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순간도 머물지 않는다
목련은 언제나 봄을 가장 먼저 준비했다. 차가운 겨울을 뚫고 고운 꽃망울을 피워 올리며, 세상에 가장 먼저 봄이 왔음을 알렸다. 하지만 이제, 그 목련이 조용히 봄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의 인생도 그렇다. 누구보다 먼저 앞서 달리던 순간이 있었고, 찬란하게 빛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아름다웠던 순간들도 언젠가는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간다.
하지만 봄은 늘 그렇게 흘러가면서도, 새로운 생명을 피워낸다. 매화가 뒤를 잇고, 개나리가 노란 웃음을 띠우고, 벚꽃은 설렘을 품고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한다. 우리가 떠나보낸 시간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계절을 위한 자리를 내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목련이 떠난 자리에도 봄은 여전히 머물러 있다. 새로운 꽃들이 피어나며, 우리에게 다시 한번 따뜻한 봄날을 선물해 준다. 그리고 우리는, 그 봄을 온전히 누리며 또 다른 아름다운 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