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이브, 나는 지오디

8살 딸과 엄마의 취미 공유, 플레이리스트

by 북장

"아침이면 일어나 창을 열고 상쾌한 공기에 나갈 준비를 하고 한 손엔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든 채"


아침을 깨우는 음악이 우아한 클래식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Either way, I'm good 전부 좋다구 누가 맞고 틀린 게 아닌 걸 모두 다르게 사랑하듯"


장거리 이동을 달래주는 음악이 영어 동요였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한 때는 우리의 플레이리스트가 클래식과 영어 동요였던 적도 있었더랬다.

그녀가 아직은 대중가요라는 것을 모르던 시절.

아이의 EQ를 깨우겠다고 클래식을 틀어놓고 쭉쭉이를 시켜주던 그때.

아이에게 영어를 친숙하게 만들어주겠다고 차만 타면 영어동요를 틀어놓던 그때.

어리디 어렸던 꼬꼬마가 자신만의 팬질을 시작할 줄이야.






아침에 꿈쩍 않는 그녀를 들썩이게 할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는 아이브 신곡이다.

요즘 이덜웨이랑 배디인가 뭔가가 새로 나와 그 노래를 틀어주면 어느샌가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런 그녀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난생처음 코인노래방을 갔다.

물론 그녀의 선곡 리스트는 아이브의 노래들.

귀에 딱지가 앉게 듣다 보니 가족 모두가 흥얼거릴 정도는 된다.


그럼 나의 선곡 리스트는 뭐였을까.

남편은 노래를 안 듣고 안 부르니 열외로 치자.

무한반복으로 자기도 모르게 머리에 새겨진 딸과 아내의 노래를 함께 흥얼거릴 때가 있는 남편이나 자길 음치로 여기는 사람이라 노래와는 거리가 멀다.



올해 추석에 KBS에서 지오디 콘서트를 방송으로 보여주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지오디라니, 지오디 콘서트라니!

그것도 공영방송에서!!

세 자매가 함께 지오디 콘서트를 다닐 정도로 우리는 지오디 노래에 대한 향수가 깊은 가족이다.

지오디 콘서트 방송을 시청하는 세 자매의 실시간 모습은 또 다른 재미거리였다.


첫째네 우리 집은 노래를 따라 부르느라 정신없는 엄마와 알지도 못하면서 흥얼거리는 딸, 퀭한 눈빛의 아빠가 가 있었다.

둘째네 집은 감동의 눈빛으로 리모컨을 사수하는 동생과 귀를 막고 뒤에서 쳐다보는 딸들, 핸드폰을 하는 제부가 있었다.

셋째네 집은 주무시고 계신 친정 어른들 때문에 불을 꺼놓고 소리도 줄인 채 무릎을 끌어안은채 지켜보는 동생이 있었다.


그 이후 우리 집은 지오디 노래가 계속 울려 퍼졌다.

콘서트를 가고 싶다고 찡얼거리는 내 모습에 남편은 슬며시 셋이 함께 가볼까 운을 띄우기도 했다.

지오디 콘서트를 준비하는 자세는 당연히 노래 복습이다.

듣고 부르고 또 듣고 부르고.

그 사이 따님 마음에 든 노래가 있었나 보다.


"새러데이나잇 벌써 난 두근두근대는 밤"


쿵하면 짝이다.


"오빠만 믿고 너 따라와"

"딱!"

"오빠가 별 하나 따줄게"

"딱!"

"오빠만 믿고 너 따라와"

"딱!"

"잠들지 않는 오늘밤"



너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듣고 부를 수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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