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장강명, 책 한번 써봅시다
저도 책 한번 써 보려고요
에세이를 쓰고, 글쓰기 소모임에 나가면서부터 작법서를 몇 권 샀다. 그중 이 책을 가장 먼저 리뷰하는 것은 내가 이 책을 읽고 깨달았던 것을 잊어버릴까 봐. 그만큼 내 마음에 들어온 책이다. 사실 저자가 말한 글쓰기 팁 중에 "꼭 써먹어봐야지"라고 다짐했던 건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꼭 책을 써야겠구나!"라는 의지를 불태워줬다. 저자도 아마 그것을 가장 노리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에세이부터 소설, 논픽션까지 여러 장르의 책 쓰기를 소개하기 때문이었다. 소설을 써본 적이 없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쓰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나 현재는 엄두가 나지 않아, 소설 쓰기에 대한 내용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한 주제로 200자 원고지 600장을 쓰라.
저자가 가장 먼저 권고한 내용이다. 저자는 "언제 작가가 되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책 한 권 분량을 쓰는 것이 작가와 작가 지망생의 선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그리고 책 한 권의 분량도 친절히 제시해준다. 이 행동이 근본이며 어떻게 글을 쓰고 어떤 방식으로 출판을 할지는 부수적인 문제다.
저자는 다른 작법서들의 조언에 너무 빠지지 말라고 한다. 작법서들의 저자 중에서는 작법서가 대표 저서인 경우도 있고 심지어 유일한 저서일 때도 있다고. 소설과 에세이, 논픽션을 10권도 넘게 집필한 저자의 자신감일지도 모르겠으나, 저자는 책을 써본 사람으로서 작법서들의 내용에 100%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도 물론 문장 및 문단 분량, 합평, 필명 사용, 개요 짜기 등등에 대해 말하는데 항상 정답은 없다는 것으로 결론 난다. 글을 쓰는 방식은 작가마다 다르며 자신에게 맞는 방식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저자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책 한 권 분량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장강명, 『책 한번 써봅시다』 中 내가 쓰고 있는 글의 분량을 보니 400장이 조금 넘었다. 이로써 1차 목표는 정해졌다. 나도 600장이 넘는 글을 완성하겠노라고! 작가와 작가 지망생의 선을 넘어보겠다고!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포기하는 것을 포기하자!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는 끓어 넘치는데, 글을 쓸 용기가 없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은 글을 쓰기 전까지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고 말이다. 글을 쓰기도 전에 자신의 재능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의미 있지 않다. 자신이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글을 써봐야 안다. 졸작이라도 내봐야 다음 책이 있는 것이다. 책을 쓰기 전까지는 긁지 않은 복권인 셈이다. 그리고 사실 재능이 없으면 어떠하랴. 글 쓰는 그 기쁨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장강명, 『책 한번 써봅시다』 中 지금 쓰지 않는다면 몇 년 뒤, 혹은 몇십 년 뒤에도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할 내가 상상된다. 안 되겠다! 지금 써야겠다.
Shape of my heart
(내 마음의 모양)
저자는 에세이란 '내 마음의 모양 알아차리기'라고 말한다. 에세이를 설명하는데 이처럼 딱 맞는 말이 있을까? 에세이를 쓰는 과정은 나를 들여다보고 표현하는 일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나일 것 같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하다 보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저자는 "다섯 번째로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인가"라고 물어본다. 그 질문에 나는 안타깝게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첫 번째 영화는 뭐지? 내가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나?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장강명, 『책 한번 써봅시다』 中 나를 들여다볼수록 내가 맘에 들지 않고 별로라는 생각에 포장하고 싶기도, 그만두고 싶기도 하다. 에세이를 쓸수록 내 괜찮은 면도 발견하지만, 추악한 면도 마주하게 된다. 피하지 않고 마주한다면 조금 더 나아지는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글쓰기를 멈출 수가 없다. 내가 나아지는 즐거운 일을 멈출 수가 없다.
작가들은 모두 독선가들이다.
이 말에 많이 안도했다. 몇 번의 연애를 거치면서 이십 대 후반이 되자, 나는 내가 독선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저런 사람도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갈 문제를 '내 연인은 그래서는 안돼'로 결정짓는 일이 꽤 있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대부분 나 혼자 정해 놓은 것이었다. 좀 더 포용력 있고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어쩔 수 없는 나의 미운 부분이었다.
장강명, 『책 한번 써봅시다』 中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받은 위로는 글을 써야 할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해주었다. 가려운 곳을 긁어준 기분이었다. 어쩔 수 없구나, 나는 작가로 타고난 걸.
책을 쓴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 책에서는 글 쓰는 방법론 이외에도 작가의 수입, 신인 작가는 스스로 홍보하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조언 등을 참고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글 쓰는 방법을 자세히 알고 싶었다면, 조금은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정확한 해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기에. 결국 자기가 써봐야 아니까 일단 쓰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작가의 의도는 나에게 꽤나 먹혀들었다. 아니, 갈고리로 목을 낚아채 노트북 앞으로 앉혀다 놓았다.
장강명, 『책 한번 써봅시다』 中 기분이 좋은데, 대단하기까지 한 일이라는데, 안 할 이유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