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문장의 산책

『산책 좋아하세요?』글·그림 김혜림

by 북장

제민천 근처를 산책하다가 만난 작은 책방에서 관심사를 주워 담았다.

'산책 좋아하세요?'라는 물음에 '네'라는 답변을 외치며.


빠르게 흘러가는 수려한 문장들을 집어삼키며 엉뚱한 생각만 든다.

글이 담고 있는 계절과 장소의 풍광을 떠올리는 것은 잠시잠깐.



- 여름밤 냄새
밖이 어둑해지면 아파트에 하나둘 불빛이 켜졌다. 네모난 불빛은 저마다 농도가 달랐다. p.79

- 각자의 시간을 걷는 일
물가의 늪지대에는 버드나무가 흐드러져 숲을 이루고 길 위로 갈대밭이 빛을 타고 넘실거렸다. 그곳의 시간은 마치 다른 세상인 듯 느리게 흘렀다. P.23



저것이 내 문장이었다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어떻게 썼을까?

내 문체는 나를 닮은 듯 딱딱하고 간결하다.

요즘은 수려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일부러 미사여구를 붙여 간질간질한 느낌을 불어넣으려 쥐어짠다.

이과적 사고 절차와 표현을 가진 문과생은 논문을 쓸 때조차 문장에 살을 붙이라는 요구를 받았었는데.


예쁘다, 글이 정말 간질간질 자연의 색채가 눈에 그려지듯 예쁘다.

부럽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으면.


한편으로는 간질거리는 느낌만 남고 흘러간 문장들이 아깝다.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다.

여운만 남고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고 사라지는듯한 글은 선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산책을 하면서 던졌던 시선과 생각들에 나도 기대를 하게 된다.

내가 일 년 동안 두 발로 디딜 땅에서 만날 인연들을.

경쾌한 리듬의 보폭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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