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노동자

8살 딸과 엄마의 취미 공유, 닌텐도

by 북장

그녀의 8살 생일선물로 '닌텐도 스위치'와 '동물의 숲' 칩을 사줬다.


닌텐도를 사게 되기까지는 좀 불편한 일이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칩만 사고 본체는 동생에게 빌려서 충분히 즐겁게 가지고 놀았기에 딱히 살 필요를 못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닌텐도를 핑계로 위험한 만남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남편은 과감히 닌텐도를 질렀다.

닌텐도를 사준 진짜 이유는 어른들의 속사정이고 아이는 그저 행복해했다.


마리오 카트, 마리오 오디세이, 다보 등 다양한 게임을 해봤지만 동물의 숲은 예상치 못한 복병이었다.

잘 모르고 무작정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니 하나의 섬에 모녀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때부터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역할로 우리는 나뉘었다.


엄마는 끝없이 노동을 하며 섬의 환경을 발전시키고 돈을 벌어다 받쳐야 한다.

게임 속 노동이라고 해봤자 캐고 줍고의 단순 반복이다.

채소와 열매 수집, 바위 캐기, 물고기와 곤충 잡기, 해산물 채취, 화석 수집 등을 해서 모은 것들을 가게에 팔면 돈을 벌 수 있다.

이 단순 노동을 끝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이 과정에서 희귀한 거라도 나오면 그건 고스란히 따님의 집 앞에 놓아두어야 한다.

따님이 요청한 재료나 도구가 있으면 그것도 구해다 놓아야 한다.


그렇다면 따님은 무엇을 할까.

돈을 펑펑 쓰며 옷이며 액세서리, 가구 등을 쇼핑한다.

어느 날은 개그 컨셉으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아바타가 되어 나타나고, 어느 날은 가을 컨셉으로 따뜻한 모습의 아바타가 되어 나타난다.

집의 크기를 늘리고 꾸미는 것도 좋아한다.

동숲의 대출 시스템은 상환 날짜도 없고 이자도 없는 매우 좋은 조건이라 엄마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대출금을 갚고 또 빌리며 딸아이의 집은 방 개수가 벌써 다섯 개가 되었다.




이렇게 보니 주인과 노예의 관계나 다름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건 자발적 선택으로 이루어진 관계이다.

생산자 엄마는 돈을 벌어서 섬을 발전시키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소비자 따님은 주민들과 소통하며 집과 아바타를 재밌게 꾸미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누가 그랬다.

한국인은 동숲에서조차 끝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자발적 노동의 세계에 빠져드는 이상한 민족이라고.

미션이 주어지면 그걸 빠른 시간 안에 깨고야 말아야 하는 직성이라고.

내가 그렇다. 엄마는 게임을 노동의 결로 즐기는데 딸은 동물의숲답게 힐링으로 즐긴다.

너는 계란 흰자, 나는 계란 노른자처럼 각자의 영역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이다.

너는 즐겨라, 나는 돈을 벌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