좋아하게 되었고, 음악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미래는 그렇게 서서히 또 다른 길을 향해 열리고 있었다.
그러나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가족에게 커다란 시련이 찾아왔다. 엄마가 병으로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시더니, 결국 하늘나라의 별이 되고 말았다.
아빠는 홀로 우리를 돌보시느라 고된 시간을 보내셨다. 결국 살던 집을 처분하고 작은 아빠 집 근처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집값 일부를 작은 아빠께 맡겼던 것이 화근이었다. 급한 사정으로 그 돈을 쓰게 되셨고, 우리는 작은 아빠의 골방에 얹혀살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어린 나이에 생활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4. 기억 속 빛나는 다짐
삶이 갑작스레 무거워진 어린 시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탱해 준 것은 아빠와 함께한 고아원 방문에서 느꼈던 따뜻한 기억이었다.
“내가 어른이 되면 반드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거야.”
그 다짐은 시련 속에서도 내 마음 한편에 작은 불꽃처럼 꺼지지 않고 타올랐다.
그 시절의 나는 몰랐다. 내 앞에 얼마나 많은 도전과 희망이 기다리고 있을지.
하지만 분명히 알았던 건, 그 모든 순간이 내 삶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