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다.
제민천을 봄과 함께 매일 걸었고, 봄꽃들은 계속해서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지었다.
그런데 꿀벌이 보이지 않는다.
벚꽃나무 아래에 서면 윙윙거리는 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들리지 않았다.
철쭉꽃 위로 벌들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엄마, 벌들이 150억 마리나 죽었대."
"맞아. 벌들이 사라지면 꽃도 안 피고 열매도 못 맺는데 큰일이다."
며칠 전 무심코 아이와 나누었던 꿀벌 이야기는 크게 와닿지 않는 가벼운 이야기였다.
아이의 말이 내 마음에 꽂혔는지 산책을 할 때 꿀벌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정말 꿀벌이 안 보인다.
꿀벌들은 어디로 갔을까?
뉴스 기사를 검색해 보니 양봉농가에서는 이미 일찍부터 난리가 난 모양이다.
꿀벌이 사라졌다... 양봉농가의 한숨 -광주일보(2023.04.05.)
1년 새 꿀벌 70% 넘게 실종... 강릉시 양봉농가 속앓이 -강원도민일보(2023.03.23.)
'꿀벌 실종' 담양장성 양봉농가... "텅 빈 벌통 보니 가슴이 미어지네요" -남도일보(2023.03.22.)
꿀벌 실종폐사 후폭풍... 시설 농가마다 '속앓이' -충청일보(2023.03.21.)
"꽃 피는 봄 다가왔는데..." 충남 꿀벌 절반 사라졌다 -대전일보(2023.03.12.)
'꿀벌들은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사라진다고 한다. 꿀벌 사체도 없어 어디서,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딸기 농사를 짓는 분께 들은 이야기가 있다.
"예전에 비닐하우스 온도를 놓쳐서 꿀벌들이 동사를 한 적이 있어요. 꿀벌들이 정말 신기한 게 집에서 죽은 꿀벌들을 다 꺼내서 한 곳에 모아놓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관리를 해서 집을 살리고요."
이것도 꿀벌이 전멸하지 않은 경우의 이야기다.
꿀벌이 전멸한 벌통은 애벌레가 방치돼 그대로 썩어버리고 더 이상 살 수 없는 집이 된다고 한다.
꿀벌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재난, 아니 재앙일 터이다.
그런데 이것이 꿀벌만의 재앙일까?
두렵다.
평화로운 산책길 위에 보여야 할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걱정된다.
이미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재앙을 맞이할 것 같다.
인간은, 나는 이 전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